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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증시의 변동성이 커질수록 먼저 살펴봐야 할 것은 지수 숫자가 아니라 그 뒤에서 손실을 떠안는 사람들이다. 주가가 급등하면 투자 열기가 달아오르지만 급락하면 개인투자자의 손실은 곧바로 생활의 부담이 된다. 특히 자산이 적은 서민과 청년에게 투자 손실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월세와 생활비, 미래의 저축까지 흔드는 문제가 될 수 있다. 한국 금융시장은 반도체와 AI 같은 일부 성장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만큼 특정 업종의 주가 움직임이 시장 전체를 크게 흔들 수 있다. 여기에 금리와 환율, 국제정세, 외국인 자금 흐름까지 겹치면 변동성은 더욱 커진다. 금융시장의 위험은 주식시장 안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은행과 증권사의 자금조달과 대출 여건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시장의 신뢰다. 자..
1589년 기축년, 황해감사 한준의 비밀 장계가 조정에 올라오면서 정여립 모반 사건이 시작됐다. 『선조실록』에 따르면 선조는 즉시 대신들을 불러 역모를 논의하고 황해도와 전라도에 관원을 파견했다. 여기까지는 기록이 분명하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정여립이 실제로 왕을 전복하려 했는지, 아니면 정치적 갈등이 역모 사건으로 확대됐는지는 오늘날까지 논쟁의 대상이다. 정여립에게는 의심받을 만한 정치적 행보와 대동계 활동이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곧 무장 반란의 증거는 아니다. 공식 기록은 정여립이 진안 죽도로 달아났다가 포위되자 자살했다고 전한다. 하지만 자살이라는 결과만으로 반역을 인정했다고 볼 수도, 억울함을 증명했다고 볼 수도 없다. 역사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빈틈을 확신으로 메우는 일이다. 정철의 책임은 ..
1958년 금성사로 출발한 LG전자의 역사는 한국 전자산업의 성장사와 겹친다. 라디오에서 냉장고·TV로 영역을 넓힌 LG는 1978년 수출 1억 달러를 돌파했고, 1982년 미국 앨라배마에 첫 해외 생산기지를 세웠다. 1995년 LG전자로 이름을 바꾸며 세계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특히 에어컨은 LG의 세계화 실력을 보여준 대표 상품이었다. 2004년 LG는 세계 에어컨 판매량 5,152만 대 가운데 1,000만 대 이상을 판매해 약 19.7%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당시 5년 연속 세계 판매 1위였다는 국제냉동공조협회 자료도 남아 있다. 이 성공의 비밀은 단순히 “한국에서 잘 만든 제품을 수출했다”는 데 있지 않았다. 고려대 송기홍·정재호·조혜진 연구진은 LG의 국제화를 웁살라 모형으로 분석하며, ..
LG 휴대전화 이야기를 빼놓고 파키스탄 시장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다만 중요한 사실이 있다. LG전자는 2021년 4월 스마트폰 사업 철수를 공식 결정했고, 같은 해 7월 말까지 사업을 정리했다. 따라서 2026년 파키스탄에서 삼성·중국 브랜드와 경쟁하는 ‘LG 스마트폰’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LG의 퇴장은 더욱 아쉽다. 한때 LG는 초콜릿폰, G2, V10, G5, V20, Wing처럼 경쟁사가 쉽게 시도하지 못했던 제품을 내놓았다. 후면 버튼, 광학식 손떨림 보정(OIS), 고음질 DAC, 초광각 카메라, 듀얼스크린과 회전형 디스플레이까지 ‘기술 실험실’ 같은 회사였다. 그러나 혁신이 판매량과 수익성으로 충분히 연결되지 못했다. 철수 직전 LG 모바일 사업부는 5년간 약 5조원의 누적 영업손실을..
지난 21일 서부전선 DMZ에서 수색로를 개척하던 장병 3명이 지뢰로 추정되는 폭발로 다쳤다. 군은 28일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북한군 지뢰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했다. 사고 지역에 우리 군의 지뢰 매설 기록이 없고, 인근에서 북한군 지뢰 매설 흔적이 확인된 점, 폭발 형태와 장병 진술 등을 종합한 결과다. 다만 최종적인 지뢰 종류와 실제 매설 주체, 매설 시점까지 확정된 것은 아니다. 문제는 현장조사가 왜 이렇게 늦었느냐는 것이다. 사고 뒤 5일이 지나서야 본격적인 현장조사를 위한 사전 작업이 이뤄졌고, 27일에는 지뢰탐지와 기동로 확보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다. 군은 추가 지뢰가 확인되지 않은 위험지역인 만큼 조사 인력의 안전을 먼저 확보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조사팀은 안전 문제와 ..
북한군 포로 두 명이 마침내 대한민국에 왔다. 러시아 쿠르스크 전장에서 생포된 뒤 1년8개월을 견딘 청년들이다. 한국행 의사를 밝힌 이들을 데려온 것은 당연한 국가의 책무다. 그런데 정작 정부가 보여준 외교의 장면은 환영과 감사가 아니라 우크라이나를 향한 ‘강력한 유감’이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유엔총회에서 포로들의 한국행을 공개하자 “비공개 합의를 어겼다”며 유감을 표했다. 청와대는 우크라이나 측에 해명과 사과를 요구했고, 28일에는 외교부 1차관이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대리를 직접 초치했다. 정부는 비공개 합의가 분명히 있었다고 주장하지만 우크라이나 측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따라서 이 부분은 아직 양국의 주장이 충돌하는 외교적 쟁점이다. 비공개 원칙 자체를 비판할 이유는 없다. 포로와..
대법관 인선을 둘러싼 대통령실과 대법원의 충돌이 결국 국회 국정감사장으로 번졌다. 2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조희대 대법원장을 국정감사 일반 증인으로 채택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사법부 독립 침해라며 반발하고 퇴장했다. 쟁점은 대법관 후보자 재제청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조 대법원장이 제청한 손봉기 후보자에 대해 재제청을 요구했고, 조 대법원장은 이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헌법은 대법관을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하지만, 재제청의 구체적인 절차와 방식은 명확하게 규정돼 있지 않다. 결국 헌법 해석과 제도적 관행이 충돌하는 상황이다. 더 주목할 대목은 이날 법원행정처장이 민주당이 제기한 이른바 ‘조희대 격노설’을 직접 부인했다는 사실이..
미국과 중국의 전략경쟁이 격화되고 러시아·유럽의 안보질서까지 흔들리는 무극화시대에 국가안보는 더 이상 외교적 수사만으로 지킬 수 없다. 경제력과 기술력, 동맹뿐 아니라 국경과 휴전선에서 벌어지는 작은 변화까지 읽어내는 국가의 감시능력과 대응능력이 생존의 조건이 됐다. 그런데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접경지역에서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정황들이 잇따랐다. 북한군의 군사분계선(MDL) 월선이 반복됐고, 서부전선에서는 북한이 MDL 인근에 지뢰지대와 전술도로 등을 조성했다는 정황이 제기됐다. 유엔군사령부 역시 북한의 MDL 이남 지뢰 매설 가능성을 조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결정적인 경고음은 9월 21일 울렸다. DMZ에서 북한의 지형 변화와 지뢰 매설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한 수색로를 만들던 우리 군 간부 3명..
정치는 외부의 공격보다 내부의 질문에서 더 크게 흔들릴 때가 있다. 2026년 민주당과 이재명 정부를 둘러싼 변화가 그렇다. 오랫동안 범여권의 강력한 목소리였던 김어준이 9월 28일 “이 대통령을 내 몸처럼 걱정하던 사랑의 시기는 끝났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 기자회견이 혐오성 표현의 피해를 사실상 ‘쌍방의 문제’처럼 다뤘고, 검찰개혁에 대해서도 지나치게 모호했다고 비판했다. 다만 김어준은 이 대통령과의 ‘우정’과 동지적 관계는 유지하겠다고 했다. 즉 결별 선언이라기보다 전폭적 지지에서 비판적 지지로의 거리 조정에 가깝다. 앞서 유시민은 8월 이 대통령을 ‘오만한 권력자’라고 비판하고, 대통령이 여당 대표 선출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듯한 모습은 정당 민주주의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민주당..
9월 21일 DMZ 수색로 개척 중 폭발사고가 발생해 장병 3명이 다쳤다. 28일 합참은 현장조사 결과 북한군이 MDL 일대에 지뢰를 매설한 것으로 추정되는 지형 변화와 관련된 작전이었다고 설명하면서도, 최종 원인조사는 계속하고 있다. 문제는 이제 지뢰의 정체만이 아니다. 지난해부터 북한군의 지뢰 매설 정황이 포착됐는데 왜 대응이 늦었는지, 당시 누가 보고받았고 누가 조사와 수색을 결정했는지가 핵심이다. 전임 지휘관의 소극 대응 의혹도 제기됐지만, 현재로서는 보도된 의혹과 확정된 사실을 구분해야 한다. 군사학자 클라우제비츠는 전쟁의 ‘마찰’을 강조했다. 정보가 불완전하고 현장이 예측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래서 군의 진짜 실력은 총과 미사일 숫자뿐 아니라 정보→보고→판단→명령→현장집행이 얼마나 ..
대선을 앞두고 정치판을 뜨겁게 달궜던 이른바 ‘쥴리 의혹’이 이제 법정의 마지막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9월 28일 검찰은 안해욱 전 회장과 정천수 전 열린공감TV 대표에게 각각 징역 2년을 구형했다. 하지만 구형은 유죄 판결이 아니다. 최종 판단은 재판부의 몫이며, 선고는 10월 29일 예정돼 있다. 이번 사건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정치적 진영논리가 사실 확인보다 빨라지는 풍경이다. 검찰은 피해가 회복되지 않았고 엄벌을 탄원했다며 구형 이유를 밝혔다. 반면 피고인 측은 허위라고 단정할 수 없고 공익적 가치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결국 법정에서는 누가 더 큰 목소리를 냈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증명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특히 민주당이나 그 주변의 정치세력이 과거 이 의혹을 정치적으로 활용했다면 그 정치적 ..
영화 한 편이 개봉했는데 정치권이 먼저 팝콘을 들고 달려왔다. 1974년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암살자(들)’이 흥행하면서 역사왜곡 논쟁이 다시 불붙었다. 국민의힘 일각은 영화가 박정희 전 대통령이나 당시 권력기관의 개입 가능성을 암시한다며 비판했고, 장동혁 대표는 “노무현 대통령을 건드리면 고소·고발, 박정희 모욕은 표현의 자유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여기서 정치권 모두가 기억해야 할 원칙이 있다. 영화는 법정 판결문도 아니고 역사학자의 최종 보고서도 아니다. 제작진은 실제 사건과 기록을 바탕으로 가상의 인물과 상황을 결합한 극영화이며 특정인을 사건 배후로 확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표현의 자유는 어디까지인가. 의혹을 제기하고 기존 역사관을 비판하는 자유는 민주사회에서 보장..
미국의 2026년 중간선거가 다가오면서 공화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9월 21일 로이터·입소스 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은 32%로 정치 경력 최저 수준이었고, 물가 대응과 이란전쟁에 대한 불만이 주요 배경으로 지목됐다. 특히 경제가 문제였다. 유가는 오르고, 경유 가격은 갤런당 6.50달러 안팎까지 치솟았으며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7% 수준에 이르렀다. 악시오스는 이를 공화당을 아래로 끌어당기는 ‘레드 언더토우’라고 표현했다. 농민의 사정은 더 역설적이다. 2018년 미·중 무역전쟁 때 미국 농산물에 대한 보복관세가 확대되면서 USDA는 농민들에게 최대 120억 달러의 지원책을 내놓았다. USDA 연구에 따르면 당시 보복관세로 농업 수출 손실은 연간 132억 달러로 추산됐다. 역사는 경제와 선거가..
조선의 과거시험은 신분사회에서 능력을 증명하는 드문 통로였지만, 시험을 준비할 시간과 경제력은 누구에게나 같지 않았다. 해방 이후와 1960~70년대 산업화 시대에는 학교가 가난을 벗어나는 사다리가 됐다. 농촌의 학생도 공부 하나로 대학과 도시의 전문직에 진입했다. 그러나 성장의 그늘에서 교육은 주거와 자본을 만나기 시작했다. 1974년 고교 평준화 이후에도 대학입시 경쟁은 계속됐고, 8학군과 대치동은 학교를 넘어 부동산과 사교육의 상징으로 변했다. 2025년 한국 초중고 사교육비는 27조5000억원, 참여율은 75.7%였다. OECD도 한국의 교육 수준은 세계 최고권이지만 부모의 교육 배경에 따른 격차가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25~34세의 고등교육 이수율은 고등교육을 받은 부모를 둔 경우 85%, 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