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지지선언 확산…노동계 균열이 대선 판도 흔드나

대선을 앞두고 노동계 내부에서 지지 후보를 둘러싼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전통적으로 진보 진영을 지지해 온 노동계가 최근 이례적인 분열 조짐을 보이며 정치권에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오고 있다.

 

특히 한국노총 부산지역 단위노조 대표자들이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를 공개 지지한 사건은 상징적이다. 이는 한국노총 중앙 조직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지지를 공식 선언한 지 불과 열흘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벌어진 일이다. 총연맹의 공식 입장과 배치된 이 지지선언은, 노동계 내부의 정치 성향이 결코 단일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한국노총은 지난 1일 근로자의 날을 기점으로 이재명 후보와 정책협약을 체결하고, 김동명 위원장이 민주당 선대위 총괄선대위원장으로 합류하면서 명확한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하지만 부산을 비롯한 일부 지역 단위노조들은 이러한 중앙 조직의 방침과는 달리, 보수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고 나섰다.

 

한국노총 본부 관계자들은 과거에도 지역 단위에서는 총연맹의 결정과 달리 다른 후보를 지지한 사례가 있었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지만, 이번 사안이 단순한 일탈로만 보기엔 파장이 크다. 노동계 내부의 균열은 이재명 후보가 공들여 다져온 조직 기반에 균열을 가하는 동시에, 김문수 후보에게는 노동계를 우군으로 흡수할 수 있는 기회의 창을 열어주기 때문이다.

 

한편 민주노총도 조용하지만 내부의 긴장이 감지되고 있다. 진보당의 김재연 대표가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대선 출마를 철회하자, 민주노총 고미경 사무총장이 사임 의사를 밝힌 것이다. 민주노총은 지금까지 진보정당과의 정책 연대를 유지해 왔고, 민주당을 공개 지지한 전례는 거의 없다. 따라서 이번 사임은 내부 의견 차이가 수면 아래서 심화되고 있음을 암시하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오는 15일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에서 이재명 후보와의 정책협약 여부를 논의할 예정인 가운데, 만약 김문수 후보가 진보정치의 상징적 인물인 심상정 전 의원을 영입하거나 민주노총 내부의 이견을 더 자극할 수 있다면, 노동계는 더욱 심각한 분열 국면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있다. 이는 곧 대선 판도 전반에 예측 불가능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노동계는 오랜 시간 진보 진영의 핵심 기반으로 기능해 왔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고 조합원들의 정치적 성향도 다양해지면서 더 이상 단일한 진보 성향으로 규정하기 어렵다. 이번 한국노총 부산지역 단위노조의 선택은 그 흐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이며, 민주노총 내부의 동요도 마찬가지다.

 

김문수 후보는 노동계 출신이라는 독특한 이력과 함께, 자신이 몸담았던 진보 진영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만약 그가 노동계 일부의 지지를 확고히 확보하고, 더 나아가 상징적인 인물과 세력을 끌어들일 수 있다면 대선은 단순한 양자 대결이 아닌 다자 구도로 재편될 수도 있다.

 

정치도 흐름이다. 누구와 함께하고, 어떤 세력을 품느냐에 따라 판도가 뒤바뀔 수 있다. 지금의 노동계 분열 조짐은 그 흐름의 시작일 수 있으며, 대선이라는 거대한 물줄기의 방향을 바꾸는 기폭제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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