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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을 읽다 보면 구약과 신약 사이에 묘한 긴장이 흐른다. 구약은 율법과 정의를 강조하고, 신약은 예수의 사랑과 은혜를 강조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둘은 권력 앞에서 침묵하지 말라는 하나의 목소리로 만난다. 구약의 예언자들은 왕의 눈치를 보지 않았다. 나단은 다윗 왕에게 “당신이 그 사람이라”(삼하 12:7)고 직언했고, 아모스는 권력과 제사가 넘쳐나던 사회를 향해 “오직 정의를 물 같이”(암 5:24) 외쳤다. 나라가 잘되기를 바랐기 때문에 권력의 잘못을 꾸짖었던 것이다. 신약에서도 이 긴장은 사라지지 않는다. 예수께서는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께”(막 12:17)라고 하셨고, 사도들은 “사람보다 하나님께 순종하는 것이 마땅하다”(행 5:29)고 선언했다...
한반도의 현실은 신앙과 정치의 경계를 더욱 선명하게 요구한다. 1945년 해방 이후 남북이 갈라졌고, 1950년 전쟁과 1953년 정전을 거치면서 한반도는 지금도 군사적 긴장 속에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 한미동맹과 국방, 대북정책은 국가의 생존과 직결된 정치의 영역이다. 그러나 어느 정당과 지도자를 지지할 것인가는 시민의 정치적 판단이지 신앙의 교리가 될 수 없다. 성경은 지도자를 숭배하라고 가르치지 않는다. 다윗조차 나단의 책망을 받았다. “당신이 그 사람이라”(삼하 12:7). 예수께서도 로마 권력과 하나님을 동일시하지 않으셨다.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께”(막 12:17). 국가의 권한은 존중하되 하나님보다 높은 권위로 만들지 말라는 경계로 읽을 수 있다. 따라서 ..
신앙과 정치는 분명 다르다. 정치는 국가의 질서와 공동체의 의사를 결정하고, 신앙은 하나님 앞에서 인간의 양심과 삶을 묻는다. 그러나 둘은 완전히 떨어져 있지 않다. 예수의 십자가가 그 경계와 연결고리를 동시에 보여준다. 예수의 십자가 처형은 신앙의 사건이면서 당시 로마의 정치·사법 권력이 작동한 역사적 사건이기도 했다. 예수께서는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께”(막 12:17)라고 하셨지만, 권력 앞에서 진리를 포기하지 않으셨다. 그래서 십자가는 정치와 신앙이 섞여버린 사건이 아니라, 두 영역이 서로 다른 채로 맞닿는 지점이 되었다. 구약의 나단도 마찬가지였다. 왕 다윗의 잘못 앞에서 “당신이 그 사람이라”(삼하 12:7)고 외쳤다. 아모스는 “정의를 물 같이, 공의를 마르지 않는..
정의는 목소리의 크기가 아니라 증거의 무게로 결정된다. 한동안 정치권을 뒤흔들었던 ‘명태균 게이트’가 법원의 판단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2026년 10월 23일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 관련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보도에 따르면 재판부는 핵심 인물인 명태균씨의 진술을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단순히 한 정치인의 유무죄를 넘어 수사와 기소의 책임을 묻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권력형 비리를 밝히는 것은 사법기관의 중요한 책무다. 그러나 의혹이 크다는 이유만으로 혐의가 입증되는 것은 아니다. 철저한 증거 검증 없이 기소부터 앞세웠다면, 이는 정의를 실현하는 과정이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일이 될 수 있다. 특검 역시 예외일 수 없다. 특검의 권한은 정치적 상대를..
2026년 10월, 동북아시아의 외교 지형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중국 방문과 미·중 간 기술·안보 갈등이 맞물리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정은의 방중 목적과 시진핑 국가주석과의 회담 여부는 신중하게 지켜봐야 하지만, 이번 행보는 북중 관계와 향후 북미대화의 가능성을 살펴보는 중요한 계기가 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경쟁은 이제 무역을 넘어 전기차, 반도체, 인공지능과 데이터 안보로 확산하고 있다. 중국산 전기차의 정보수집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그중 하나다. 첨단기술이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시대인 만큼 보안 검증과 개인정보 보호는 필수적이다. 다만 근거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특정 국가의 제품 전체를 위협으로 단정하기보다 객관적인 자료와 투명한 검..
예수와 바울 사이에는 기독교 역사에서 가장 흥미로운 질문 하나가 놓여 있다. 예수는 갈릴리에서 하나님 나라와 사랑, 용서, 가난한 자와 소외된 자를 향한 실천을 선포했다. 반면 바울은 예수를 직접 따라다닌 열두 제자 가운데 한 사람이 아니었고, 예수가 죽은 뒤 자신이 부활한 그리스도를 만났다고 주장하며 이방 세계로 복음을 확장했다. 그래서 니체는 바울을 예수의 메시지를 변형해 후대 기독교의 토대를 만든 인물로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나 ‘바울이 예수의 가르침을 뒤집었다’는 말은 역사적 사실이라기보다 해석이다. 바울 자신의 편지인 갈라디아서·로마서·고린도전서는 신약성서 가운데 가장 이른 문헌군이며, 그는 율법보다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과 공동체의 새로운 정체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바울은 육체 자체를 악으로 규..
이화영 대북송금 사건에서 국민이 먼저 기억해야 할 것은 유죄와 의혹을 구분하는 법의 원칙이다. 대법원은 2025년 6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징역 7년 8개월을 확정했다. 그러나 이 판결만으로 이재명 대통령의 대북 송금 지시나 공모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이 대통령의 관련 재판 역시 2025년 7월 대통령 재직을 이유로 기일이 추후 지정됐다. 그렇다고 국민이 불안해하는 이유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법적 책임과 정책 책임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가 북한과 대화하고 긴장을 낮추려는 것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다. 그러나 평화정책이라면 더욱 냉정해야 한다.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과 군사적 행동을 어떻게 억제할 것인지, 대화가 실패하면 어떤 대응을 할 것인지, 한미동맹과 확장억제를 어..
유시민 작가와 이재명 대통령의 충돌이 뜨거워졌다. 하지만 본질은 두 사람의 감정싸움이 아니다. 검찰개혁을 어디까지 해야 하는가, 그리고 대통령이 국민에게 약속한 개혁과 실제 추진안은 얼마나 일치하는가라는 문제다. 이 대통령은 9월 24일 멕시코 동포간담회에서 2030년 6월 2일을 넘기지 않겠다며 연임 의사가 없음을 다시 밝혔다. 동시에 과도한 선명성 경쟁이 개혁 자체를 좌초시킬 수 있다며 과거 국가보안법 논쟁을 사례로 들었다. 특정인을 거명하지 않았지만 당시 국가보안법 전면 폐지를 주장했던 유시민을 겨냥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유시민의 비판은 정반대다. 그는 현재의 검찰개혁 방향이 과거 국민에게 설명했던 ‘개혁의 최대치’와 다르다며 강하게 문제를 제기했다. 대통령실은 이를 사실과 다른 왜곡이라고 반박했다..
청년은 취업난에 한숨을 쉬고, 부모는 치솟는 집값에 잠을 설친다. 그런데 청년의 미래를 책임진다는 대통령실 청년미래비서관이 161억 원이 넘는 재산을 신고했다. 주식 등 증권 자산만 119억 원이고 포르쉐 전기차까지 보유했다고 한다. 물론 부자라는 사실 자체가 잘못은 아니다. 재산 형성 과정이 적법하고 투명하다면 존중받아야 한다. 그러나 청년을 대표하는 자리에 선 사람이라면 국민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공직자의 재산은 액수보다 형성 과정과 책임이 중요하다. 재산이 많다고 청년의 고통을 모른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청년의 현실을 얼마나 깊이 이해하고 정책에 반영하는지는 검증받아야 한다. 청년에게 필요한 것은 화려한 자동차가 아니라 안정된 일자리, 감당할 수 있는 주거비, 공정한 ..
오늘의 세계는 눈부신 기술 발전과 불안한 국제질서가 한 화면에 겹쳐지는 시대다. 북한의 기습 남침과 서울 시가전, 북한 주석궁 폭격을 소재로 한 게임이 논란을 일으킨다. 가상현실 속 전쟁은 흥미로운 콘텐츠일 수 있지만, 한반도에서 전쟁은 결코 가벼운 오락이 아니다. 게임의 표현 자유는 존중하되, 분단의 현실과 전쟁 희생자의 고통을 상품처럼 소비하지 않는 책임도 필요하다. 총성은 게임에서 끝나지만, 현실에서는 평범한 시민의 일상을 무너뜨리기 때문이다. 정치의 무대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국정감사가 정책 검증보다 고함과 조롱, 짧은 영상 경쟁에 치우친다면 국민의 알 권리는 뒷전으로 밀린다. 정치인은 카메라 앞에서 한마디를 남기기보다 국민의 삶을 바꿀 답변을 내놓아야 한다. 쇼츠는 짧아도 책임까지 짧아져서는 안..
대한민국 정치권의 하루는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대통령을 둘러싼 논란, 여야의 고발전, 탄핵 주장, 정치인의 거친 발언과 각종 의혹이 뉴스 화면을 가득 채운다. 국민은 나라의 미래를 묻는데 정치권은 상대방의 약점을 찾느라 바쁘다. 정치가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지, 국민이 정치의 소모품이 된 것인지 헷갈릴 지경이다. 첫째, 말의 정치에서 책임의 정치로. 대통령과 여야 지도자들의 발언은 국내를 넘어 국제사회에도 영향을 미친다. 거친 말 한마디가 외교와 경제, 국가 이미지에 부담을 줄 수 있다. 비판은 자유지만 근거 없는 비방은 경계해야 한다. 권력자를 향한 비판을 무조건 명예훼손으로 몰아서도 안 되며, 표현의 자유를 타인의 권리를 짓밟는 면허로 착각해서도 안 된다. 법은 진영에 따라 달라지는 고무줄이 아니라 ..
정치는 말로 국민을 감동시킬 수 있지만, 결국 행동으로 평가받는다. 김민석 총리가 유시민 씨에게 “금도를 지켰으면 좋겠다”고 하고, 이 대통령의 ‘처벌 불원’ 의사를 법보다 토론을 중시하자는 뜻으로 해석했다는 보도는 정치적 언어와 법치의 관계를 생각하게 한다. 토론은 민주주의의 산소지만, 법치와 책임을 대신하는 만능열쇠는 아니다. 더 큰 물음은 공직 인사다. 이병우 한국마사회 부회장이 면접에서 9명 중 8등을 했다는 보도가 사실이라면, 국민은 묻지 않을 수 없다. 전문성과 공정성을 제쳐두고 정치적 인연이 작용한 것은 아닌가? 다만 면접 순위만으로 임명의 위법성을 단정할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임명 기준과 평가 과정, 후보자의 실제 역량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일이다. 공직은 측근의 전리품이 아니라 국민의 ..
안보는 말로 지키고, 주권은 감정으로 세우는 것이 아니다 국가의 자존심은 목소리가 크다고 높아지지 않는다. 헌법과 법치, 튼튼한 안보, 첨단기술과 냉철한 외교가 뒷받침될 때 비로소 지켜진다. 최근 불거진 탈북 어민 북송 판결, 한미동맹 논쟁, 북한의 위협, 중국산 드론 문제는 대한민국이 무엇을 점검해야 하는지 보여준다. 탈북 어민 북송 사건에 대한 유죄 판결은 국가 권력도 헌법과 법률의 테두리를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을 일깨운다. 다만 판결의 구체적인 법적 판단과 책임 범위는 판결문을 통해 따져야 한다. 인권과 안보가 충돌하는 상황일수록 정부의 자의적 판단이 아니라 적법한 절차와 국민의 기본권이 우선되어야 한다. 한미동맹을 둘러싼 논쟁도 마찬가지다. 한국이 안보의 운전대를 잡겠다면 그에 걸맞은 정보·정찰·..
수출 강국의 도약과 주 52시간제 논쟁, 대한민국의 선택은 무엇인가 세계 경제의 지도가 다시 그려지고 있다. 인공지능(AI)이 촉발한 반도체 슈퍼사이클은 글로벌 무역 질서를 흔들고, 한국이 일본을 제치고 세계 수출 강국의 반열에 올랐다는 소식은 우리 산업의 저력을 보여준다. 반도체가 단순한 부품을 넘어 국가 경쟁력과 안보를 좌우하는 전략 자산이 된 것이다. 그러나 축배만 들기에는 현실이 녹록지 않다. 중국은 막대한 자본과 국가적 지원을 바탕으로 반도체 기술 추격에 나서고 있다. 대만은 첨단 제조 경쟁력을 강화하고, 미국과 유럽은 자국 산업 보호와 공급망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오늘의 수출 호황이 내일의 경쟁력까지 보장하지는 않는다. 기술개발과 인재 육성, 안정적인 전력 공급, 글로벌 협력에 소홀하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