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살던 시절, 아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 졸업식에 참석한 경험이 있습니다.
졸업식이 열리는 강당에 들어가니, 졸업생과 학부모가 함께 앉는 독일의 풍경이 한국과는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졸업생들이 짧은 연극을 선보이고, 교장이 졸업생들에게 상을 주는 순간이 있었습니다.
이때 교장은 두 학생에게 책을 선물하며 그들의 성적을 칭찬했지만, 학생들은 시끄럽게 야유하며 "공부벌레"라고 소리쳤습니다. 이는 독일 사회의 유머이자, 공부 잘하는 것에 대한 일종의 경계심을 반영한 것이었습니다.
졸업식 후 아들에게 왜 그런 야유가 있었는지 물었습니다. 그는 "공부 잘한다고 상을 주는 건 이상하다"며, 공부는 당연한 것인데 왜 상까지 받아야 하냐고 말했습니다. 이 대화는 훈장과 상을 받는 것에 대한 심리적 복잡성을 생각하게 했습니다.
한국에서도 장학금과 상을 주는 관행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성적 우수자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관례는 좋지만, 이로 인해 많은 학생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됩니다.
한국의 교육 시스템은 성적과 상을 중시하는 문화가 만연해 있으며, 이는 학생들 간의 경쟁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나는 대학에서 학생처장을 맡았을 때, 장학금 지급 방침을 바꾸기로 결심했습니다.
성적 우수자에게 주는 장학금을 폐지하고, 생활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초점을 맞추기로 했습니다.
이 결정은 처음에는 반발을 샀지만, 학생들은 결국 이를 이해해주었습니다.
성적이 좋은 학생들은 이미 많은 혜택을 받고 있으며, 생활이 어려운 학생들을 돕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경험을 통해 상이나 훈장을 받는 것에 대한 가치관이 바뀌어야 한다고 느꼈습니다.
상을 받는 것은 기쁘기보다는 오히려 쑥스럽고 부담스러운 일일 수 있습니다.
실제로 부유한 나라의 지도자들이 훈장을 받는 모습을 보면, 그들이 이미 많은 것을 누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것을 탐하는 모습이 비춰집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그의 아내가 훈장을 받았다는 뉴스는 그들의 탐욕을 더욱 부각시켰습니다.
상과 훈장에 대한 인간의 심리는 복잡합니다. 성직자들 중에도 명예를 탐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참된 가치는 남에게 보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이룬 업적에 대한 내적인 만족과 책임감에서 나와야 합니다.
훈장이나 상은 지나치게 강조될 필요 없이, 진정한 가치와 의미를 되새기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결국, 훈장과 상을 탐하는 심리는 사회의 잘못된 가치관을 반영합니다.
성과주의와 업적주의가 만연한 사회에서 우리는 상이나 훈장을 받기 위해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돕고 진정한 가치를 실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가치의 회복이야말로 한국 사회가 나아가야 할 길입니다.
손규태·성공회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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