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마저 돌아선 국민의힘, 대선 후유증과 혁신 실패의 대가

대선 패배 이후 국민의힘이 겪는 내부 혼란이 좀처럼 수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보수 진영의 핵심 기반으로 여겨져 온 대구경북(TK) 지역에서조차 당 지지율이 급락하며 위기감이 고조되는 모습이다. 한국갤럽이 7월 초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TK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35%로 집계되었다. 지난해 말 계엄 논란이 일었을 당시에도 47%를 유지했던 것을 고려하면 상당히 이례적인 하락이다.

 

정치권에서는 이 같은 하락세를 단순한 여론 흐름이 아니라 당의 구조적 위기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특히 TK는 지난 수십 년간 보수정당의 최후 보루로 인식돼 왔다. 그런데 대선 이후 당내 혁신위원회가 좌초하고 주요 지도부가 공천 책임론과 계파 다툼으로 시간을 허비하면서, 지역 지지층마저 등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정권 재창출 실패에 대한 허탈감과 함께 '혁신하는 척만 한다'는 피로감이 겹쳐 TK 민심이 이탈했다고 평가한다.

 

대구시당위원장 자리를 놓고 벌어지는 내부 다툼도 부정적 영향을 주었다. 과거에는 TK 지역에서 자리 경쟁이 비교적 원만하게 조정돼 왔으나, 최근 들어 당세에 안주하며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구태가 여과 없이 드러나면서 보수층의 실망을 키운 것이다. 박상병 정치 평론가는 이를 두고 “국민의힘을 바라보는 지지층이 정당인지 동네 사랑방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혼란스럽다”고 일갈했다.

 

이런 상황에서 안철수 의원이 혁신위원장을 사퇴하며 사실상 혁신 기구가 무력화된 점도 악재로 작용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새로운 국정 아젠다에 맞서 대안을 제시하기는커녕, 당내 권력 다툼과 책임 전가에 몰두하는 모습이 반복된 것이다. 국민의힘이 대선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동안, TK를 비롯한 전통 지지층이 “도대체 뭘 하려는 정당인가”라는 회의감을 키우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부 당권 주자들은 “반미 색채를 강화하는 이재명 정부에 맞서 보수의 결집을 이끌어야 한다”며 위기 돌파를 주장하지만, 혁신의 진정성 없이는 TK 민심도 되돌리기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의원직 연명만 생각하는 세력부터 청산하라”는 당 내부 비판도 잇따른다. 집토끼로 불렸던 핵심 지지층의 이탈은 곧 보수 진영 전체의 체질 약화를 의미할 수 있다.

 

정당 지지율은 일시적 등락을 거듭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TK 지역에서조차 10% 넘게 빠진 이번 하락은 그 이상의 경고로 보인다. 대선 패배 이후 국민의힘이 진정으로 무엇을 바꾸었는지, 앞으로 어떤 구체적 혁신 방안을 내놓을 것인지에 따라 보수의 미래가 달려 있을 것이다. 지금처럼 계파 싸움과 책임 회피만 거듭한다면, 국민의힘이 TK에서마저 발을 붙이기 어려운 상황을 맞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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