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1994년 북한의 ‘서울 불바다’ 발언 이후 30년이 넘었다. 당시 박영수 북한 측 대표는 판문점 남북 실무접촉에서 “전쟁이 나면 서울은 불바다가 될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당시 북한은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와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 문제로 미국과 충돌하고 있었다. 그해 북핵 위기는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평양 방문과 북·미 협상으로 이어졌다. 이 장면은 중요한 교훈을 남긴다. 강한 위협의 언어와 외교적 협상은 동시에 존재할 수 있었다. 따라서 ‘불바다’라는 말만으로 전쟁 의도를 단정하는 것도, 반대로 단순한 허풍으로 치부하는 것도 역사적 사실과 맞지 않는다. 이후 북한은 남북관계가 악화될 때마다 유사한 표현을 반복했다. 2015년에도 남측을 불바다로 만들 수 있다는 위협이 나..
2026년 9월 정치권에서 눈에 띄는 변화가 있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과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차기 정치 지도자 조사에서 다시 맞붙고 있다. 한국갤럽의 9월 1~3일 조사에서는 한동훈 9%, 김민석 7%였다. 격차는 2%포인트지만 표본오차가 ±3.1%포인트여서 통계적으로는 오차범위 안이다. 무엇보다 의견 유보가 55%였다. ‘한동훈이 앞섰다’는 사실과 ‘대세가 굳었다’는 해석은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 9월 12~17일 조사에서는 숫자가 다시 달라졌다. 이데일리가 피앰아이에 의뢰한 조사에서 한동훈 10.7%, 오세훈 10.1%, 김민석 10.0%였다. 세 사람의 차이는 0.6~0.7%포인트에 불과했고, ‘없음·잘 모름’도 42.9%였다. 따라서 현재의 정치 지형은 특정 인물의 확정적 우세라기보다 여러..
정치판에는 가끔 한마디의 녹음이 오래된 사건의 방향을 다시 흔든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명태균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 항소심이 그렇다. 2026년 9월 16일 서울고법 형사7부는 김한정 씨가 제출한 2021년 3월 통화 녹음 3건을 명태균 씨 진술의 신빙성을 다투기 위한 탄핵증거로 채택했다. 이것이 곧 오 시장의 무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녹취에는 명씨가 “오세훈이는 몰라예, 모르고”라고 말하고, 김씨도 “내 혼자 해가지고”라며 자신이 오 시장을 돕기 위해 독자적으로 일을 했다는 취지로 말하는 내용이 담겼다. 오 시장 측은 이 대목이 1심 판단과 배치된다고 주장한다. 반면 특검은 다른 시각이다. 제출된 파일 일부가 원본이 아니거나 수정 흔적이 있을 수 있다며 조작 가능성을 제기했고, 35개 녹음 가운데 ..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9월 21일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인사 실패를 포함한 국정 전반에 대해 “종합적인 책임”을 지겠다는 취지를 밝혔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장관 후보자들의 잇단 낙마가 이어진 상황에서 나온 결정이다. 김승원·용혜인 후보자에 앞서 다른 후보자들의 낙마까지 겹치며 인사검증 시스템 자체가 도마에 올랐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비서실장 한 사람의 사의로 인사 논란이 끝나는가? 야권은 이른바 ‘경기·성남 라인’의 인사 개입 의혹까지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현지 제1부속실장과 정진상 전 민주당 정무조정실장의 이름이 거론되지만, 실제 인사 개입 여부는 현재 확인된 사실이 아니라 정치권의 주장과 의혹의 영역이다. 이 지점에서 진중권 등 일부 평론가들이 제기한 강 실장과 성남·경기 라..
집을 볼 때 우리는 가격과 평수, 역세권부터 확인한다. 하지만 옛사람들은 조금 다른 곳을 바라봤다. 창문을 열었을 때 무엇이 보이는가. 풍수에서는 집을 독립된 건물이 아니라 산과 물, 바람과 햇빛이 만나는 하나의 환경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풍수지리에서 가장 오래된 핵심 가운데 하나가 배산임수(背山臨水)다. 뒤에는 산이 있고 앞에는 물이 흐르는 지형이다. 산은 바람을 막고, 물은 생활과 농업·교통을 가능하게 했다. 현대 연구에서도 전통 풍수가 산과 물의 관계를 주거지 선택의 중요한 기준으로 삼았다는 점이 확인된다. 풍수 연구자들이 특히 주목하는 것은 ‘물’이다. 전통 풍수의 수관재물(水管財物)이라는 표현은 물이 모이는 곳을 재물이 모이는 곳으로 바라본 사고를 보여준다. 지리학 연구에서도 과거 농업사회에서..
국회 청문회에서 한 사람의 증언이 쏟아지면 정치권은 곧바로 진영의 언어를 꺼내 든다. 그러나 법정에서 필요한 것은 박수나 야유가 아니라 증거다. 2025년 9월 국회 검찰개혁 청문회에서 조경식 전 KH그룹 부회장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이른바 ‘연어 술자리’와 검찰의 회유 의혹을 증언하면서 논란이 다시 불붙었다. 조 전 부회장은 검찰이 쌍방울 측에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와 이화영 전 부지사를 사건에 연결하도록 압박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는 조 전 부회장의 증언과 주장이지 그 자체가 법적 사실로 확정된 것은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이미 법원의 판단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이화영 전 부지사는 대북송금 사건에서 유죄가 확정됐고, 대법원은 검찰의 회유로 허위진술을 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
대통령의 말은 순간이지만, 해명은 역사가 된다. 2022년 윤석열 전 대통령의 미국 순방에서 터진 ‘바이든-날리면’ 논란이 그랬다. 발언 영상이 공개된 뒤 대통령실은 약 15시간이 지나서야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라고 공식 해명했다. 동시에 미국 의회가 아니라 한국 국회를 가리킨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해명의 속도만이 아니었다. 처음 들린 음성과 대통령실의 설명이 달랐고, 정치권은 곧바로 진영 싸움에 들어갔다. 국민은 대통령의 외교 성과보다 마이크에 잡힌 몇 초의 음성을 반복해서 들어야 했다. 외교가 어느새 ‘국정’에서 ‘듣기평가’로 바뀐 순간이었다. 그리고 2026년, 뉴욕공항에서 다시 마이크가 등장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유엔총회 일정을 마치고 멕시코로 이동하기 직전 주변에서 오간 말이 영상으로..
백악관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붉은 카펫과 국빈만찬, 군 의장행사까지 화려한 예우를 선보였다. 트럼프 대통령도 시 주석과의 관계를 “매우 좋다”고 강조하며 정상회담을 생산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외교의 성적표는 만찬장이 아니라 합의와 후속 조치에서 나온다. 이번 회담에서 확인된 가장 구체적인 성과는 무역 휴전의 연장이다. 하지만 이는 새로운 대타협이라기보다 기존 갈등을 관리하기 위한 시간을 더 확보한 조치에 가깝다. AI 협력 역시 대화를 이어가는 수준이고, 대만·이란·첨단기술 통제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특히 시진핑은 미국에 대만 독립에 반대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반면 미국은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강조해 왔다. 따라서 정상회담에서 중국의 요구가 공개적으로 제기됐다는 사실과 미국이 그..
추석날 열린 한·일전에서 한국 야구가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슈퍼라운드 1차전에서 한국은 일본에 0-5로 완패했다. 한국은 프로선수 중심으로 대표팀을 꾸렸지만, 일본은 사회인야구 선수들로 구성됐다. 한국 타선은 4안타에 그쳤고 일본 선발 히구치 신에게 7이닝 무실점으로 봉쇄됐다. 그러나 이 경기를 단순히 ‘굴욕’이나 ‘참사’라고만 소비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질문은 더 근본적이어야 한다. 왜 프로와 사회인의 경계가 경기장에서 무너졌는가? 일본 사회인야구는 기업의 지원 아래 선수들이 직장생활과 훈련을 병행하면서도 높은 수준의 경쟁력을 유지해온 독특한 스포츠 문화다. 류지현 감독도 경기 전부터 “사회인 야구라고 기량이 떨어지는 것은 절대 아니다”라며 일본 투수들의 제구력과..
이재명 대통령이 다시 “2030년 6월 2일을 넘기는 일은 절대로 없다”고 밝혔습니다. 연임하지 않겠다는 약속입니다. 그렇다면 국민이 확인할 것은 임기 종료 날짜만이 아니라 그날까지 국가를 누구에게 맡기고, 어떤 기준으로 운영할 것인가입니다. 특히 안보와 인사는 별개의 문제가 아닙니다. 대통령이 국방부 장관을 임명하고, 장관은 군의 대응체계와 지휘체계에 영향을 미칩니다. 법무부 장관 역시 수사와 사법행정이라는 국가의 핵심 제도를 책임집니다. 결국 인사는 국가 위기 때 누가 판단하고, 누가 책임질 것인가를 결정하는 문제입니다. 9월 21일 DMZ에서 지뢰로 추정되는 폭발로 우리 장병들이 다쳤습니다. 한기호 의원은 국방부의 대응과 미군 헬기 후송 문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습니다. 정치적 공방으로 끝낼 것이 아..
추석을 앞둔 한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통령 국정운영 긍정평가는 30.6%, 부정평가는 66.1%로 나타났다. 또 대통령 관련 재판에 대해서는 ‘즉시 재개’ 47.6%, ‘임기 후 재개’ 30.3%로, 합계 77.9%가 재판 재개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다만 이는 9월 20~21일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특정 조사 결과이며 국민 전체의 최종 결론으로 확대해서는 안 된다. 숫자가 던지는 핵심은 분명하다. 대통령의 권력도, 사법부의 권한도 국민의 감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대통령과 대법원이 인사를 둘러싸고 충돌하는 상황에서도 필요한 것은 정치적 힘겨루기가 아니라 헌법과 법률에 따른 설명과 검증이다. 그런데 야당의 모습에서는 또 다른 질문이 나온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25일 한동훈 의원의 복당..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또다시 한동훈 무소속 의원의 복당에 선을 그었다. 9월 25일 장 대표는 당원게시판 사건의 경찰 수사가 끝날 때까지 복당 문제 자체를 언급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한동훈의 과거 행태도 달라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여기서 국민이 묻지 않을 수 없다. 장동혁 대표는 당 대표인가, 판사인가. 당원게시판 의혹은 경찰이 수사하고 있는 사건이다. 수사 중인 의혹과 법적으로 확정된 범죄는 엄연히 다르다. 그런데 정치적 책임을 묻는 수준을 넘어 법적 판단이 끝난 것처럼 이야기한다면, 그것은 정치와 사법의 경계를 흐리는 일이다. 더구나 장 대표는 당원게시판 문제를 “보수정당의 운명과 관련된 문제”라고까지 확대했다. 보수정당의 분열과 과거 정부의 국정 동력 저하까지 이 사건과 연결했다. 그러..
정치의 균열은 거창한 선언보다 같은 진영 안에서 서로의 언어가 달라지는 순간 시작된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과 유시민 작가의 충돌이 그렇다. 유시민은 이 대통령의 검찰개혁 구상을 두고 기존 민주당의 개혁 방향과 다르며 “국민을 속인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고, 청와대는 이를 “근거 없는 비난성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이틀 뒤 멕시코에서 이 대통령은 강경파의 ‘선명성 경쟁’을 경계하며, 과도한 주장이 오히려 개혁을 좌초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2004년 국가보안법 논쟁을 소환했다. 당시 여야의 잠정 합의가 있었지만 열린우리당 내부 이견으로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는 사실은 확인된다. 다만 이를 오로지 유시민 한 사람의 책임으로 단정하는 것은 역사적 사실을 지나치게 단순화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정치적 ..
이재명 대통령이 다시 한번 선을 그었다. 2030년 6월 2일을 절대로 넘기지 않겠다며 연임하지 않겠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말만 놓고 보면 임기 연장에 대한 의심을 해소하려는 메시지다. 그러나 국민이 주목하는 것은 말보다 그 이후의 권력 행사다. 지금 논란의 중심에는 대법관 재제청 문제와 검찰 지휘부 인사가 있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청와대의 대법관 후보자 재제청 요구에 헌법적 근거와 구체적 사유가 없다는 취지로 거부 의사를 밝혔다. 청와대는 이를 반박했고, 여당에서도 강도 높은 비판이 이어졌다. 검찰 쪽에서도 묘한 장면이 발생했다. 검찰청 폐지를 앞두고 이정현 대검 차장이 검찰총장 직무대행을 맡았고, 그가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의 ‘공소 취소’ 문제에 대해 진상조사 결과를 살펴봐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