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릉숲 속 살아있는 화석, 장수하늘소의 복원 이야기

경기도 포천 광릉숲의 깊은 원시림에는 한국에서 가장 희귀한 곤충인 장수하늘소가 서식하고 있다. 이 곤충은 최대 12cm가 넘는 거대한 몸집과 검은 광택, 강력한 턱을 지닌 위압적인 외형을 가졌으며, 딱정벌레목 하늘소과에 속한다. 한국에서는 1968년 곤충 최초로 천연기념물 제218호로 지정되었고, 현재는 멸종위기야생생물 1급으로 분류돼 엄격한 보호를 받고 있다.

 

한때 중부지방 곳곳에서 발견되던 장수하늘소는 현재 광릉숲이 유일한 서식지다. 무분별한 채집과 서식지 파괴로 개체 수가 급감했고, 광릉숲 역시 550년간 보호된 원시림이 아니었다면 생존이 어려웠을 것으로 평가된다.

 

성충은 주로 6월부터 9월까지 모습을 드러내며, 암컷은 오래된 활엽수 줄기에 알을 낳는다. 부화한 애벌레는 단단한 나무 속에서 5~7년에 걸쳐 성장하며, 한 나무에 서식하는 개체 수는 극히 적다.

 

이처럼 개체 수가 적고 생애 주기가 긴 장수하늘소의 복원을 위해 국립수목원은 2013년부터 장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스마트사육동을 구축하고, 생육 환경을 광릉숲과 유사하게 조성해 사육 기간을 단축했다.

 

현재는 약 500개체를 보유 중이며, 매년 일부 개체를 자연에 방사하고 있다. 2023년에는 방사된 개체의 야생 번식 장면이 처음으로 포착되며 복원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이 곤충은 생물학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장수하늘소의 원시적인 형태는 과거 아시아와 중남미 대륙이 연결돼 있었음을 보여주는 생물학적 증거로 평가된다.

또한 장수하늘소의 유전자 다양성을 유지하기 위해 국립수목원은 중국과 러시아 개체를 도입, 교배를 통해 국내 개체군의 근친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2020년에는 졸참나무가 주요 먹이식물로 확인되며 사육 환경 조성에도 진전이 있었다.

 

장수하늘소는 법적으로도 철저히 보호된다. 무허가 포획이나 사육은 문화재보호법 위반으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과거 일부 지역에서 유충이 발견됐을 때 불법 사육 논란이 벌어진 것도 이러한 법적 기준 때문이다.

 

국립수목원은 장기적으로 장수하늘소를 원래의 서식지였던 경기 북부와 강원도 등지로 복원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단순히 개체 수를 늘리는 것을 넘어, 생태계 균형 회복을 위한 자연 기반 복원의 상징적 사례로 삼고 있는 것이다.

 

장수하늘소는 단순한 곤충이 아닌, 생물 다양성과 생태계 연속성의 상징이라 할 수 있다. 이 귀한 생명체가 숲에서 살아가는 모습은 인간이 자연을 어떻게 보존하고 회복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살아있는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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