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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HBM 수요가 폭발하면서 한국 반도체가 다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호황은 수출과 성장의 든든한 엔진이다. 그러나 여기서 멈추면 안 된다. 반도체는 잘 나가는데 국민의 삶도 함께 잘 나아지고 있는가. 이제 경제정책은 이 질문에 답해야 한다. 반도체는 기업 혼자 만드는 산업이 아니다. 연구자와 노동자, 협력업체, 대학과 연구기관, 전력·용수·도로 등 사회 전체의 기반 위에서 성장한다. 그런데 성장의 과실이 일부 기업과 자산시장에 집중된다면 사회 전체가 비용을 부담하고 일부만 열매를 따는 이상한 경제가 된다. 한국은 메모리 경쟁력에서는 강하지만 시스템 반도체와 팹리스 생태계는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공장을 크게 짓는 능력만큼 중요한 것은 설계·소프트웨어·소..
이번 대법관 재제청 논란의 본질은 누가 더 강한 권력을 가졌느냐가 아니다. 대통령과 대법원장은 헌법상 수직적 상하관계가 아니라 서로 다른 권한을 가진 수평적 헌법기관이라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대통령은 국가원수이자 행정부의 수반이다. 대법원장은 사법부의 수장이다. 대통령이 행정부를 대표한다고 해서 대법원장의 상급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대법원장 역시 대통령의 상급기관이 아니다. 두 사람 모두 헌법이 정한 자신의 권한 안에서 움직여야 한다. 대법관 임명 절차도 이를 잘 보여준다. 헌법은 대법관을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한다. 즉 제청권은 대법원장에게, 최종 임명권은 대통령에게 각각 부여돼 있다.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의 권한을 흡수하도록 만든 구조가 아니다. 따라서 대통령이 ..
대한민국 헌정사에서 보기 드문 충돌이 벌어졌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대통령실의 대법관 후보자 재제청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이에 헌법 위배 소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대법관 공석이 200일을 넘긴 상황에서 대통령과 대법원장이 정면으로 맞선 만큼 국민의 시선이 쏠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본질은 ‘누가 더 센가’가 아니다. 헌법 제104조 2항에 따라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 제청권과 임명권을 나눈 것은 권력을 한곳에 집중시키지 않기 위한 장치다. 대통령은 최종 임명권자이지만 대법원장의 상급자가 아니며, 대법원장 역시 대통령의 상급자가 아니다. 두 사람은 서로 다른 권한을 가진 수평적 헌법기관이다. 조 대법원장이 왜 해당 후보자를 제청했는지, 왜 ..
대법관 한 사람의 제청을 둘러싼 갈등이 청와대와 대법원의 정면충돌로 번졌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청와대의 재제청 요구에 대해 구체적인 헌법적 근거와 사유가 충분하지 않다며 응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다시 밝혔다. 청와대는 절차적 흠결이 있었고 대통령에게 실질적인 임명권이 있다고 맞서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누가 정치적으로 더 강한가가 아니다. 헌법 제104조 2항은 대법관을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명시한다. 대통령에게 임명권이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동시에 대법원장에게 제청권을 부여한 것도 헌법이다. 어느 한쪽의 권한만 강조해서는 삼권분립의 취지를 설명하기 어렵다. 청와대는 손봉기 후보자에 대한 국회 임명동의안을 제출하지 않기로 했으므로 재제청을 요구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
나라가 참으로 바쁘다. 주식시장은 출렁이고 개인투자자는 빚까지 내 뛰어들었다가 손실을 걱정한다. 그런데 정치권은 태연하다. 계좌에서는 한숨이 나오는데 마이크에서는 희망이 넘친다. 참으로 말은 풍년인데, 살림은 흉년이다. 올해 개인투자자의 주식 매매 성적이 1999년 이후 가장 부진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최근 석 달 동안 개인 손실이 약 9조원에 달한다는 보도도 있다. 물론 투자의 책임은 투자자에게 있다. 그러나 정책이 기대를 부풀릴 때는 정부가 박수를 받고, 손실이 나면 개인에게 판단 책임을 돌린다면 그것도 참 편리한 정책이다. ‘빚투’라는 이름도 곱씹어 볼 일이다. 빚으로 주식을 사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장밋빛 전망이 아니라 위험의 크기다. 주가가 오르면 정책의 성과이고, 떨어지면 개인의 탐욕이라 ..
2026년 9월 23일 리서치웰 조사에서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이 이재명 정부 인사에 개입한다고 본 응답은 53.2%, 그렇지 않다는 응답은 29.3%였다. 21~22일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ARS 조사로, 표본오차는 ±3.1%포인트다. 다만 여론은 의혹에 대한 인식이지, 김 실장의 실제 인사 개입을 입증하는 증거는 아니다. 논란의 출발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민주당 출신 서용주 소장이 방송에서 “인사 라인이 김현지”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이 계기였다. 그러나 이 역시 정치권의 주장이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누가 실세인가’라는 추측보다 실제 인사 추천·검증·결재 과정의 기록이다. 한국의 인사청문회는 2000년 인사청문회법 제정으로 제도화됐다. 2000년 이한동 총리 후보자 ..
농림축산식품부가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처음으로 농지 전수조사를 벌이고 있다. 송미령 장관은 “농지조사는 두려워할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농지법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위법 의심 사례가 27%나 나온 만큼, 이번 조사는 단속만이 아니라 시대에 맞게 농지제도를 고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취지다. 그런데 농촌에서 이런 농담이 나올 법하다. “농지는 전수조사하면서 정책은 전수조사 안 하나요?” 제도를 만들었다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는지도 살펴야 한다. 경자유전이라는 헌법 정신과 현실의 농업 구조 사이에 얼마나 큰 간극이 있는지부터 냉정하게 들여다볼 때다. 지역경제에서도 묘한 장면이 벌어진다. 정부가 지원하겠다고 했는데 대구시는 재정 여건을 이유로 ‘대구로페이’ 추가 발행을 포기했다. 그런데 추석..
추석은 풍요의 계절이다. 가족이 모이고 송편이 오가며 고향 이야기가 꽃핀다. 그런데 연휴가 끝나면 집 안에는 또 하나의 ‘가족’이 남는다. 택배 상자, 스티로폼, 과일 바구니, 아이스팩…. 명절 선물은 떠났는데 포장 쓰레기는 눌러앉는다. 특히 라탄 과일바구니처럼 재활용처럼 보이는 물건은 일반쓰레기나 대형폐기물로 처리해야 할 수 있어 당황스럽다. 우리의 명절 문화도 이제 ‘얼마나 많이 주고받느냐’에서 ‘얼마나 적게 버리느냐’로 한 단계 진화할 때다. 선물 포장 하나 줄이는 것이 거창한 환경운동보다 현실적일 수 있다. 지구도 명절 뒤처리를 해야 한다면 꽤 피곤할 것이다. 여기에 건강이라는 숙제도 있다. 송편 두 개에 마음은 행복하지만 혈당은 반드시 박수를 쳐주지는 않는다. 전과 잡채, 갈비와 식혜까지 “조금..
추석이면 송편은 단순한 떡이 아니다. 반달 모양의 송편에는 풍년과 가족의 평안을 바라는 우리 조상들의 마음이 담겨 있다. 예부터 송편은 햅쌀과 콩·깨·밤 등을 넣어 빚었고, 솔잎을 깔아 쪘다. 풍성한 수확을 감사하는 음식이었던 셈이다. 그런데 현대의 추석 밥상에서는 이 아름다운 전통이 뜻밖의 숙제를 만난다. 송편뿐 아니라 전, 잡채, 갈비, 과일, 식혜까지 한꺼번에 올라오기 때문이다. 특히 대사증후군이나 당뇨병 위험이 있는 사람에게는 ‘명절 음식의 풍요’가 혈당과 체중 관리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건강한 식사의 핵심을 충분함·균형·절제·다양성으로 제시한다. 탄수화물 자체를 무조건 피하라는 것이 아니라, 통곡물·채소·콩류 같은 식품을 활용하고 과도한 당류와 지방, 소금 섭취를 ..
부산 북항 친수공원 수로에 최근 3~4m 크기의 무태상어가 나타났다. 시민에게는 영화 같은 장면이지만, 해양생태학의 눈으로 보면 단순한 ‘상어 구경’으로 끝낼 일이 아니다. 해경과 국립수산과학원은 외해 유도를 시도했고, 전문가들은 이 상어가 사람을 적극적으로 공격하는 종은 아니라면서도 가까이 접근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상어에게 농담처럼 말을 걸어본다면 이렇다. “상어 씨, 부산에는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그러자 상어가 대답한다. “바다가 따뜻해졌다는 소문을 듣고 취업하러 왔습니다.” 웃음 뒤에는 꽤 진지한 과학이 숨어 있다. 최윤 군산대 명예교수는 최근 한반도 상어의 출현 양상이 해수온 상승과 해양열파, 먹잇감 분포 변화와 함께 달라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상어가 무작정 인간의 영역으로 침입했다기보다 ..
정치는 국민의 삶을 해결하기 위해 존재한다. 그런데 요즘 정치권을 보면 민생보다 ‘내란’이라는 단어가 더 크게 들린다.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이 조원씨앤아이 조사에서 37%로 나타난 가운데, 대통령 귀국 후 내란 사건 특별수사본부를 구성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러나 여기서 사실과 해석은 구분해야 한다. 경찰청은 23일 종합특검으로부터 넘겨받은 46건을 검토하고 있지만, 특수본 구성이나 중대범죄수사청과의 합동수사 방안은 아직 구체적으로 논의된 바 없다고 밝혔다. 따라서 ‘특수본 설치’는 확정된 정책이 아니라 검토 단계의 사안이다. 그럼에도 이재명 정부에는 설명할 책임이 있다. 이미 내란특검과 종합특검을 거쳤다면 새 수사기구가 왜 필요한지, 기존 수사와 무엇이 다른지, 수사 대상과 법적..
북한의 ‘간 보기’가 점점 대담해지는 모양새다. 말로는 평화를 외치면서 DMZ에서는 불모지 작업과 철조망, 지뢰 설치 등 군사적 움직임을 이어간다니, 한 손에는 평화의 명함을 내밀고 다른 손에는 삽을 들고 있는 셈이다. 명함만 보고 악수하기에는 땅속 사정이 너무 험하다. 9월 21일 서부전선 DMZ 수색작전 중 지뢰로 추정되는 폭발이 발생해 장병 3명이 다쳤고 2명이 중상을 입었다. 수색대대장은 전우를 구하려다 크게 다친 것으로 전해졌다. 23일 강신철 국방부 장관은 부상 장병을 찾아 치료와 지원을 끝까지 책임지겠다고 약속했고, 최전방에서는 도발이나 침범에 단호히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여기서 냉정함이 필요하다. 이번 폭발이 북한 지뢰였다고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다. 군 당국은 북한 지뢰인지, 아군..
한미 정상회담이 열리면 어김없이 ‘성과’라는 단어가 따라온다. 이번에도 조선 협력이 테이블에 올랐다. 이재명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군함 건조를 포함한 조선 협력을 논의했고, 앞으로 실질적 성과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국민은 계산기를 두드려야 한다. 그래서 계약서는 어디 있는가? 협력 논의는 분명 외교적 진전이다. 하지만 논의가 곧 발주는 아니다. 정상의 악수가 조선소의 수주계약으로 자동 입금되는 마법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두 정상의 계산법도 다르다. 이재명 대통령은 한국의 수주와 투자, 일자리라는 성과를 바라볼 것이고,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조선산업과 군함 건조능력이라는 국익을 바라볼 것이다. 서로 자기 나라의 계산기를 두드리는 것은 정상이다. 문제는 그 계산기의 사각지대다. 한국이 미국에..
2026년 한국 증시는 롤러코스터를 넘어 거의 놀이공원 자유이용권에 가까웠다. 문제는 입장료가 너무 비쌌다는 것이다. 올해 9월 22일까지 개인투자자의 ‘매매 타이밍 성적’은 **-4.5%**로, 1999년 이후 두 번째로 나빴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5~6월 개인이 평균 코스피 7994.9에서 약 77조5000억원을 순매수했고, 이후 지수가 크게 밀리면서 손실 규모가 약 9조5000억원으로 추산됐다. 더 심각한 것은 단순한 투자 실패가 아니라 정책과 시장 기대가 맞물린 과열이다. 국민연금 리밸런싱 유예, 코스피 5000 기대, 그리고 5월 27일 출시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시장의 불씨가 됐다. 출시 첫날부터 개인 자금이 2조원 넘게 몰렸다. 레버리지는 수익도 두 배지만 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