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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말도 안 된다.” 1377년 청주 흥덕사에서 간행된 『직지심체요절』보다 무려 138년 앞선 금속활자가 있었다는 주장은 처음부터 세계 인쇄사의 상식을 흔들었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세계 최고 활자 발견’이라는 흥분만으로 끝낼 수 없다. 오히려 문헌과 실물, 학자들의 주장을 차분히 대조할 때 고려 인쇄문화의 놀라운 실체가 드러난다. 문헌상 중요한 단서는 『동국이상국집』이다. 이규보는 1234년 무렵 최이의 명으로 『상정고금예문』을 금속활자로 28부 찍어 여러 관청에 나누어 보관했다고 기록했다. 즉 『직지』가 등장하기 143년 전부터 고려에는 이미 금속활자를 주조하고 책을 찍어낼 기술과 행정적 수요가 존재했다는 것이다.또 하나의 핵심 문헌이 『남명천화상송증도가』다. 1239년 최이가 기존 판본을 다시..
야구는 참 묘한 스포츠다. 아홉 명이 함께 뛰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한 사람의 방망이가 모든 관중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러나 홈런 하나가 승리를 장식할 수는 있어도, 팀 전체의 노력 없이 승리를 완성할 수는 없다. 2026년 10월 20일, 잠실야구장. KIA 타이거즈가 LG 트윈스를 상대로 3연승을 거두며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했다. 김도영의 시원한 만루 홈런은 이날 승리를 상징하는 장면이었다. 팬들의 함성이 잠실을 뒤흔들었고, 선수들은 서로를 격려하며 승리의 기쁨을 나눴다. 하지만 이날의 진짜 주인공은 김도영 한 사람만이 아니라, 끝까지 하나로 뭉친 KIA 타이거즈였다. 야구에서 만루 홈런은 네 명의 주자가 만든 기회가 한 번의 스윙으로 결실을 맺는 장면이다. 그 기회를 만들기까지 앞선 타자들이 출..
국민은 밤잠을 설치며 나라의 안보를 걱정하는데, 대통령은 태평한 낙관론을 펼친다. 안보가 대통령의 희망 사항대로 움직인다면 국방부는 문을 닫아도 좋고, 군인들은 훈련 대신 대통령의 낙관론을 받아 적으면 될 것이다. 그러나 국제정치는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움직이는 동화 속 세상이 아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북한의 핵무기를 두고 “핵무기라는 걸로 실전을 치를 거냐”며 “최후 방어 무기”라고 말했다. 국방비가 북한보다 많다는 점도 강조했다. 물론 국방비는 중요한 억지력이다. 하지만 돈을 더 쓴다고 핵 위협이 저절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상대가 핵을 보유했다면 사용 가능성이 낮다고 낙관하기보다, 사용하지 못하도록 억제하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것이 국가 지도자의 책무다. 역사를 보라. 1938년 뮌헨협정 당시..
한미동맹이 축복인지 저주인지를 따지는 논쟁이 뜨겁다.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는 미·중 충돌이 격화하면 한미동맹이 한국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면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은 동맹은 축복도 저주도 아닌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두 사람의 견해는 다르지만, 대한민국이 직면한 안보 현실을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과제는 같다. 한미동맹이 지난 수십 년간 한국의 안보와 경제 발전에 기여한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동시에 미·중 패권 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전략적 선택의 압박을 받는 것도 현실이다. 중요한 것은 동맹을 맹신하거나 무조건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국익을 중심으로 동맹을 관리하고 외교적 자율성을 확보하는 일이다. 그런데 북한의 움직임은 가볍게 볼 수 없다. 김여정이 대남 확성기를 국경선..
대통령의 국정 운영은 법과 헌법, 역사적 경험과 국민의 신뢰 위에 서야 한다. 그런데 이재명 대통령이 중대범죄수사청장과 공소청장의 국무회의 참석 논란에 인공지능 제미나이의 답변까지 끌어와 반박했다. 21세기 디지털 시대에 AI를 활용하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문제는 국가의 헌법적 질서와 권력기관의 독립성에 관한 논쟁을 AI의 답변으로 끝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태도다. 김지용 중수청장은 20일 국무회의에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수사기관도 행정부 소속 기관인 만큼 국정 방향을 공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관련 법령상 중요 행정기관장의 국무회의 배석이 가능하다는 설명에도 근거가 있다. 그러나 법적으로 가능하다는 사실과 민주주의 원칙에 비추어 바람직하다는 판단은 별개다. 과거 검찰총장과 경찰청장이 국무회의에..
정치인의 사과는 입으로 시작하지만, 진정성은 행동으로 증명된다. 특히 순직 소방관의 빈소에서는 더욱 그렇다. 유가족의 눈물과 동료 소방관의 슬픔 앞에서 정치인의 말 한마디는 위로가 될 수도, 또 다른 상처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추미애 경기도지사는 지난 13일 국정감사에서 소방을 두고 “가장 큰 골치 아픈 재정 빨대 같다”고 발언해 논란을 일으켰다. 소방공무원이 국가직으로 전환됐지만 지방자치단체가 상당한 비용을 부담하는 재정 구조를 설명하려는 취지였다는 것이 경기도의 해명이다. 그러나 아무리 재정 부담을 강조하려는 의도였더라도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소방을 ‘빨대’에 비유한 표현은 부적절했다. 논란은 예산 문제로도 번졌다. 경기도의 소방차량 보강 예산과 순직 소방공무원 추모행사 예산의 감액 추진을 두고..
정치는 민심이라는 강물을 따라 배를 움직이는 일이다. 그런데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근 행보를 보면 노를 열심히 젓기는 하는데, 방향이 영 수상하다. 앞으로 가야 할 배가 뒤로 가고, 국민에게 다가가야 할 정치가 권력의 눈치만 살피는 형국이다. 열심히 일한다고 모두 성과가 나는 것은 아니다. 방향을 잘못 잡으면 땀은 노력의 증거가 아니라 실수의 흔적이 된다. 김 대표는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을 위한 여러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탄핵은 헌법이 정한 제도지만, 정치적 불만을 해소하는 만능열쇠는 아니다. 중대한 위법 사유와 법적 근거가 우선이다. 민생은 물가와 일자리, 주거비로 신음하는데 정치권이 탄핵의 북소리만 키운다면 국민은 박수보다 한숨을 먼저 내쉴 것이다. 순직 소방관 조문 과정에서 의전용 차..
국가의 실력은 위기가 닥쳤을 때 드러나지만, 정부의 책임은 위기가 오기 전에 무엇을 준비했느냐로 평가받는다. 국민의 안전과 노후, 일자리와 생계는 정권의 홍보 문구가 아니라 국가가 반드시 지켜야 할 기본 책무다. 그런데 최근 잇따른 현안을 보면 이재명 정부가 미래의 위험을 관리하기보다 당장의 정치적 유불리에 매달리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한국가스공사는 국산으로 위장 납품돼 문제가 됐던 중국산 CCTV 243대를 운용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163대가 무인 공급관리소에 설치돼 있다. 국가정보원이 보안상 우려를 제기했던 제품이 국가 중요시설에 남아 있다는 사실은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다만 해당 제품의 통신 가능성이 곧바로 실제 정보 유출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에 더욱..
정부의 장밋빛 공언을 믿은 개미와 청년들, 세계 투기자본의 먹잇감이 되나 주식시장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주가 하락만이 아니다. 권력의 낙관론이 현실을 대신하고, 정부의 장밋빛 전망을 믿은 국민이 뒤늦게 투자에 뛰어드는 상황이다. 이재명 정부가 경제 성과를 앞세워 시장의 기대를 키웠다면, 이제는 그 기대가 무너지는 과정에서 누가 책임을 질 것인지 물어야 한다.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19일 코스피는 1.76% 오른 5,768.01에 마감했다. 그러나 10월 1~16일 수익률은 -17.11%로 주요국 증시 가운데 최하위였다. 7,000선을 넘었던 지수가 5,500선까지 추락했고, 외국인은 하반기에만 59조 원이 넘는 주식을 순매도했다. 하루의 반등이 시장의 위기를 끝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더 우려스러운 것..
국가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고, 위험에 처한 사람을 보호하는 것이 국가의 기본 책무다. 그렇다면 화염 속으로 뛰어드는 소방관의 생명은 누가 지켜야 하는가. 국가직으로 전환된 지 6년이 지났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낡은 장비와 인력 부족, 과도한 근무시간을 호소한다. 명찰은 바뀌었지만 처우와 근무환경은 제자리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2020년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은 지역별 소방서비스 격차를 줄이고 국가의 책임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였다. 그러나 보도에 따르면 소방 예산의 상당 부분은 여전히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며, 낡은 장비와 장시간 근무 문제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지방정부의 재정 여건에 따라 소방서비스의 질이 달라진다면 국민의 안전이 지역의 재정 능력에 좌우되는 모순이..
1. 예수와 바울은 생전에 만났는가? 사실: 신약성서와 바울 자신의 편지에는 바울이 예수의 생전에 직접 제자로 활동했다는 기록이 없다. 바울은 자신을 예수 사후의 계시와 부활한 그리스도에 대한 체험을 통해 사도가 된 인물로 설명한다. 반면 베드로와 야고보 등 예수의 초기 제자들과 접촉했다는 기록은 갈라디아서에 남아 있다. 해석: 따라서 바울은 예수의 현장 제자가 아니라 예수 사후 운동에 합류한 인물이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그가 예수의 배신자였다고 결론 내릴 수는 없다. 2. 예수의 중심 메시지와 바울의 복음은 달랐는가? 사실: 복음서에서 예수는 하나님 나라, 회개, 사랑, 용서, 이웃 사랑 등 인간에 대한 연민을 반복해서 이야기한다. 바울의 편지에서는 십자가와 부활, 믿음, 그리스도 안에서의 구원이 중..
미국의 군사적 패권과 이란의 보복 위협, 시험대에 오른 국제질서와 평화의 책임 미국과 이스라엘의 군사공격으로 중동의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이란의 신임 국방장관 메흐르다드 아흘라기 케타브치가 미국을 향해 강경한 경고를 내놓았다. 이란을 공격한다면 미군이 시신으로 실려 나가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는 취지다. 외교적 해법을 모색해야 할 시점에 전쟁의 언어부터 커지고 있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이란의 위협적인 발언만이 아니다. 미국은 과연 군사력으로 국제질서를 주도하는 글로벌 경찰국가의 위상을 다시 확립할 수 있을 것인가? 더 근본적으로, 오늘날 국제사회가 미국에 기대하는 것은 압도적인 군사력인가, 아니면 무력 충돌을 억제하고 평화를 지켜내는 책임 있는 리더십인가? 미국은 오랫동안 세계 안보의 핵심 행위자로..
여론조사가 보여 준 민심의 균열, 국민의힘은 아직도 자기들끼리 싸우고 있는가? 정치는 민심을 읽는 기술이지만, 민심을 얻는 능력은 숫자만으로 증명되지 않는다. 뉴데일리 의뢰 리서치웰 조사에서 한동훈이 국민의힘 지지층의 차기 대통령 적합도 27.1%로 선두를 지켰고, 장동혁 24.6%, 오세훈 20.2%가 뒤를 이었다. 범야권 전체 조사에서도 한동훈은 18.2%로 가장 높았다. 특히 대구·경북과 부산·울산·경남에서 지지율이 상승했다는 점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다만 이 수치는 대통령 당선 가능성을 뜻하지 않는다. 조사 대상과 질문, 응답자의 선택에 따라 결과는 달라지며, 오차범위와 조사 방식도 함께 살펴야 한다. 더욱이 전체 응답자의 29.6%가 유보층이었다. 정치권이 주목해야 할 것은 앞서 달리는 후보의 ..
부동산 정책의 실패는 통계가 아니라 국민의 삶에서 드러난다 부동산 정책의 성패는 정부의 구호나 발표 자료가 아니라 국민이 실제로 부담하는 주거비에서 확인된다. 집값을 안정시키고 서민의 주거를 보호하겠다는 약속이 아무리 화려해도 전세대출 이자와 월세 부담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치솟는다면 정책은 근본부터 재검토해야 한다. 보도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전세 가구의 월평균 이자 비용은 21만1,965원으로, 2019년 같은 기간보다 144.2% 증가했다. 반면 자가 가구의 이자 비용 증가율은 66.1%였다. 특히 전세 가구의 소득은 전년 동기 대비 3.9%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이자 비용은 18.6% 늘었다. 소득보다 빠르게 불어나는 이자 부담은 서민의 소비 여력을 줄이고 생활의 불안을 키우는 현실이다.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