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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문헌증거 — 기록은 분명히 존재한다『송서』는 백제가 요서를 차지했다고 기록하고, 『양서』·『남사』가 이를 계승한다. 『통전』도 진평의 위치를 설명한다. 따라서 ‘요서 관련 기록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다만 후대 사서가 앞선 기록을 계승했기 때문에 네 권을 네 개의 독립 증언으로 세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② 반론 — ‘접촉’과 ‘지배’는 다르다4세기 요서는 전연·부여계 이주민·고구려 등 여러 세력이 움직이던 공간이었다. 정재윤은 『진서』와 346년 『자치통감』을 분석해 백제와 요서의 부여계 이주민 사이 접촉 및 백제의 요서 거점 가능성을 제시했다. 동시에 남조에 전달된 정보가 ‘점유’로 인식될 정도로 확대됐을 가능성도 논의한다. ③ 고고학증거 — 결정적인 차이는 여기 있다광대한 지역의 장기간..
이재명 대통령의 개헌 해명과 김지용 초대 중대범죄수사청장 임명은 권력의 책임과 수사기관의 독립성을 다시 묻게 한다. 이 대통령은 개헌에 국회의원 200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므로 자신의 뜻대로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개헌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사실과 권력의 장기화에 대한 국민의 우려는 별개의 문제다. 권력은 의도만으로 평가받는 것이 아니라 제도와 인사, 실제 행동으로 검증받아야 한다. 김지용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정치적 중립과 공정한 수사를 약속했다. 하지만 여권 의원들이 후보자의 과거 수사 이력을 문제 삼았고, 후보자는 과거 사건과 관련해 사과할 용의도 밝혔다. 과거 수사의 적법성을 따지는 것은 정당하지만, 특정 진영에 속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수사기관장을 압박한다면 개혁은 또 다른 정치적 통..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국정감사에서 소방을 두고 ‘골치 아픈 재정 빨대’라고 표현한 사실이 논란을 일으켰다. 보도에 따르면 추 지사는 소방 인건비와 사업비 등으로 인한 지방재정 부담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해당 발언을 했으며, 소방공무원 노동조합은 소방관의 헌신을 폄훼했다며 반발했다. 이번 논란은 단순한 말실수를 넘어 소방 재정의 책임과 공직자를 바라보는 정치의 언어를 함께 돌아보게 한다. 먼저 정책적 문제 제기와 표현의 적절성은 구분해야 한다. 소방공무원의 인건비와 운영비를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는 구조에 문제가 있다면, 국가와 지방정부 사이의 재정 분담을 재검토하는 것은 정당한 정책 과제다. 소방 인력과 장비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비용이 증가한다면 재정 부담의 규모와 원인을 따져 합리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1. 대만보다 깊은 추락, 한국 증시의 경고2026년 10월 15일, 한국 증시가 투자자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관련 보도에 따르면 코스피 하락률은 7.6%로 대만의 3.4%를 크게 웃돌았다. 이른바 ‘5500피’ 시대의 기대가 무색하게 시장은 급락했고, 빚을 내 투자한 개인들의 불안은 커졌다. 신용융자 잔액이 34조 원에 이르렀다는 보도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경고다. 주가가 오를 때는 수익을 기대하지만, 폭락하면 빚과 이자, 반대매매의 부담은 고스란히 개인에게 돌아온다.2. 역사가 가르치는 과욕의 대가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2년 세계적인 금리 인상은 시장의 낙관이 얼마나 빠르게 공포로 바뀔 수 있는지 보여줬다. 경제학자 하이먼 민스키가 강조한 금융 불안정성의 논리처럼, ..
― 법의 원칙을 흔드는 권력과 검증을 잊은 지식인, 무너지는 공적 책임 정의로운 사회는 권력자의 뜻을 잘 받드는 사람이 아니라 잘못된 권력에 당당하게 맞서는 사람이 존중받는 사회다. 그러나 최근 대법관 후보자 재제청 논란과 국립중앙박물관의 친일 인사 서예 작품 전시 오류는 우리 사회의 법치주의와 역사적 책임, 지식인의 양심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의문을 던진다. ■ 헌법은 권력의 편의에 따라 해석하는 것이 아니다 10월 1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조원철 법제처장은 대통령이 대법원장의 대법관 후보자 제청에 반드시 구속되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답변했다. 아울러 대법원장이 재제청하지 않아 대법관 임명과 법원 운영에 차질이 발생한다면 헌법상 책무를 다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
역사는 때때로 한 사람의 이름에서 거대한 바다를 건넌다. 4~5세기 백제의 목라근자·목만치·목협만치가 그렇다. 『일본서기』에는 목라근자의 아들 목만치가 등장하고, 『삼국사기』에는 475년 한성이 함락된 뒤 문주왕과 함께 남하한 목협만치가 나온다. 한국사데이터베이스도 목만치와 목협만치의 동일인설이 존재하지만 연대 문제 때문에 논쟁적이라고 설명한다. 즉 이름은 이어지지만 혈통과 동일인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더 흥미로운 것은 일본이다. 일부 연구는 목만치를 일본의 소가만치와 연결하고, 소가씨의 일부 계통을 백제계 정치세력으로 해석한다. 그러나 다른 연구에서는 소가씨의 성장을 일본 내부의 재정·창고 관리권, 계체왕조 세력과의 정치적 연합으로 설명한다. 따라서 “백제 목씨가 일본 왕실을 장악했다”는 표현은 학..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은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책무다. 그러나 흉기 앞에서 경찰이 물러서고, 신변보호를 받던 피해자가 범죄를 피하지 못하며, 시민들이 오가는 쇼핑센터에서 또다시 참혹한 난동이 벌어진다면 국민은 무엇을 믿어야 하는가. 최근 잇따른 사건은 대한민국의 범죄 대응과 국민안전보호망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묻고 있다. 2021년 인천 층간소음 흉기 난동 사건 당시 경찰관들이 현장을 이탈해 피해자 보호에 실패한 사실은 국민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경찰은 현장 대응 강화와 교육 개선을 약속했지만, 안전은 선언만으로 확보되지 않는다. 위급한 순간 피해자 곁을 지키고 위험에 맞서야 할 경찰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국민의 신뢰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최근 인천 남동구 구월동의 한 대형 상업시..
정치는 권력을 얻는 기술이지만, 민주주의는 그 권력을 절제하는 능력이다. 국회 의석수가 많다고 국민의 뜻을 독점하는 것도, 반대하는 목소리를 억누를 권한까지 얻는 것도 아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의 야당 의원 징계 추진과 추미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둘러싼 논란은 한국 정치가 어디로 향하는지 묻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민주당은 주진우 의원과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 등에 대한 징계를 추진하고, 의원 자격 정지 가능성까지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징계 사유와 절차의 정당성은 별도로 따져야 한다. 국회의원의 위법·부당한 행위에 책임을 묻는 것 자체가 잘못은 아니다. 그러나 징계가 정치적 보복이나 비판 봉쇄의 수단으로 비친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법과 규칙은 상대를 공격하는 창이 아니라 여야 모두를 구..
대한민국 외교의 최우선 과제는 국가의 주권과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것이다. 자주외교는 주권국가의 당연한 권리이며, 미국의 요구라고 해서 무조건 수용할 이유도 없다. 그러나 자주외교가 현실적인 안보 역량과 동맹의 신뢰를 바탕으로 하지 않는다면 자주가 아니라 고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최근 한미 간 대북 정보 공유 갈등과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검증 문제가 불거지면서 이재명 정부의 외교안보 전략이 중요한 시험대에 올랐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군의 전작권 전환을 위한 완전운용능력(FOC) 검증이 충족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보였으며, 연내 검증 완료 구상에도 차질이 생겼다. 전작권 전환은 주권 회복이라는 상징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할 군사적 능력과 연합작전 수행 역량, 한..
“최소 10살은 어려졌네요.” 비싼 시술도, 고가의 화장품도 필요 없이 소금물만 마시면 45세 얼굴이 35세로 돌아간다니, 이쯤 되면 피부과보다 소금 창고가 먼저 문전성시를 이룰 판이다. 최근 온라인에서 눈길을 끄는 피부 관리 글이 등장했다. 주름과 기미로 고민하던 40대 여성이 수백만 원의 피부과 시술을 받았다가 피부가 민감해졌고, 고급 에스테틱에서도 관리를 거절당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반전은 뜻밖에도 소금물 한 잔이었다. 피부 장벽을 회복하고 염증을 배출하면 젊어진다는 설명까지 이어진다. 이야기만 놓고 보면 한 편의 드라마다. 자녀의 말에 상처받은 엄마, 비싼 시술의 실패, 양심적인 관리사의 등장, 그리고 소금물이라는 극적인 해답까지. 독자의 감정을 흔드는 데는 제법 능숙하다. 다만 감동적인 이야기..
검찰청이 폐지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이 출범하면서 대한민국 형사사법체계가 큰 변화를 맞았다. 수사와 기소를 분리해 권력 집중을 막겠다는 취지는 분명하다. 그러나 개혁은 명분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출범 첫날부터 조직 수장과 인력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았다는 지적과 시스템 미비가 제기되면서 ‘개혁의 속도’와 ‘국민의 안전’ 사이의 간극이 드러났다. 특히 8월 말 기준 검찰 미제사건은 16만4822건에 이른다. 이 사건들이 성격에 따라 공소청·중수청·경찰 등으로 나뉘어 이관되면서 담당 기관 변경과 기록 재검토에 따른 지연 가능성도 제기된다. 문제는 수사권 분산 자체가 아니라 분산 이후 국민에게 책임질 주체가 명확한가다. 경찰, 중수청, 공소청, 공수처와 특사경으로 수사기관이 복잡해질수록 사건을 어디에 맡겨..
헌법재판소는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국가권력을 통제하는 최후의 보루다. 그런 헌법기관의 수장에게는 일반 공직자보다 더 높은 수준의 절제와 책임이 요구된다. 그런데 김상환 헌재소장이 지난해 스페인 마드리드 세계헌법재판회의 총회 출장에 배우자를 동행시키면서 배우자 여비 1,031만 3,000원을 헌재 예산으로 지출한 사실이 확인됐다. 전체 출장비는 5,821만 9,000원이었다. 쟁점은 단순히 배우자가 해외출장에 동행했다는 사실이 아니다. 핵심은 국민 세금으로 배우자의 출장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공적 목적과 예산 집행의 원칙에 부합했느냐이다. 헌재는 주최 측의 ‘동행자’라는 표현에 배우자가 포함되고, 과거에도 배우자 동행 사례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출장단 6명 역시 과거 선례에 따라 예산을 편성했다고 밝혔다..
2026년 10월 3일 북한은 원산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했다. 합참은 700㎞ 이상 비행했다고 밝혔고, 한미 정보당국이 제원을 정밀 분석하고 있다. 이는 올해 들어 15번째 탄도미사일 발사다. 더 주목할 대목은 시점이다. 북한 김여정은 전날 이재명 대통령의 긴장 완화 메시지를 ‘자작 광대극’이라고 비난했고,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대화 제의도 일축했다. 그리고 하루 뒤 북한은 다시 미사일을 쐈다. 물론 대화와 긴장 완화 노력 자체가 잘못이라는 뜻은 아니다. 한반도에서 충돌을 막기 위한 외교와 대화는 필요하다. 그러나 상대가 대화를 거부하고 군사적 행동을 반복한다면 평화정책 역시 말이 아니라 억제력과 현실적 대응 능력을 함께 보여줘야 한다. 국내 문제도 마찬가지다. 10월 2일 78년 ..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논란은 단순한 영화평을 넘어 역사와 창작의 경계를 묻고 있다. 1974년 8월 15일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소재로 한 이 작품은 당시 사건의 공식 결론과 다른 가능성을 제기한다. 제작진은 “기록에 영화적 상상력을 더한 극영화”이며 특정 인물을 배후로 규정하지 않았다고 설명한다. 진중권 교수는 정반대의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케네디 암살 음모론과 영화의 논리가 닮았다며, 의문과 정황을 이어 붙여 거대한 배후를 만들어내는 방식에 비판적 시선을 보냈다. 특히 “영화적 상상력”이라는 이름으로 음모론적 서사가 역사적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가능성을 경계했다. 여기서 역사학자들이 강조해온 사료비판의 원칙이 중요하다. 역사가는 기록의 작성자, 작성 시점, 목적, 상호 모순 여부를 따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