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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걀 한 알이 브라질에서 한국까지 날아왔다. 그런데 가격표를 보니 놀랍다. 현지 구매가격은 178원인데 운송비와 관세 등을 합친 수입단가는 1,464원이다. 항공운임만 959원, 전체 단가의 65.5%였다. 달걀도 비행기를 타니 귀한 몸이 됐다. 닭이 알을 낳았는데 항공사가 더 큰 몫을 챙기는 셈이다. 정부는 조류인플루엔자(AI)로 인한 공급 불안에 대비하고 수입선을 다변화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브라질산 달걀의 평균 공급가격은 한 알에 약 131원이었다고 한다. 취지는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국민 세금이 들어가는 정책이라면 선의만으로는 부족하다. 비용과 효과를 따지는 계산서도 함께 내놓아야 한다. 더욱이 한동훈 의원은 이재명 대통령이 룰라 브라질 대통령에게 준 외교적 선물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
세상에는 돈보다 따뜻한 어른이 필요하다 한 시대를 웃게 하고 울렸던 배우 최불암 선생이 우리 곁을 떠났다. 그러나 그가 남긴 것은 수많은 드라마의 장면만이 아니다. 산업화와 도시화의 격랑 속에서 가족을 지키고 이웃을 보살피던 아버지의 모습, 그리고 사람을 함부로 판단하지 않는 어른의 품격이다. 드라마 ‘전원일기’의 김 회장은 농촌을 떠나 도시에서 살아야 했던 사람들에게 마음의 고향이었다. ‘수사반장’의 박 반장은 범죄를 단죄하면서도 범죄 뒤에 숨은 인간의 사정과 존엄을 외면하지 않았다. 엄격하지만 따뜻하고, 원칙을 지키면서도 사람을 이해하려는 모습은 오늘날에도 유효한 사회적 가치다. 그의 따뜻함은 연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최불암 선생은 1981년부터 어려운 어린이들을 돕기 시작했고, 초록우산과 인연을 이..
리플의 도전에서 배우는 돈과 신뢰의 철학 세상에는 돈을 벌기 위해 시작한 일이 있고, 세상에 필요한 일을 하다 보니 돈이 따라오는 경우도 있다. 차이는 출발점에 있다. 돈만 바라보면 눈앞의 이익에 흔들리지만, 사람들의 불편을 해결하고 사회에 필요한 가치를 만들면 더 오래 지속할 가능성이 커진다. 디지털 금융기업 리플의 도전은 우리에게 이 단순하면서도 깊은 진리를 생각하게 한다. 리플은 국제 송금과 결제 기술을 기반으로 디지털 자산 보관, 스테이블코인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며 금융 인프라 기업으로의 변신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금융의 미래가 단순히 돈을 빠르게 옮기는 기술을 넘어 비용을 줄이고 신뢰를 확보하는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세계 금융시장은 지금 거대한 전환기를 맞고 있다. 인공지능과..
이재명 대통령이 2일 정치적 올바름이 대중의 반발과 피로감에 부딪힌 이유로 ‘언행불일치·내로남불·이중잣대’를 지적했다고 한다. 정치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원인을 짚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국민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정치인의 문제 진단이 아니라 권력을 가진 사람부터 달라지는 모습이다. 정치적 피로감은 어느 날 갑자기 생기지 않는다. 자신에게는 관대하면서 상대에게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야당 시절 비판하던 일을 집권 후에는 정당화하며, 법과 원칙을 말하면서 자기편의 잘못에는 침묵하는 정치가 반복될 때 국민은 실망한다. 공정은 상대를 공격하는 무기가 아니라 자신에게도 똑같이 적용해야 하는 원칙이다. 국회에서는 예산 심사가 본격화되고 있다. 예산은 정권의 선물이 아니라 국민이 낸 세금이다. 민생과..
집속탄에 드론까지… 평화는 희망만으로 지켜지지 않는다 전쟁은 변했는데 안보의 시계도 그 속도를 따라가고 있을까? 북한은 지난 10월 31일 집속탄 탄두의 전투 적용성과 위력을 평가하는 시험을 했다고 발표했다. 축구장 18개 면적을 초토화할 수 있다는 주장까지 내놓았다. 북한의 발표를 그대로 사실로 단정할 수는 없지만, 집속탄과 미사일, 드론을 결합한 공격 능력이 현실적인 안보 과제로 떠오른 것은 분명하다. 북한은 정찰·자폭·무장 드론 개발을 과시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값싼 드론이 전차와 포병, 군사시설을 위협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경험이 실제 전술과 기술 습득으로 이어졌다면 우리에게는 더욱 심각한 문제다. 낡은 무기가 모두 사라지지 않았더라도 새로운 무기가 전장의 규..
역사는 때때로 정복자의 이름보다 한 줄의 기록에서 더 큰 비밀을 드러낸다. 금나라 정사 《금사》 권1은 왕실의 시조 함보(函普)에 대해 “처음 고려에서 왔다”고 기록한다. 금나라를 세운 아골타의 선조를 설명하는 공식 역사서가 왜 굳이 ‘고려’를 출신지로 적었을까? 이 기록은 단순한 야사가 아니다. 《고려사》에도 완안부 수장 영가가 자신의 선조 함보가 고려에서 왔기 때문에 고려를 ‘부모의 나라(父母之邦)’라고 여겼다는 기록이 전한다. 고려와 여진이 훗날 전쟁까지 벌였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매우 역설적인 장면이다. 학계의 해석은 갈린다. 김인희 연구자는 《금사》와 《고려사》에 독립적으로 남은 함보의 고려 내원 기록을 중요하게 보며 실제 고려 출신일 가능성을 높게 본다. 반면 서구의 금·여진사 연구자 허버트..
“너의 처음 사랑을 버렸느니라.”(계 2:4) 에베소 교회를 향한 이 말씀은 2천 년 전 경고가 아니다. 오늘 교회를 향한 질문이기도 하다. 예배는 뜨겁고 설교도 은혜로운데, 이상하게 예배당 문만 나서면 사랑의 배터리가 1%가 된다. 처음 사랑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다. 성경은 “서로 사랑하라”(요 13:34)고 했고, 야고보는 “행함이 없는 믿음은 죽은 것”(약 2:17)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교회는 이제 사랑을 사업계획서가 아니라 생활계획서로 만들어야 한다. 예를 들어 교회가 매달 한 번이라도 독거노인의 집을 찾아가 밑반찬을 전달하고 말벗이 되어드릴 수 있다. 청년에게는 장학금만 던져주지 말고 취업 멘토와 주거 정보를 연결해 줄 수 있다. 갑자기 실직한 교인에게는 기도만 하지 말고 식비와 긴급생활비를 ..
“그러나 너를 책망할 것이 있나니 너의 처음 사랑을 버렸느니라.”(계 2:4) 에베소 교회는 게으른 교회가 아니었다. 수고했고 인내했으며 거짓된 가르침을 분별했다. 그런데 주님께서는 그들에게 가장 아픈 한마디를 하셨다. “너의 처음 사랑을 버렸느니라.” 열심은 남았는데 사랑이 사라진 것이다. 그렇다면 처음 사랑은 무엇일까. 우리는 십자가에서 그 답을 찾는다. 예수께서는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요 13:34)고 하셨다. 십자가의 사랑은 말로만 사랑한다고 외치는 사랑이 아니다. 자신을 내어주고, 원수까지 품으며, 고통 속에서도 타인을 살리는 사랑이다. 신앙생활도 때로는 이상하게 변한다. 처음에는 예수의 십자가를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는데, 시간이 지나면 십자가보다 직분을 자랑하고..
처음 사랑이 무엇인지부터 다시 묻자. 내가 얼마나 희생했느냐가 아니라, 내가 먼저 얼마나 사랑받았는지를 기억하는 것이다. 예수께서는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요 13:34)고 하셨다. 그런데 교회가 커지면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사랑보다 직분이 앞서고, 섬김의 자리는 권력의 의자가 되며, 헌금은 감사가 아니라 영향력의 명함처럼 취급되기도 한다. 천국에는 장로석 예약표도, 헌금액 순위표도 없을 텐데 교회 안에서는 왜 그렇게 줄을 세우는가. 목회자도 예외가 아니다. 목회자는 존중받아야 하지만 교회의 머리는 목회자가 아니라 그리스도다(엡 1:22–23). 목회자의 말에 질문하면 불신앙이라 하고, 비판하면 반역이라 한다면 교회는 어느새 복음보다 사람의 권위를 지키게 된다. 아멘만 남..
“너희는 주의 길을 준비하라.”(사 40:3) 광야의 외침은 세례 요한을 거쳐 오늘 교회에도 들려온다. 처음 사랑으로 돌아가라는 소리다. 처음 사랑은 내가 얼마나 봉사했느냐가 아니다. 내가 먼저 얼마나 사랑받았는지를 기억하고 그 사랑으로 사람을 대하는 것이다. 그런데 교회가 커지면 사랑보다 직분이 앞서고, 섬김의 자리가 권력의 자리가 되기도 한다. 장로석은 높아지는데 무릎은 낮아지지 않는다. 예수께서는 제자의 발을 씻으셨는데 말이다(요 13:14). 헌금도 마찬가지다. 헌금은 감사이지 영향력의 주식이 아니다. 많이 냈다고 목소리까지 커진다면 십자가보다 자본주의에 더 가까워진다. 야고보는 부자를 특별히 대우하는 태도를 경고했다(약 2:1–4). 목회자 역시 예외가 아니다. 목회자는 존중받아야 하지만 교회의..
인재 영입과 권력 나눔 사이, 보수정당의 운명을 가를 선택 정치에는 묘한 계산법이 있다. 선거 때는 인재를 찾지만, 유능한 인물이 돌아오면 권력을 나눠야 할까 봐 불편해진다. 한동훈의 복당을 둘러싼 국민의힘의 딜레마다. 그의 대중적 인지도는 탐나지만, 당의 주도권과 공천권까지 내놓고 싶지는 않은 것이다. 사람은 필요하지만 경쟁자는 부담스럽다는 심리다. 첫째, 여론은 기회이면서 경고다. 복당에 대한 찬반이 엇갈린다는 사실은 한동훈이 보수 재편의 변수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인지도와 호감도, 복당 지지율은 서로 다른 지표다. 지지층의 열광을 전체 민심으로 착각하면 정치적 계산은 빗나간다. 한동훈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의 인기를 당의 신뢰로 전환하는 능력이고, 국민의힘에는 그 가능성을 공정하게 평가할..
세상은 오늘도 희비가 교차한다. 배우 김혜자는 22년 동안 부부로 호흡을 맞춘 최불암을 그리워하며 눈물을 흘렸다. 오랜 세월 쌓인 정과 추억은 기술과 돈으로 대신할 수 없는 인간의 소중한 자산이다. 한편 청계천 판자촌에서 출발해 80대에 빌라 건물주가 된 사연은 성실한 삶이 일궈 낸 희망을 보여준다. 인생의 성공은 출발선보다 포기하지 않는 걸음에 달려 있다. 그러나 세계는 감동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중국이 강습상륙함에서 대형 스텔스 무인기의 이착륙에 성공했다는 소식은 동아시아 안보 환경의 변화를 일깨운다. 한미일이 북한 비핵화에 한목소리를 내는 것도 평화가 구호만으로 지켜지지 않기 때문이다. 평화를 원한다면 외교와 대화는 물론, 냉철한 현실 인식과 튼튼한 억지력도 갖춰야 한다. 경제와 정치 역시 예외가..
다문화가정 지원부터 정년 연장, 의료 현장의 수사 논란, 사법부 인사와 대북정책까지. 최근 우리 사회를 둘러싼 갈등의 밑바닥에는 한 가지 공통된 질문이 있다. 국가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며, 정의의 기준은 무엇인가? 다문화가정에 대한 지원은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넘어 안정적으로 정착하도록 돕는다는 점에서 필요하다. 그러나 어린이집 우선권이나 금융 혜택 등이 소득과 자산 수준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면 역차별 논란은 피하기 어렵다. 어려운 이웃을 돕는 복지는 지켜야 하지만, 지원의 필요성과 형평성을 함께 살펴야 한다. 배려가 또 다른 불공정을 낳는다면 정책의 취지도 흔들린다. 정년 연장 역시 고령화 시대에 피할 수 없는 과제다. 하지만 임금 삭감 없는 연장만 고집한다면 청년 채용과 비정규직의 처우는 누가 책..
축구공은 둥글다. 그래서 어디로 튈지 모른다. 그러나 한국 축구의 추락은 공의 변덕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북중미월드컵에서 대표팀이 졸전 끝에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뒤, 한국 축구는 성적 부진을 넘어 내홍과 행정 난맥상이라는 깊은 수렁에 빠졌다. 감독 선임 논란에 선수단 불화설까지 불거졌고, 국회 청문회가 열리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제는 영국 언론 가디언까지 한국 축구의 위기를 조명했다니, 축구 실력보다 내부 갈등이 더 멀리까지 진출한 셈이다. 손흥민과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세계 축구를 빛낸 스타다. 그러나 스타의 명성만으로 조직의 갈등을 덮을 수는 없다. 선수단 내분설이 사실이라면 당사자들은 책임 있게 설명해야 하고, 확인되지 않은 의혹이라면 섣부른 비난부터 거둬야 한다. 언론 역시 의혹과 사실을 구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