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해제 요구안 통과의 이면: 국민의힘 내부 혼선과 의원들의 갈등

2024년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대한민국 정치권은 혼란에 빠졌다. 이튿날인 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는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긴급 입장을 발표하며 상황을 정리하려 했지만, 국회 내부는 긴박감과 혼란으로 가득 차 있었다. 비상계엄 선포 직후, 190명의 국회의원들은 전원 찬성으로 계엄 해제 요구안을 가결했지만, 그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국회 외곽에서는 경찰이 오후 10시 50분부터 출입을 차단하며 의원들과 직원들의 접근을 막았다. 박안수 계엄사령관은 오후 11시 23분에 계엄사령부 포고령을 발표했고, 군용 헬기가 국회 뒤편에 착륙하면서 무장한 계엄군들이 본청으로 진입하려 했다. 이 상황에서 국회 보좌진과 관계자들은 각종 집기를 국회 출입구에 쌓아 계엄군의 진입을 저지하려 했다. 여야 의원들은 국회 내부로 진입하기 위해 담을 넘기도 했고, 결국 4일 오전 1시 본회의에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됐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국민의힘 내부의 혼선이 드러났다. 추경호 원내대표를 포함한 원내지도부는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표결 전, 본회의장으로 와달라는 한동훈 대표 측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원내대표실에 남아 있었다. 3일 오후 11시 50분쯤 국회 본관에 도착한 추 원내대표는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 가결 절차가 모두 끝난 뒤인 4일 2시 5분쯤에야 원내대표실을 떠났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추 원내대표가 의원들의 집결 장소를 거듭 바꾼 것에 대해 의도적으로 혼선을 불러 의원들의 표결 참여를 막으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4일 국민일보의 취재에 따르면,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처리하기 위한 본회의가 열리기 전, 한 대표가 본회의장에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추 원내대표는 표결에 참석하지 않았다. 오히려 원내지도부는 본회의장에 참석한 여당 의원 수를 파악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여당 관계자는 “한 대표를 포함해 몇몇 의원들이 본회의장으로 들어가기 직전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장에 모여 있었다”며, “그런데 원내대표실 소속 한 당직자가 ‘추 원내대표가 여기 의원이 몇 명 있는지 카운팅하고 오라고 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로 인해 의원들은 본회의장으로의 진입이 지연되었고, 결국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통과되는 동안 국회 본관에서는 계엄군과 이를 저지하려는 국회 직원들 간의 몸싸움이 벌어졌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후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본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당사에 있는 의원들과 소통하고 원내대표로서 의원들의 뜻을 기초로 해서 의원들 입장을 전해야 하기 때문에 들어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추 원내대표가 의원들의 결집 장소를 거듭 바꾸면서 본회의 표결 참여를 방해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원내지도부의 명확한 지침 없이 소통 혼선이 빚어지면서 상당수 의원이 표결 기회를 놓쳤다는 주장도 제기되었다.

김상욱 국민의힘 의원은 MBC라디오에서 “한 대표가 국회 본회의장으로 갔으면 좋겠다는 문자를 계속해서 보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 원내대표는 당사로 모이라는 혼선을 줬다. 결론적으로는 혼선을 줘서 (표결을) 방해한 결과가 돼버렸다”고 지적했다.

이번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 통과는 단순한 정치적 결정이 아니라, 국민의힘 내부의 갈등과 혼란을 드러내는 사건으로 남았다. 의원들은 담을 넘는 것조차 쉽지 않은 상황에서, 정치적 결단을 내려야 하는 중대한 순간에 직면해 있었다. 앞으로의 정치적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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