한국의 백만장자 수가 130만 명을 돌파하며 세계 10위권에 진입했다는 UBS의 글로벌 자산 보고서는, 한국 사회가 경제 규모뿐 아니라 자산 보유자의 수도 급속히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현상은 겉으로 보기엔 국가 경제의 긍정적 지표로 보일 수 있으나, 동시에 '그 부는 과연 어떻게 축적되었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경제적 양극화와 자산 불평등이 심화되는 현실에서, 일부 자산가들이 정당하지 않은 방식으로 부를 축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우려는 커지고 있다. 특히 정치권과 공공부문에서 벌어지는 각종 비리 의혹은 이러한 우려를 더욱 구체화시킨다. 최근 인천시의회에서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 위원으로 뇌물 혐의로 재판 중인 조현영 의원이 재추천된 사실은 그 대표적인 사례다.
조 의원은 전자칠판 납품 비리 사건에 연루되어 1억6000만 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으며, 함께 기소된 동료 의원은 현재 구속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결위에 다시 참여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시민사회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예산을 심의하는 핵심 역할을 맡을 사람이 청렴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은 공공 거버넌스에 대한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한다.
이 사안은 단지 인천시의회의 문제로 국한되지 않는다. 최근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김민석 후보자 또한 재산 형성과정에 대한 의혹과 도덕성 검증에서 자유롭지 않다. 김 후보자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경제 위기를 솔직히 알릴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정작 국민 다수가 원하는 것은 경제 위기의 진단보다 그 위기 속에서 공정한 희생과 책임이 동반되는 리더십이다. 고위공직자의 자산 형성과정, 공직 윤리, 그리고 권한 사용의 투명성에 대한 국민의 기대는 어느 때보다 높아져 있다.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들, 그리고 중앙정치권 모두 이러한 국민적 감시의 흐름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 단순히 "희망자가 없었다"거나 "법적 판결이 나지 않았다"는 식의 해명은 이제 설득력을 잃었다. 예산을 다루는 자리에선 더욱 엄격한 윤리 기준과 도덕적 책임이 요구되며, 정치권은 스스로 이를 제도화하고 실천할 의지를 보여야 한다.
부의 증가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그 부와 권력이 정당하지 않은 과정을 통해 쌓였고, 그것이 공적 권한과 결탁된 결과라면 이는 사회 전체의 신뢰 기반을 흔드는 일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부유해지는 것보다 깨끗하게 부유해지고, 공직에 있는 이들이 명예와 책임감을 가지고 자신을 절제하는 자세다.
정치권이 변해야 국민이 희망을 품을 수 있다. 김민석 총리 후보자를 포함해 모든 공직자, 그리고 지자체 단체장들은 지금이야말로 국민 앞에서 책임과 성찰의 자세를 갖춰야 할 때다. 부와 권력은 특권이 아니라, 더욱 높은 도덕적 책임을 요구받는 자리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사회, 스포츠, 연예, 시사, 뉴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안정환의 귀환, 대학축구가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6) | 2025.06.25 |
---|---|
손흥민의 리더십과 업적이 한국 축구에 남긴 깊은 울림과 미래 비전 (7) | 2025.06.22 |
서울 지하철 방화 사고와 美 고속도로서 활약한 119, 위기 속 빛난 한국형 재난 대응력 (4) | 2025.06.19 |
아시아 축구, 월드컵을 향한 행보…일본은 질주, 한국은 무패, 중국은 다시 원점 (6) | 2025.06.18 |
지성인의 위선인가, 특권의식의 민낯인가 – 유시민 논란이 남긴 질문 (6) | 2025.06.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