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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을 막은 혐의로 국민의힘 김기현·나경원·권영진·윤상현 의원이 재판에 넘겨졌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특검은 이들이 지난해 1월 한남동 관저 앞에서 지지자들과 함께 이른바 ‘5중 인간벽’을 만들고 공수처의 영장 집행을 약 2시간 동안 막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직 국회의원이라는 신분을 내세워 진입을 방해했고, 다중의 위력을 행사했다는 것이 특검의 판단이다. 하지만 이제 중요한 것은 특검의 주장 자체가 아니라 법정에서 확인될 확실한 증거다. 특히 특수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하려면 단순히 사람들이 길을 막았다는 사실을 넘어 구체적인 폭행이나 협박이 있었는지를 입증해야 한다. 그런데 수사기관의 발표와 언론 보도가 먼저 쏟아지고, 정작 핵심인 물리력 행사에 대한 명확한 증거가 충분한지는 ..
제주 장미란씨 실종사건을 담당한 경찰관이 허위로 사건을 종결한 의혹에 이어, 지난 7월 2일 다른 실종사건에서도 유사한 허위종결을 한 정황이 확인돼 긴급체포됐다. 경찰은 직무유기와 공전자기록 위작·행사,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적용했다. 장씨와 통화했다는 취지의 보고와 달리 통화기록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도 논란을 키운다. 이번 사건을 단순히 한 경찰관의 일탈로만 볼 것인지, 조직의 감독과 통제 시스템까지 점검할 것인지가 핵심이다. 특히 전국적으로 공직사회 비위와 권한 남용 논란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수사기관의 권한이 커질수록 그에 상응하는 외부 감시와 책임 장치도 강화돼야 한다. 역사는 권한과 견제의 균형이 무너질 때 어떤 문제가 생기는지 보여준다. 역사학자 액턴은 권력이 부패할 위험을 경고했고..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반도체 경쟁력 회복의 중요한 기회를 맞고 있다.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공장이 이르면 이달 말 시범 가동에 들어갈 예정인 가운데 테슬라·브로드컴 등 글로벌 기업의 수주가 이어지면서 생산능력이 가동 초기부터 상당 부분 채워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는 삼성전자뿐 아니라 국내 장비·소재·부품 협력업체와 지역경제에도 중요한 기회다. 그러나 기술 경쟁력만으로 기업의 성장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투자와 고용이 지속되려면 예측 가능한 노사관계와 명확한 법적 기준도 필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노란봉투법을 둘러싼 논쟁은 감정적인 찬반보다 제도의 실제 영향을 냉정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노란봉투법의 취지는 노동자의 단체교섭권과 쟁의행위에 대한 권리를 확대하고, 하청 노동자도 실질적인 사용자와 교섭..
삼성 창업주 이병철 회장이 남긴 종교적 질문 가운데 가장 오래 남는 것은 “신은 왜 인간에게 죽음을 주었는가”라는 물음이다. 평생 돈과 산업을 다룬 기업가도 결국 피할 수 없는 죽음 앞에서는 숫자로 답할 수 없는 질문과 마주한 것이다. “인간은 죽음이 두려워 신을 만들었다”는 주장은 어느 정도 설명력을 가진다. 심리학자 어니스트 베커는 인간이 자신의 죽음을 인식하기 때문에 강한 불안을 경험하며, 문화와 종교가 그 불안을 견디게 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았다. 공포관리이론도 사람들이 죽음의 불안을 줄이기 위해 종교와 가치관에 의지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이것이 곧 “신은 인간이 만들어낸 허구다”라는 증거는 아니다. 종교가 심리적 기능을 한다는 것과 실제로 신이 존재하는가는 전혀 다른 질문이다. ..
삼성 창업주 이병철(1910~1987) 회장은 세상을 떠나기 한 달여 전 가톨릭 신부에게 24개의 종교·철학 질문을 남겼다고 전해진다. “신의 존재를 어떻게 증명할 수 있는가?”에서 “신은 인간을 사랑한다면 왜 고통과 불행과 죽음을 주었는가?”까지였다. 그는 평생 경제와 경영의 세계에서 살았지만 마지막에는 숫자로 풀 수 없는 질문 앞에 섰다. 이 질문들이 2011년 공개되면서 한국 사회에서도 큰 관심을 끌었다. 가장 날카로운 질문이 바로 죽음이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에피쿠로스는 죽은 뒤에는 감각할 주체가 없으므로 죽음 자체를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고 논증했다. 반대로 기독교는 죽음을 인간 존재의 한계이자 구원의 문제로 바라본다. 전도서 3장 20절은 “다 흙으로 말미암았으므로 다 흙으로 돌아가나니”라고 ..
예수를 둘러싼 가장 흥미로운 논쟁은 “역사 속 예수는 누구였고, 어떻게 ‘그리스도’가 되었는가”다. 역사학자 E. P. 샌더스는 예수를 제2성전기 유대교의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보았고, 게자 버메스는 예수를 당시의 유대교적 카리스마 지도자 전통 속에서 살폈다. N. T. 라이트는 예수의 하나님 나라 선포와 십자가·부활을 하나의 역사적 서사로 연결한다. 반면 바트 어먼은 복음서가 신앙공동체를 거치며 전승됐다는 점을 강조하며 역사적 예수와 신앙의 그리스도를 구분한다. 역사적 자료가 비교적 분명한 부분도 있다. 예수는 서기 1세기 갈릴리와 유대 지역에서 활동했고, 본디오 빌라도가 총독으로 있던 시기에 십자가형을 당했다는 데 상당한 학계의 합의가 있다. 요세푸스와 타키투스 같은 외부 문헌도 초기 그리스도교와..
권력은 참 달콤한가 보다. 국회의원에서 장관으로 가는 길은 꽃길처럼 보이지만, 요즘 김승원 후보자를 보면 권력의 맛을 보기도 전에 인생의 쓴맛부터 제대로 보고 있는 모양새다. 자녀 위장전입 논란에 신약 임상승인 관련 로비 의혹까지 연이어 터졌다. 물론 여기서 선을 지켜야 한다. 보도된 의혹과 법적으로 확인된 사실은 다르다. 김 후보자 역시 교육 목적이었다거나 부당한 청탁은 아니었다는 취지로 해명하고 있다. 그런데 국민 입장에서는 묻게 된다. “장관이 되면 법과 원칙을 이야기할 텐데, 정작 본인에게 제기된 의혹에는 왜 이렇게 설명할 것이 많은가?” 청년들은 취업 한번 하려고 이력서 한 줄, 학점 한 점, 인턴 경력 하나까지 털어놓는다. 집 한 채 마련하려고 대출 규제와 세금에 머리를 싸매고, 월급날이면 카..
김병기 무소속 의원을 둘러싼 경찰 수사가 또 다른 논란을 낳고 있다. 경찰은 지난해 수사에 착수한 뒤 약 1년 동안 수사를 진행했고, 올해 2~4월 김 의원을 7차례 조사했다. 그런데 최종 조사 뒤 약 5개월이 지나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검찰은 나흘 만에 영장을 돌려보내며 구속 필요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고 일부 혐의는 증거 보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물론 이것만으로 경찰 수사가 ‘엉터리’였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 역시 형사소송법에 따른 정상적인 절차다. 현행법은 경찰이 신청한 영장의 청구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검사가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이 주목해야 할 대목은 따로 있다. 1년 가까이 수사하고 7차례 소환한 사건에서 왜 구속의 필요성과 핵심 증거가 ..
이재명 정부의 2기 개각 청문회 정국이 어수선한 가운데 청와대가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 재제청을 서둘러 달라는 메시지를 냈다. 대법관 공석을 해소하는 것은 당연히 필요하다. 하지만 문제는 시점과 태도다. 공교롭게도 조희대 대법원장은 법원의 날 기념식에서 사법부 독립을 강조하며 정치권력이나 외부 세력의 부당한 간섭을 경계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실이 재제청을 신속하게 요구하면 국민에게는 사법부를 재촉하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 특히 대법원은 대통령의 뜻대로 움직이는 기관이 아니다. 대법관은 대통령의 측근도, 정권의 방패도 아니다. 헌법과 법률에 따라 판단해야 하는 자리다. 대통령에게 필요한 것은 내 뜻에 맞는 대법원이 아니라 내 뜻과 달라도 법대로 판단하는 대법원이다. 더욱이 이재명 대통령은 사법 문제..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오세훈 서울시장의 정치적 운명을 사실상 장담하는 듯한 발언을 내놓았다. 내년 서울시장 선거를 언급하며 오 시장의 ‘유죄 99.9%’를 거론한 것이다. 하지만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의 최종 결과를 집권 여당 대표가 숫자까지 붙여 단정하는 것은 신중하지 못하다. 더구나 법원 판단은 정치인의 확신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오세훈 시장 사건 역시 1심 판단이 내려졌지만, 최종적인 사법 판단은 많은 과정이 남아 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증인으로 법정에 나와 명태균 씨를 두고 “자기 과시를 위해 말을 만들어서 하는 사람”이라고 평가한 것도 재판에서 검증돼야 할 증언 가운데 하나다. 그런데 정치권은 벌써 선거 결과를 계산하고 있다. ‘한동훈 OUT’, ‘오세훈 OUT’ ..
정국이 어지럽다. 인사 논란과 민생 문제가 쌓이는 상황에서 집권 여당 대표가 한동훈 의원의 의원직 제명이나 자격정지를 거론하는 모습은 국민에게 어떻게 보일까. 마치 소꿉장난하듯 당장 일어나지도 않을 일에 헛물을 켜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더욱이 김민석 대표가 한동훈 의원을 미래의 대선 경쟁자로 보고 미리 싹을 잘라버리겠다는 ‘1타 3피’ 전략을 생각했다면 그것은 상당한 오산일 수 있다. 한동훈을 공격하면서 김승원 후보자 논란의 관심을 돌리고, 당내 결속을 다지고, 잠재적 경쟁자까지 제거하려는 계산이었다면 오히려 세 마리 토끼를 잡기는커녕 국도 쏟고 궁둥이도 데이는 꼴이 될 수 있다. 정치에서 경쟁자를 공격한다고 경쟁력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거대 여당이 한 정치인을 제도적으로 ..
요즘 정치권에서 대통령 연임을 가능하게 하는 개헌론이 다시 나온다. 하지만 청년들의 입장에서 먼저 묻고 싶다. 지금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대통령 임기를 한 번 더 허용하는 일인가? 연임제 자체가 나쁜 제도라는 뜻은 아니다. 미국 등 여러 나라가 대통령 연임제를 운영한다. 문제는 언제, 왜, 누구를 위해 개헌하느냐다. 개헌은 특정 대통령의 임기를 늘리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다음 세대의 국가 운영 틀을 바꾸는 일이기 때문이다. 특히 현직 대통령의 연임 가능성과 맞물린 개헌이라면 국민은 자연스럽게 의심할 수밖에 없다. “국가의 미래를 위한 개헌인가, 현 정권의 미래를 위한 개헌인가?”라는 질문이다. 헌법을 고치는 순간부터 정치적 이해관계가 앞선다면 개헌의 명분도 약해진다. 연임제가 대통령의 책임정치를 강..
마가복음을 읽을 때 가장 먼저 경계해야 할 것은 기적을 믿느냐, 믿지 않느냐로 본문의 의미를 끝내는 것이다. 마가복음은 예수의 초자연적 행위를 전하면서 동시에 인간과 하나님 나라에 대한 매우 현실적인 질문을 던진다. 마가복음은 대체로 1세기 후반에 형성된 복음서로 이해된다. 4장 ‘씨 뿌리는 자의 비유’는 길가·돌밭·가시덤불·좋은 땅에 떨어진 씨를 말한다. 본문 자체가 씨를 ‘말씀’과 연결하기 때문에 핵심은 씨의 능력보다 그것을 받아들이는 토양, 곧 인간의 마음과 삶이다. 최근 연구도 이 비유를 신명기와 이사야의 전통 속에서 읽으며 ‘듣고 행하는 것’을 강조한다. 흥미로운 것은 씨가 차별하지 않고 뿌려진다는 점이다. 문제는 씨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어떤 땅에 떨어졌느냐이다. 오늘날로 바꾸면 좋은 정보와 교..
이재명 대통령의 ‘임기 제한’ 발언을 둘러싼 논란과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공방을 보면 정치가 또 말의 해석에 매달리고 있다. 대통령 발언의 진의를 확인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확인되지 않은 의혹을 계속 키우는 것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 국민은 이제 이런 정치적 말장난에 피곤하다. 임기냐 연임이냐, 누가 누구를 ‘아웃’시키느냐 같은 정치권의 공방이 국민의 삶을 어떻게 개선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의 책임은 더 크다. 집권세력이라면 논란을 말싸움으로 넘기지 말고 명확하게 설명해야 한다. 개각 인사 검증, 부동산, 물가, 복지, 일자리 같은 현실 문제에 집중하고, 미국의 역할이 달라지는 국제질서 속에서 한국의 외교·안보·통상 전략도 국민에게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 장동혁 대표 역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