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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갤럽 9월 첫째 주 조사에서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장래 대통령감’ 자유응답에서 9%로 처음 1위에 올랐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7%, 오세훈 서울시장은 5%, 조국 전 대표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각각 4%였다. 다만 특정인을 답하지 않은 응답자가 55%에 달해 이를 차기 대선 판세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한동훈의 1위는 주목할 만하다. 무소속이라는 제약 속에서도 2기 개각을 비롯한 주요 현안에서 정부와 집권여당을 강하게 비판하며 선명한 메시지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국민의힘보다 한동훈 의원이 오히려 뚜렷한 야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반면 김민석 대표는 집권여당 대표라는 유리한 위치에 있지만 정부의 국정 운영과 성과에 대한 책임도 함께 부담한다. 정..
김동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동훈 무소속 의원과 수사 기록 제공자를 공수처에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한 의원이 비공개 수사 기록을 어떤 경로로 확보했는지, 이를 공개·활용하는 과정에서 법을 위반했는지는 별도로 확인해야 할 사안이다. 그러나 이 논쟁이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핵심 의혹을 대신할 수는 없다. 핵심은 김 후보자가 코로나19 치료제 관련 임상시험 승인 과정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신속한 처리를 요청했는지, 그 요청이 통상적인 공익 민원 전달의 범위를 넘어 특정 업체나 관계자에게 행정상 편의를 제공하려는 행위였는지 여부다. 민주당은 공익적 고충 민원을 전달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렇다면 당시 요청의 내용과 전달 경위, 관련 문서, 행정기관의 처리 과정 등을 공개해 국민이 판단할 수 ..
이재명 정부의 2기 개각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진숙 국민의힘 의원과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이의 거친 표현과 고소·고발 공방,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자질과 처신 논란,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식약처 관련 의혹과 해명 문제가 정치권의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각 사안의 사실관계와 법적 책임은 개별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지만, 국민 입장에서는 국정의 중심이 어디에 있는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정치권이 집중하는 의제와 민생 현장 사이의 거리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2025년 폐업 사업자는 약 97만6천 개에 이르렀고, 5년 이상 사업을 이어온 사업자의 폐업도 31만7천여 개로 집계됐다. 폐업 원인으로 사업 부진을 꼽은 경우도 많았다. 물론 ‘하루에 10만..
이재명 대통령이 네팔 홍수 참사로 실종된 우리 국민들의 구조와 수색 상황을 프랑스 국빈 방문 중에도 계속 챙기겠다고 밝힌 것은 대통령으로서 당연한 책무다. 해외 순방 중 국가적 재난 상황을 보고받고 대응을 지시하는 자세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동시에 대통령의 책임은 해외 현안에만 머물 수 없다. 이번 프랑스 방문을 둘러싸고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개각 인선 논란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통령이 출국한 것을 강하게 비판했다. ‘도피외유’라는 표현은 정치적 공방의 성격이 강하지만, 인사 논란이 제기된 시점에 대통령이 어떤 판단과 수습책을 제시했는지는 충분히 검증할 필요가 있는 문제다. 프랑스 방문 자체를 국내 현안과 단순히 대립시키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 이번 일정에는 프랑스와의 정상회담뿐 아니라 ..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단순한 중동 분쟁을 넘어 미국의 경제·금융 구조에 대한 논쟁도 커지고 있다. 특히 미국의 막대한 국가부채와 국채시장에 대한 의존이 전쟁 지속의 배경이라는 주장이 나오지만, 이를 직접적인 원인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2026년 9월 현재 미국과 이란의 휴전은 사실상 무너졌고 양측의 공격이 재개됐다. 미국은 제재와 해상 봉쇄를 통해 이란의 원유 수출과 외화 확보를 압박하고 있으며,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과 보복 공격을 지렛대로 맞서고 있다. 미국이 전쟁을 쉽게 멈추지 않는 이유도 경제적 이익 하나로 설명하기 어렵다. 이란의 핵능력, 이스라엘과 중동 동맹국의 안보, 호르무즈 해협의 에너지 수송, 미국의 군사적 억지력과 국제적 신뢰가 동시에 걸려 있기 때문이다. 다만 미국의 재정..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일본과 유럽 동맹국들에게 이란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 확보에 더 많은 군사적 역할을 요구하는 배경에는 미국이 혼자 세계 안보의 비용을 부담하지 않겠다는 ‘동맹국 부담 분담’ 전략이 있다. 미국 국방전략도 유럽과 한국 등 동맹국의 국방비와 군사적 기여 확대를 핵심 원칙으로 제시하고 있다. 특히 한국과 일본은 중동산 에너지 의존도가 높다는 점에서 미국의 요구 대상이 됐다. 트럼프는 지난 3월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석유 수송에 크게 의존하는 국가들이 해협의 안전 확보에 참여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한국 역시 호르무즈 해협과 연결되는 해상교통로의 안정이 경제안보와 직결되기 때문에 단순한 군사 문제가 아니다. 유럽 역시 같은 압박을 받고 있다. 미국은 NATO 동맹국들에게 방위..
소설가를 ‘사회적 무당’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시대의 욕망과 불안을 감지해 이야기로 드러내는 역할을 강조한 말이다. 교수는 사실과 지식을 검증하고, 목사는 인간의 삶에서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묻는 사람으로 구분할 수 있다. 세 역할은 서로 다르지만 사회의 방향을 판단하는 데 모두 중요하다. 이러한 역할은 역사 속에서도 나타났다. 성경의 예언자들은 왕과 권력자를 비판하며 “오직 정의를 물 같이”(암 5:24)라고 외쳤다. 다윗 왕의 잘못을 나단이 책망한 이야기(삼하 12장)는 권력자도 도덕적 판단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사해문서와 텔 단 비문 같은 고고학 자료는 성경 시대의 역사적 배경을 연구하는 중요한 자료가 됐다. 중세 이후 대학이 발전하면서 교수와 학자의 역할은 지식을 체계적으로..
역사에서 위기의 순간 사람들은 강력한 지도자를 찾았다. 막스 베버가 설명한 카리스마적 권위도 개인의 비범한 능력에 대한 신뢰에서 비롯된다. 문제는 개인의 매력이 법과 제도, 사실 검증을 대신할 때다. 성경은 “범사에 헤아려 좋은 것을 취하라”(살전 5:21)고 권한다. 외경 집회서 역시 성급한 판단을 경계한다. 권위보다 중요한 것은 분별이다. 공포는 판단을 단순화한다. 전쟁과 경제위기가 커지면 사람들은 복잡한 설명보다 명확한 해결책을 원한다. 사무엘상 8장에서 이스라엘이 왕을 요구한 장면은 안전을 위해 권력을 집중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보여준다. 오늘날에도 위기를 명분으로 예외적 권한이 확대될 수 있다. 따라서 공포가 판단을 돕는지, 판단을 포기하게 만드는지 살펴야 한다. 또 다른 위험은 ‘우리와..
인류의 역사를 돌아보면 사회적 위기와 갈등이 커질 때 특정 개인이나 집단이 희생되는 현상이 반복되어 왔다. 프랑스 사상가 르네 지라르는 이를 인간의 모방 욕망과 희생양 메커니즘을 통해 설명했다. 지라르에 따르면 인간은 타인이 욕망하는 것을 모방하면서 경쟁에 빠지기 쉽다. 처음에는 재산이나 명예처럼 구체적인 대상이 갈등의 원인이지만 경쟁이 격화되면 상대방 자체가 적으로 인식될 수 있다. 개인 간 갈등이 집단 전체로 확대되면 공동체는 복잡한 원인을 분석하기보다 하나의 원인을 찾으려 한다. 이 과정에서 등장하는 것이 희생양이다. 사회의 불안과 실패, 분열의 원인을 특정 인물이나 소수집단에게 돌리고 그들을 배제하거나 처벌함으로써 공동체의 결속을 회복하려는 것이다. 모방 → 경쟁 → 갈등 → 희생양 지정 → 집단..
인류의 역사를 보면 강대국의 성장은 육지의 영토 확장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페니키아와 그리스는 지중해 무역망을 활용했고, 로마는 지중해를 제국의 물류망으로 만들었다. 중국·한국·일본 역시 동아시아 해역을 통해 상품과 기술, 사람과 문화를 교류했다. 해상교역은 도시와 시장을 성장시키고 국가의 재정과 외교에도 영향을 미쳤다. 1492년 이후 대항해시대가 열리면서 바다의 의미는 더욱 커졌다. 포르투갈·스페인에 이어 네덜란드와 영국은 상업회사, 항만, 해군을 결합해 세계적 교역망을 구축했다. 1890년 미국의 해군사상가 알프레드 마한은 생산·해운·시장과 해군력의 결합을 국가 해양력의 핵심으로 분석했다. 한국 역시 산업화 과정에서 부산항·울산·거제·포항 등을 중심으로 조선·철강·자동차·전자산업을 수출망과 연결했..
엔도 슈사쿠의 『침묵』은 단순히 기독교 박해를 다룬 소설이 아니다. 1966년 발표된 이 작품은 17세기 일본의 가톨릭 박해를 배경으로, “하나님이 침묵하실 때 인간은 무엇을 믿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주인공 로드리게스 신부는 스승 페레이라가 배교했다는 소식을 확인하기 위해 일본으로 들어간다. 그러나 그가 마주한 것은 신앙의 영광이 아니라 고문과 죽음, 그리고 자신보다 먼저 고통받는 신자들의 모습이었다. 그 절정이 바로 후미에(踏み絵)다. 예수의 형상이 새겨진 판을 밟으면 살 수 있지만, 밟지 않으면 자신뿐 아니라 다른 신자들이 고통받는다. 로드리게스에게 문제는 “나는 순교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다른 사람의 고통을 알면서까지 나의 신앙적 명예를 지켜야 하는가?”로 바뀐다. 결국 그는 예수의 형..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1880년 발표된 그의 마지막 장편소설이다. 작품은 아버지 살해 사건을 중심으로 신앙과 무신론, 자유와 책임, 욕망과 죄, 고통과 구원을 탐구한다. 미국의 『뉴요커』 역시 이 작품을 19세기 러시아의 범죄와 재판, 정치적 격변 속에서 인간의 도덕적 책임을 묻는 소설로 평가했다. 도스토옙스키의 ‘예언성’은 미래의 사건을 정확히 맞혔다는 뜻은 아니다. 1849년 사형 직전까지 갔다가 시베리아 유형을 경험한 그는 인간의 극한 상황을 직접 체험했다. 이후 그의 작품에는 죄와 심판, 자유와 책임, 신앙과 고통이라는 문제가 반복된다. 그는 인간을 선과 악으로 단순하게 나누지 않고, 한 사람 안에 이성과 욕망, 신앙과 의심이 공존한다는 사실을 파고들었다. 그의 예언적 통찰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