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길 속에서도 꺾이지 않는 꿈, 한옥의 재탄생

지난 14일, 경북 안동시 임하면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은 2만6400㎡(약 8000평) 규모의 부지를 완전히 초토화시켰습니다.

화마와 강풍이 지나간 자리에는 잿더미조차 남아 있지 않았고, 한옥 건물들이 있던 자리는 희멀건 흙바닥만 드러냈습니다.

고미술품 수장고는 시커먼 숯가마처럼 변해버렸고, 1100여 점의 소중한 고미술품들은 하루아침에 사라졌습니다.

이 불길은 지난달 25일, 멀리 떨어진 산등성이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면서 시작되었습니다. 

불과 30분도 안 돼 이곳으로 불길이 덮쳤고, 150~200년 된 목가구들이 불쏘시개 역할을 하며 모든 것을 불살랐습니다.

안영환(68) 락고재문화재단 회장은 이 고미술품들을 한옥 호텔 ‘락고재’에 두기 위해 수집해온 인물로, 그의 철학은 “고미술품은 한옥에 있어야 비로소 진가를 알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 모든 것이 잿더미가 되어버렸습니다.

안 회장은 “고미술품에는 조상들의 손때와 숨결이 배어 있어요. 나 때문에 귀한 유산들이 통째로 사라진 것 같아 마음이 아픕니다. 

차라리 돈이 타버렸다면 나았을 텐데요”라고 말하며 깊은 슬픔을 드러냈습니다. 그러나 그의 꿈은 불길 속에서도 꺾이지 않았습니다. 그는 한옥 박물관 건립을 위해 이미 부지 협의까지 마친 상태였습니다.

산불은 그의 한옥 학교도 앗아갔습니다. 

2011년 문을 연 ‘락고재 부설 한옥 학교’는 한옥의 가치를 세계적으로 알리기 위해 만들어졌고, 80여 명의 목수를 배출했습니다. 

이곳에서 배운 졸업생들은 한옥을 짓는 데 필요한 전통 기술을 익혔고, 그들의 작품은 락고재 하회의 한옥 22동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안 회장은 “한옥은 ‘필 바이 하트(feel by heart)’다.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느끼는 데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의 한옥 호텔은 이제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미국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의 큐레이터들이 “정취와 멋을 참고하겠다”며 방문할 정도로, 그의 한옥은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루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하지만 불길이 그의 꿈을 잠시 꺾었을 뿐, 그는 다시 일어설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안 회장은 산불로 갈 곳을 잃은 주민들을 위해 한옥 학교가 있던 부지를 무상 대여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곳에 ‘임시 대피소’ 45채가 지어질 예정입니다. 그는 “산불 이후 ‘놀러 가기 죄송스럽다’며 여행을 자제하신다는데, 관광객 발길이 늘어야 상인들은 힘이 난다”고 말했습니다. 불이 인간의 의지를 일시적으로 꺾었지만, 영원히 꺾을 수는 없습니다.

그는 “한옥은 고층으로 올릴 수 없어 부지에 비해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며 “전통 한옥의 모습을 유지하면서도 지하를 활용해 1.5층처럼 쓰는 방식도 구상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락고재 하회 내부에 작은 박물관을 열 계획도 세우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해외 박물관에 ‘실내 한옥 전시관’을 지을 겁니다. 재가 된 건물은 다시 지으면 되지만, 한옥의 정신은 사라지면 끝이니까요.”

안 회장은 한참을 뒤적여 그을린 쇠경첩 몇 점만을 겨우 찾았습니다. 씁쓸한 표정으로 그는 재 한 줌을 집어 들며 “25년여간 전국을 돌아다니며 모은 것들입니다. ‘한옥 박물관’을 세워 전시하려 했지요. 건립이 코앞이었는데…”라고 말했습니다.

안 회장의 꿈은 불길 속에서도 여전히 타오르고 있습니다. 

그는 다시 일어설 준비가 되어 있으며, 한옥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한 여정을 계속할 것입니다. 

불이 그의 의지를 꺾을 수는 없다는 것을, 우리는 그의 이야기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옥의 정신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며, 새로운 시작을 향한 그의 발걸음은 계속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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