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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정치 뉴스를 보면 국민의 질문보다 정치인의 말싸움이 먼저 들린다.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 검증을 둘러싸고 여야가 충돌하고, 한동훈을 둘러싼 공방까지 겹치면서 정작 중요한 “그래서 무엇이 사실인가?”가 뒤로 밀린다. 민주당과 이재명 대통령에게 묻자. 후보자에게 제기된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면 공개 검증으로 해명하면 된다. 한동훈을 공격한다고 김승원 후보자에 대한 검증 문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국민의힘과 장동혁 대표도 증인을 많이 부른다고 검증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증인 숫자보다 핵심 질문과 증거가 중요하다. 추미애 경기도지사의 최근 행보도 정치권의 긴장감을 키우고 있다. 추 지사는 검찰개혁과 김지용 중수청장 후보자 인선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김 후보자는 24년간 검찰에 몸담았고 과거..
민주당 주변에서 세 사람의 목소리가 부딪히고 있다. 김어준은 ‘여론의 스피커’, 유시민은 ‘비판적 논객’, 김민석은 ‘당의 책임자’라는 서로 다른 위치에 서 있다. 먼저 김어준이다. 그는 용혜인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에서 후보자의 해명도 들어봐야 한다며 인사청문회 필요성을 강조했다. 언론 보도가 한쪽으로 쏠렸다는 비판도 내놓았다. 김어준의 강점은 정치권 밖에서 지지층의 여론을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방송 영향력이 곧 정치적 책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유시민은 조금 다르다. 그는 최근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운영 방식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특히 대통령의 자신감이 지나쳤고 국정 방향에 문제가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이에 김민석 대표가 공개적으로 반박하면서 두 사람의 시각..
“한반도에는 5천 년 동안 하나의 민족이 이어져 왔다”는 표현은 자긍심을 주지만, 역사학적으로는 조금 더 복잡하게 볼 필요가 있다. 한반도에서는 구석기부터 신석기·청동기 사회가 발전했고, 농경과 정착생활이 확대되면서 마을과 정치공동체가 형성됐다. 특히 청동기시대의 농경과 대규모 취락은 초기 국가 형성의 중요한 기반이었다. 기원전 15세기 무렵부터 벼농사의 흔적도 확인된다. 여주 흔암리에서는 기원전 13~12세기로 올라가는 탄화미가 발견됐다. 하지만 벼농사의 기원과 전파는 중국·한반도·일본 사이의 교류까지 함께 살펴야 하며, 단순히 “한국에서 시작됐다”고 말할 문제는 아니다. 문헌에 등장하는 고조선 이후에도 한반도에는 부여·고구려·옥저·동예·삼한 등 다양한 정치집단이 존재했다. 이후 고구려·백제·신라·가야..
1849년 12월 22일, 28세의 도스토옙스키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총살형을 기다렸다. 페트라셰프스키 모임에 참여한 것이 문제가 됐다. 총살 직전 감형돼 사형은 피했지만, 시베리아 옴스크에서 4년간 강제노동을 해야 했다. 이후 유배와 군 복무까지 이어졌다.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꾼 사건이었다. 옴스크 감옥은 문학적 낭만과 거리가 멀었다. 추위와 굶주림, 질병과 폭력 속에서 그는 다양한 범죄자들과 함께 생활했다. 훗날 이 경험은 『죽음의 집의 기록』으로 이어졌다. 연구자들은 시베리아 체험이 그의 인간관과 자유, 죄와 구원에 대한 생각을 바꾸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고 평가한다. 『죄와 벌』의 핵심 인물 라스콜니코프는 ‘비범한 인간’이라면 더 큰 목적을 위해 타인을 희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한동훈과 오세훈이 야권의 차기 주자 경쟁에서 꾸준히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다. 다만 조사에 따라 순위가 달라진다. 8월 조사에서는 오세훈이 야권 선두로 나타난 결과도 있었고, 앞선 조사에서는 한동훈이 앞선 경우도 있었다. 결국 아직은 ‘대세’라기보다 양강 경쟁의 초입으로 보는 것이 객관적이다. 한동훈의 강점은 선명한 메시지와 높은 인지도다. 정치적 논쟁에서 자신의 색깔을 분명하게 보여주며 중도층과 무당층에서 상대적으로 경쟁력을 보이는 조사도 있다. 특히 새로운 보수, 세대교체 이미지는 기존 정치에 식상한 유권자에게 매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반면 약점은 정치적 경험과 조직 기반이다. 당내 갈등을 어떻게 극복하고 자신을 반대했던 세력까지 끌어안을지가 과제다. 강한 메시지가 장점인 동시에..
미국 육군이 과거 취소됐던 전략장거리포(SLRC)를 개조해 극초음속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 완전한 미사일 대신 시험용 발사체를 활용해 개발 비용을 크게 줄이면서도 핵심 데이터를 확보한 사례다. 이는 무기의 성능뿐 아니라 연구개발 방식의 혁신이 국가 경쟁력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역사적으로 무기 혁신은 전쟁의 양상을 바꿔 왔다. 중국 송나라(10~13세기)는 화약무기를 실전에 활용했고, 조선은 15세기 화차와 신기전을 운용하며 로켓 무기의 초기 형태를 발전시켰다. 일본은 메이지 유신 이후 서구 기술을 적극 도입해 군사력을 현대화했고, 유럽은 산업혁명을 기반으로 장거리 포병과 전함을 발전시켰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 V-2 로켓 기술을 흡수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우주발사체, 극초음속 무기..
미국·중국·일본·유럽이 6세대 전투기 경쟁에 뛰어든 가운데 한국도 KF-21을 넘어 개념연구에 들어갔다. 그러나 같은 출발선에 섰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미국은 가장 앞선 축에 있다. 공군은 차세대 제공전투기 F-47을 추진하고 있으며, 해군도 F/A-XX를 개발하고 있다. 핵심은 단순한 전투기가 아니라 AI, 스텔스, 장거리 작전능력과 무인전투기를 결합한 ‘체계의 체계’다. 해군 F/A-XX도 2030년대 전력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중국은 더 부담스러운 경쟁자다. J-36·J-50으로 알려진 차세대 기체가 시험비행 단계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미국과 함께 사실상 선두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 다만 중국 프로그램의 정확한 성능과 개발 단계는 공개 정보만으로 단정하기 어렵다. 일본은 혼자 승부하지 않..
대학 시절 최성묵 목사가 권했던 책 가운데 하나가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이었다. 처음에는 두꺼운 러시아 소설쯤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책장을 넘기면 질문이 달라진다. 신은 존재하는가, 인간에게 자유의지는 있는가, 사랑과 책임은 무엇인가. 19세기 러시아 사회를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오늘의 청년에게도 낯설지 않다. 도스토옙스키는 1821년 태어나 1840년대 급진적 지식인 모임에 참여했고, 1849년 체포돼 사형선고를 받았다가 시베리아 유형으로 감형되는 극적인 삶을 살았다. 이러한 경험은 이후 그의 작품에서 자유, 죄, 고통, 신앙이라는 문제를 깊게 파고드는 배경이 됐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1879~1880년 연재되고 1881년 단행본으로 출간된 그의 마지막 대작이다. 아버지 표도..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37.4%까지 떨어졌다. 리얼미터 조사에서 8주 연속 하락한 취임 후 최저치다. 부정평가는 59.5%로 긍정평가보다 22.1%포인트 높았다. 민주당 지지도도 41.8%로 내려갔고, 국민의힘 역시 37.6%에 그쳐 야당의 반사이익도 크지 않았다. 왜 떨어졌을까. 단순히 야당의 공격 때문이라고 보기 어렵다. 리얼미터는 2기 개각 후보자들의 각종 논란과 부동산 세제 개편안의 번복 논란 등이 인사와 정책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린 요인으로 분석했다. 결국 국민이 묻는 것은 거창한 구호보다 “그래서 내 삶이 좋아졌느냐”는 질문이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의 진단도 뼈아프다. 그는 부동산 문제만이 아니라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의 기본 방향이 국민에게 선명하게 전달되지 않는 것이 ..
어릴 적 아버지와 함께 보았던 토종닭이 10년 뒤 삶의 일부가 될 줄은 몰랐다. 특별한 계획으로 시작한 농장생활은 아니었다. 아버지의 추억을 다시 만나고 싶어 토종닭을 키우기 시작했고, 닭을 돌보다 보니 어느새 작은 텃밭까지 가꾸는 아마추어 농부가 됐다. 처음에는 만만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농장은 생각보다 바빴다. 사료를 챙기고 물을 갈아줘야 하고, 비바람이 불면 시설을 살펴야 한다. 닭이 아프면 마음도 쓰인다. 밭에 심은 작물도 “내가 주인이다”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물을 줘도 시들고, 정성을 들여도 벌레가 먼저 맛있게 먹는다. 그렇게 시행착오를 반복하다 보니 조금씩 자연의 질서를 이해하게 됐다. 풀은 사람이 정한 시간표대로 자라지 않는다. 닭도 계절에 따라 행동이 달라진다. 농사를 짓는다는 것은 자..
1899년 소스타인 베블런은 『유한계급론』에서 부와 지위가 반드시 노동의 양과 비례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부자는 일하지 않는다”가 아니다. 누가 더 많은 기회와 자산, 사회적 네트워크를 갖고 있는가라는 질문이다. 이 질문을 한국에 가져오면 꽤 씁쓸하다. 지난 10년을 돌아보면 열심히 일해 기업을 키우고 전문성을 쌓은 사람이 장관이나 국회의원이 된 경우도 있지만, 반대로 정치·관료·법조·시민사회 등에서 쌓은 경력과 네트워크를 통해 고위직에 진출한 사람도 적지 않다. 어느 한쪽을 성공, 다른 쪽을 실패라고 단순하게 평가할 수는 없다. 특히 대한민국의 입법·행정·사법 3부를 보면 선출직과 고위 공직자의 경력은 매우 다양하다. 국회의원은 선거를 통해 국민의 선택을 받아야 하고, 장관은 정..
2023년 새만금 잼버리는 끝났지만, 우리에게 던진 질문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왜 한국 조직에서는 담당자는 넘쳐나는데 책임자는 잘 보이지 않을까? 회사에서 프로젝트가 꼬이면 익숙한 대사가 나온다. “그건 제 담당이 아닌데요.” “전임자가 그렇게 했습니다.” “윗선에서 결정했습니다.” 신기하게도 회의할 때는 모두 주인공인데, 사고가 나면 갑자기 엑스트라가 된다. 잼버리도 비슷한 문제가 지적됐다. 중앙정부, 전북도, 조직위원회 등 여러 기관이 참여했지만 업무와 권한, 책임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물론 모든 책임을 한 기관이나 한 사람에게 몰아서는 안 된다. 부지와 기반시설, 숙박·위생·의료, 중앙정부의 조정과 감독 등 각각 따져볼 몫이 있다. 문제는 ‘나눠 맡는 것’과 ‘책임을 나누는 ..
이제 청년들이 정치인을 볼 때 나이보다 먼저 보는 것이 있다. “저 사람은 정말 공정한가?” 30대 장관 후보자의 등장은 젊은 세대의 정치 참여라는 점에서 반갑지만, 나이가 젊다는 이유만으로 능력과 도덕성까지 자동으로 검증되는 것은 아니다. 청년에게 요구하는 기준을 정치권도 똑같이 적용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이 33.8%까지 떨어지고 부정평가가 63.3%를 기록했다는 리얼미터 조사 결과도 나왔다. 특히 20대 지지율 하락은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청년들은 정치인의 말보다 월급, 집값, 세금, 취업처럼 내 통장에 찍히는 현실로 정치를 평가한다. 용혜인 후보자의 사퇴로 논란 하나가 정리됐다고 해서 인사 문제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 역시 마찬가지다. 브..
전투기에서 탈출한 뒤 낙하산이 펼쳐지지 않았다. 시속 최대 161㎞로 추락했고 척추와 어깨, 팔이 부러졌다. 그런데 살아남았다. 그것도 이란 한복판에서 50시간을 버틴 뒤였다. 미 공군 F-15E 무장관제장교 ‘브라보’ 대령의 이야기는 단순한 생존기가 아니다. 그는 이 사건을 “현대의 기적”이라 부르며 하나님이 자신의 삶에 베푼 섭리라고 말했다. 확인된 사실부터 보자. 2026년 4월 2일 이란 중부 이스파한 인근에서 F-15E가 격추됐고 두 승무원은 서로 약 8㎞ 떨어져 착지했다. 브라보는 낙하산 손상으로 크게 다쳤지만 자그로스 산맥 약 2134m 능선까지 이동했다. 이후 미국은 대규모 전투수색·구조작전을 벌여 50시간 만에 그를 구출했다. 더 놀라운 것은 숫자다. 한 사람을 구하기 위해 지상 병력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