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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말로 국민을 감동시킬 수 있지만, 결국 행동으로 평가받는다. 김민석 총리가 유시민 씨에게 “금도를 지켰으면 좋겠다”고 하고, 이 대통령의 ‘처벌 불원’ 의사를 법보다 토론을 중시하자는 뜻으로 해석했다는 보도는 정치적 언어와 법치의 관계를 생각하게 한다. 토론은 민주주의의 산소지만, 법치와 책임을 대신하는 만능열쇠는 아니다. 더 큰 물음은 공직 인사다. 이병우 한국마사회 부회장이 면접에서 9명 중 8등을 했다는 보도가 사실이라면, 국민은 묻지 않을 수 없다. 전문성과 공정성을 제쳐두고 정치적 인연이 작용한 것은 아닌가? 다만 면접 순위만으로 임명의 위법성을 단정할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임명 기준과 평가 과정, 후보자의 실제 역량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일이다. 공직은 측근의 전리품이 아니라 국민의 ..
안보는 말로 지키고, 주권은 감정으로 세우는 것이 아니다 국가의 자존심은 목소리가 크다고 높아지지 않는다. 헌법과 법치, 튼튼한 안보, 첨단기술과 냉철한 외교가 뒷받침될 때 비로소 지켜진다. 최근 불거진 탈북 어민 북송 판결, 한미동맹 논쟁, 북한의 위협, 중국산 드론 문제는 대한민국이 무엇을 점검해야 하는지 보여준다. 탈북 어민 북송 사건에 대한 유죄 판결은 국가 권력도 헌법과 법률의 테두리를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을 일깨운다. 다만 판결의 구체적인 법적 판단과 책임 범위는 판결문을 통해 따져야 한다. 인권과 안보가 충돌하는 상황일수록 정부의 자의적 판단이 아니라 적법한 절차와 국민의 기본권이 우선되어야 한다. 한미동맹을 둘러싼 논쟁도 마찬가지다. 한국이 안보의 운전대를 잡겠다면 그에 걸맞은 정보·정찰·..
수출 강국의 도약과 주 52시간제 논쟁, 대한민국의 선택은 무엇인가 세계 경제의 지도가 다시 그려지고 있다. 인공지능(AI)이 촉발한 반도체 슈퍼사이클은 글로벌 무역 질서를 흔들고, 한국이 일본을 제치고 세계 수출 강국의 반열에 올랐다는 소식은 우리 산업의 저력을 보여준다. 반도체가 단순한 부품을 넘어 국가 경쟁력과 안보를 좌우하는 전략 자산이 된 것이다. 그러나 축배만 들기에는 현실이 녹록지 않다. 중국은 막대한 자본과 국가적 지원을 바탕으로 반도체 기술 추격에 나서고 있다. 대만은 첨단 제조 경쟁력을 강화하고, 미국과 유럽은 자국 산업 보호와 공급망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오늘의 수출 호황이 내일의 경쟁력까지 보장하지는 않는다. 기술개발과 인재 육성, 안정적인 전력 공급, 글로벌 협력에 소홀하면 ..
정치는 인기를 먹고살지만, 국민의 마음을 잃으면 권력도 모래성이다. 중앙일보가 보도한 차기 주자들의 비호감도는 김민석 59%, 장동혁 68%, 이준석 72%다. 세 사람 모두 국민 절반 이상에게 호감을 얻지 못했고, 특히 이준석은 10명 중 7명 이상이 비호감을 나타냈다. 정치인에게 비호감도는 단순한 인기투표가 아니다. 국민이 보내는 경고장이자 정치의 방향을 다시 점검하라는 성적표다. 지지자들의 박수 소리가 아무리 커도 담장 밖 민심까지 환호한다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자기편의 응원만 듣다 보면 국민의 쓴소리는 어느새 소음으로 들리기 마련이다. 김민석은 국정 운영과 정치적 소통에서 신뢰를 얻어야 하고, 장동혁은 강경한 대립을 넘어 국민이 공감할 대안을 보여줘야 한다. 이준석 역시 날카로운 말솜씨와 논쟁의..
인공지능(AI)이 세상을 바꾸고 있다. 궁금한 것이 있으면 제미나이에게 물어보고, 복잡한 자료도 AI로 분석하는 시대다. 그런데 대한민국 대통령이 수사기관장의 국무회의 배석 문제를 제미나이에 물어보고, 그 답변을 공개하며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했다니 흥미롭다 못해 씁쓸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공소청장과 중대범죄수사청장의 국무회의 배석이 가능하다는 AI의 답변을 소개하며, 배석 불가론은 위헌적 억지라고 반박했다. 청와대는 이를 두고 대통령이 AI로 국정을 운영한다는 해석은 사실 왜곡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논란의 핵심은 AI를 활용했느냐가 아니다. 국가의 중대한 법률적·헌법적 쟁점을 무엇으로 판단하고, 어떤 근거로 국민을 설득하느냐는 문제다. AI는 유능한 조언자일 수 있지만 헌법재판소도, 법제처도, 국회도 ..
“이건 말도 안 된다.” 1377년 청주 흥덕사에서 간행된 『직지심체요절』보다 무려 138년 앞선 금속활자가 있었다는 주장은 처음부터 세계 인쇄사의 상식을 흔들었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세계 최고 활자 발견’이라는 흥분만으로 끝낼 수 없다. 오히려 문헌과 실물, 학자들의 주장을 차분히 대조할 때 고려 인쇄문화의 놀라운 실체가 드러난다. 문헌상 중요한 단서는 『동국이상국집』이다. 이규보는 1234년 무렵 최이의 명으로 『상정고금예문』을 금속활자로 28부 찍어 여러 관청에 나누어 보관했다고 기록했다. 즉 『직지』가 등장하기 143년 전부터 고려에는 이미 금속활자를 주조하고 책을 찍어낼 기술과 행정적 수요가 존재했다는 것이다.또 하나의 핵심 문헌이 『남명천화상송증도가』다. 1239년 최이가 기존 판본을 다시..
야구는 참 묘한 스포츠다. 아홉 명이 함께 뛰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한 사람의 방망이가 모든 관중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러나 홈런 하나가 승리를 장식할 수는 있어도, 팀 전체의 노력 없이 승리를 완성할 수는 없다. 2026년 10월 20일, 잠실야구장. KIA 타이거즈가 LG 트윈스를 상대로 3연승을 거두며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했다. 김도영의 시원한 만루 홈런은 이날 승리를 상징하는 장면이었다. 팬들의 함성이 잠실을 뒤흔들었고, 선수들은 서로를 격려하며 승리의 기쁨을 나눴다. 하지만 이날의 진짜 주인공은 김도영 한 사람만이 아니라, 끝까지 하나로 뭉친 KIA 타이거즈였다. 야구에서 만루 홈런은 네 명의 주자가 만든 기회가 한 번의 스윙으로 결실을 맺는 장면이다. 그 기회를 만들기까지 앞선 타자들이 출..
국민은 밤잠을 설치며 나라의 안보를 걱정하는데, 대통령은 태평한 낙관론을 펼친다. 안보가 대통령의 희망 사항대로 움직인다면 국방부는 문을 닫아도 좋고, 군인들은 훈련 대신 대통령의 낙관론을 받아 적으면 될 것이다. 그러나 국제정치는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움직이는 동화 속 세상이 아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북한의 핵무기를 두고 “핵무기라는 걸로 실전을 치를 거냐”며 “최후 방어 무기”라고 말했다. 국방비가 북한보다 많다는 점도 강조했다. 물론 국방비는 중요한 억지력이다. 하지만 돈을 더 쓴다고 핵 위협이 저절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상대가 핵을 보유했다면 사용 가능성이 낮다고 낙관하기보다, 사용하지 못하도록 억제하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것이 국가 지도자의 책무다. 역사를 보라. 1938년 뮌헨협정 당시..
한미동맹이 축복인지 저주인지를 따지는 논쟁이 뜨겁다.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는 미·중 충돌이 격화하면 한미동맹이 한국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면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은 동맹은 축복도 저주도 아닌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두 사람의 견해는 다르지만, 대한민국이 직면한 안보 현실을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과제는 같다. 한미동맹이 지난 수십 년간 한국의 안보와 경제 발전에 기여한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동시에 미·중 패권 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전략적 선택의 압박을 받는 것도 현실이다. 중요한 것은 동맹을 맹신하거나 무조건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국익을 중심으로 동맹을 관리하고 외교적 자율성을 확보하는 일이다. 그런데 북한의 움직임은 가볍게 볼 수 없다. 김여정이 대남 확성기를 국경선..
대통령의 국정 운영은 법과 헌법, 역사적 경험과 국민의 신뢰 위에 서야 한다. 그런데 이재명 대통령이 중대범죄수사청장과 공소청장의 국무회의 참석 논란에 인공지능 제미나이의 답변까지 끌어와 반박했다. 21세기 디지털 시대에 AI를 활용하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문제는 국가의 헌법적 질서와 권력기관의 독립성에 관한 논쟁을 AI의 답변으로 끝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태도다. 김지용 중수청장은 20일 국무회의에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수사기관도 행정부 소속 기관인 만큼 국정 방향을 공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관련 법령상 중요 행정기관장의 국무회의 배석이 가능하다는 설명에도 근거가 있다. 그러나 법적으로 가능하다는 사실과 민주주의 원칙에 비추어 바람직하다는 판단은 별개다. 과거 검찰총장과 경찰청장이 국무회의에..
정치인의 사과는 입으로 시작하지만, 진정성은 행동으로 증명된다. 특히 순직 소방관의 빈소에서는 더욱 그렇다. 유가족의 눈물과 동료 소방관의 슬픔 앞에서 정치인의 말 한마디는 위로가 될 수도, 또 다른 상처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추미애 경기도지사는 지난 13일 국정감사에서 소방을 두고 “가장 큰 골치 아픈 재정 빨대 같다”고 발언해 논란을 일으켰다. 소방공무원이 국가직으로 전환됐지만 지방자치단체가 상당한 비용을 부담하는 재정 구조를 설명하려는 취지였다는 것이 경기도의 해명이다. 그러나 아무리 재정 부담을 강조하려는 의도였더라도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소방을 ‘빨대’에 비유한 표현은 부적절했다. 논란은 예산 문제로도 번졌다. 경기도의 소방차량 보강 예산과 순직 소방공무원 추모행사 예산의 감액 추진을 두고..
정치는 민심이라는 강물을 따라 배를 움직이는 일이다. 그런데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근 행보를 보면 노를 열심히 젓기는 하는데, 방향이 영 수상하다. 앞으로 가야 할 배가 뒤로 가고, 국민에게 다가가야 할 정치가 권력의 눈치만 살피는 형국이다. 열심히 일한다고 모두 성과가 나는 것은 아니다. 방향을 잘못 잡으면 땀은 노력의 증거가 아니라 실수의 흔적이 된다. 김 대표는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을 위한 여러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탄핵은 헌법이 정한 제도지만, 정치적 불만을 해소하는 만능열쇠는 아니다. 중대한 위법 사유와 법적 근거가 우선이다. 민생은 물가와 일자리, 주거비로 신음하는데 정치권이 탄핵의 북소리만 키운다면 국민은 박수보다 한숨을 먼저 내쉴 것이다. 순직 소방관 조문 과정에서 의전용 차..
국가의 실력은 위기가 닥쳤을 때 드러나지만, 정부의 책임은 위기가 오기 전에 무엇을 준비했느냐로 평가받는다. 국민의 안전과 노후, 일자리와 생계는 정권의 홍보 문구가 아니라 국가가 반드시 지켜야 할 기본 책무다. 그런데 최근 잇따른 현안을 보면 이재명 정부가 미래의 위험을 관리하기보다 당장의 정치적 유불리에 매달리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한국가스공사는 국산으로 위장 납품돼 문제가 됐던 중국산 CCTV 243대를 운용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163대가 무인 공급관리소에 설치돼 있다. 국가정보원이 보안상 우려를 제기했던 제품이 국가 중요시설에 남아 있다는 사실은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다만 해당 제품의 통신 가능성이 곧바로 실제 정보 유출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에 더욱..
정부의 장밋빛 공언을 믿은 개미와 청년들, 세계 투기자본의 먹잇감이 되나 주식시장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주가 하락만이 아니다. 권력의 낙관론이 현실을 대신하고, 정부의 장밋빛 전망을 믿은 국민이 뒤늦게 투자에 뛰어드는 상황이다. 이재명 정부가 경제 성과를 앞세워 시장의 기대를 키웠다면, 이제는 그 기대가 무너지는 과정에서 누가 책임을 질 것인지 물어야 한다.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19일 코스피는 1.76% 오른 5,768.01에 마감했다. 그러나 10월 1~16일 수익률은 -17.11%로 주요국 증시 가운데 최하위였다. 7,000선을 넘었던 지수가 5,500선까지 추락했고, 외국인은 하반기에만 59조 원이 넘는 주식을 순매도했다. 하루의 반등이 시장의 위기를 끝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더 우려스러운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