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의 자립 전략, 트럼프의 관세 공세를 넘다… 준비된 자가 위기를 기회로 바꾸다

미국과 중국의 오랜 관세 전쟁이 한 고비를 넘기면서, 이번 대치의 승자가 누구인지에 대한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닛케이 아시아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의 대결에서 전략적 우위를 점했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대중국 관세율이 최고 145%까지 인상됐다가 최근 30%로 조정된 데에는 중국의 장기적인 준비와 대응 전략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시 주석의 자신감은 단순한 정치적 제스처가 아니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 초기에 시작된 미·중 무역 갈등에 대비해, 지난 7년간 경제적 자립을 준비해왔다. 2018년 이후 중국은 미국 의존도를 낮추고 수출 다변화에 성공했으며, 미국을 제외한 수출액이 1조 달러 이상 증가했다. 이는 미국을 향한 연간 수출 규모의 두 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트럼프는 202442일 중국산 제품에 대해 34%'호혜적' 관세를 부과하며 압박을 시작했으나, 중국은 이에 굴복하지 않고 정면 대응으로 맞섰다. 미국이 관세를 84%, 125%, 끝내 145%까지 인상하는 과정에서도 중국은 대응 관세로 맞불을 놓았고, 협상보다는 자립을 선택했다.

 

중국은 또한 미국의 압박을 역이용했다. 미국의 중간선거와 크리스마스 쇼핑 시즌이라는 시한이 트럼프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미국 소비자들이 중국산 제품에 의존하는 만큼, 관세가 지속될 경우 상품 부족과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었다.

 

공급망 다변화도 중국의 핵심 전략 중 하나였다. 식량의 경우 대두 수입을 브라질로 전환하고,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밀 생산 기술을 육성했다. 첨단 기술의 기반이 되는 희토류 역시 중국이 세계 생산의 70%, 정제의 90%를 장악하고 있어 미국 산업에 압박 카드로 작용했다.

 

무엇보다 중국은 기술 자립에 힘을 쏟고 있다. 첨단 기술 수출 통제 가능성에 대비하고, 수출 주도형 노동 집약 경제에서 벗어나기 위한 산업 구조 개편에 나섰다. 이는 단기 대응을 넘어 장기 목표인 대만 통일과 서방 제재에 대한 내성을 키우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반면, 트럼프의 전략은 정치 일정과 대중 여론을 염두에 둔 단기적 접근이었다. 관세 발표 이후에도 그는 여론과 시장 반응을 보며 수차례 입장을 바꿨고, 이에 따라 강경한 이미지가 오히려 흔들리는 결과를 낳았다. 준비된 상대 앞에서는 전통적인 거래 기술이 통하지 않았다는 점이 드러났다.

 

이번 관세 전쟁에서 중국 역시 피해를 입었다. 스마트폰, 개인용 전자제품은 관세 면제를 받았지만, 다른 분야에서는 공장 해외 이전과 일부 중소공장 폐업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는 일시적 실업과 함께 내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다.

 

그러나 인무원려난성대업(人無遠慮難成大業)”이라는 말처럼, 중국은 오랜 준비 끝에 경제적 타격을 감수하면서도 자립 기반을 구축했고, 이로써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었다. 트럼프의 대중 억제 전략은 강경했지만, 준비된 상대 앞에서는 오히려 자신의 전략적 한계를 노출하게 된 셈이다.

 

결국 이번 무역 대치는 단순한 경제 갈등이 아닌, 준비와 인내, 그리고 장기적 비전의 승부였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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