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로벌 반도체 업계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경쟁 구도가 한층 첨예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HBM3E에 이어 차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4) 개발에서도 독주 체제를 굳혔다는 평가를 받는다. AI 열풍으로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수요가 폭증하면서, 메모리 성능과 패키징 경쟁력이 핵심 경쟁 요소로 부상한 것이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청주 신공장과 후공정 투자로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을 더욱 확대하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차세대 HBM 양산 계획이 예상보다 지연되며 ‘AI 반도체 수혜’에서 주도권을 일부 내주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때문에 과거 이건희 회장이 경고했던 “삼성도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다시 거론된다.
하지만 삼성전자도 반격에 나섰다. 미국 텍사스 테일러시에 370억 달러를 투자하는 초대형 파운드리 공장을 착공하며, TSMC를 추격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테일러 팹은 2나노 이하 첨단 공정을 겨냥하며,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할 교두보로 꼽힌다. 삼성의 공격적 투자는 미국 정부의 칩스법(반도체 지원법)과 맞물려, 장기적으로 AI용 시스템반도체 경쟁력 회복을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평가된다.
이러한 기업 간 기술·투자 경쟁과 별개로, 북미에서는 정치적 긴장이 또다시 고조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캐나다의 디지털 서비스세 부과 방침을 ‘미국에 대한 노골적인 공격’으로 규정하며, 캐나다와의 무역 협상을 즉시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트럼프는 SNS 트루스소셜에서 “이 지독한 세금 때문에 모든 대화를 종료한다”며 향후 7일 내에 새로운 관세 방침을 공개하겠다고 예고했다. 캐나다 정부는 구글·아마존 등 미국 빅테크에 매출 기반 디지털세를 부과할 계획이었는데, 이번 선언으로 양국 무역 질서가 단기적으로 큰 충격을 받을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반도체 산업과 IT 기업들이 각국 정부의 정책·무역 리스크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AI와 클라우드 경쟁이 격화되는 시점에, 미국과 캐나다의 디지털세 갈등은 다른 선진국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한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HBM 패권 경쟁은 앞으로 메모리뿐 아니라 AI 반도체 패키징 생태계의 주도권에 직결될 것으로 보인다.
전례 없는 기술 경쟁과 보호무역, 과감한 투자 결정이 맞물리며 글로벌 IT·반도체 질서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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