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면 입맛을 깨우는 대표적인 밥도둑이 있다. 바로 전남 여수 돌산의 갓김치와 충남 강경의 멍게 젓갈이다.
최근 한 다큐멘터리에서는 이 두 별미가 탄생하는 현장을 밀착 취재해 그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줬다.
여수 돌산에서 자라는 갓은 따뜻한 해양성 기후와 알칼리성 토질, 해풍 덕분에 독특한 맛과 향을 자랑한다.
특히 봄에 수확한 갓은 부드럽고 연해 갓김치로 만들기에 최적이다. 하루에 수확되는 양은 무려 1톤에 달하며, 이 갓은 당일 바로 공장으로 옮겨져 김치로 만들어진다.
갓김치 제조는 단순한 작업이 아니다. 먼저 갓을 소금물에 절이는 데만 10시간이 걸리고, 갓이 뜨지 않도록 누름 판으로 눌러준다. 이후 고춧가루, 마늘, 생강 등 다양한 재료를 넣어 양념을 만들고 하루 동안 숙성시킨다.
손질된 갓은 무려 4번의 세척 과정을 거쳐 흙과 상한 잎을 제거한 후, 감각에 의존한 숙련자의 손으로 하나하나 양념과 버무려진다. 톡 쏘는 갓 특유의 향과 양념의 매콤함이 더해져, 김치 작업자들은 눈물과 콧물을 흘릴 정도다.
또 다른 봄 별미인 멍게 젓갈도 빼놓을 수 없다. 젓갈의 고장으로 알려진 강경에서는 제철 멍게로 만든 젓갈이 인기다.
특히 90년 전통을 자랑하는 한 공장에서는 매일 1톤의 멍게 젓갈을 만든다. 냉동 멍게를 해동한 후 직접 손으로 잘게 자르고 소금에 절인 뒤, 숙련된 감각으로 양념과 버무려 완성한다. 이 모든 공정은 사람 손을 통해 진행되며, 그만큼 정성과 시간이 들어간다.
이 두 별미는 단순한 반찬이 아니라, 사람들의 손맛과 계절의 정취가 어우러진 한국 봄 식문화의 상징이라 할 수 있다.
한편, 한국 사람들이 좋아하게 된 외국 수입 작물 중 대표적인 예는 고추와 고구마다. 고추는 16세기 일본을 통해 한국에 전래된 이후 김치, 찌개, 장류 등 한국 음식의 핵심 재료로 자리 잡았으며, 연간 소비량은 약 15만 톤 이상에 달한다.
고구마 또한 18세기 일본에서 들어왔고, 오늘날 간식·주식·가공식품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며 연간 30만 톤 이상 소비되고 있다. 이처럼 외국에서 유입된 작물이 한국인의 입맛에 맞아 필수 식품으로 자리매김한 사례는 여럿 있다.
봄의 맛을 담은 돌산 갓김치와 멍게 젓갈, 그리고 외국에서 들어와 한국인의 식탁을 책임지는 고추와 고구마. 이 모두는 계절과 문화를 담은 음식으로 우리 일상에 깊이 스며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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