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의 첫 현충일 메시지, ‘보훈’으로 말하는 정체성과 향후 과제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후 첫 국가기념일로 열린 제70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정권의 정체성을 강하게 드러냈다.

그는 이날 추념사에서 ‘희생’과 ‘헌신’을 반복적으로 강조하며, 독립운동가·참전용사·민주화 인사 모두를 함께 기렸다.

진보 정권이 안보와 보훈에 약하다는 보수 진영의 비판을 의식한 듯, 통합과 책임의 메시지를 앞세운 전략적 행보로 평가된다.

 

대통령은 특히 군인·경찰·소방공무원을 ‘제복 입은 민주시민’으로 명명하며, 그들의 역할을 민주주의라는 가치와 연결 지었다.

단순한 국가 서비스 인력을 넘어서 헌법적 가치를 지키는 존재로 해석한 것이다. 이는 보훈을 특정 진영의 전유물이 아닌, 국가 구성원 모두의 공통 가치로 확장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이재명 대통령은 “특별한 희생에는 특별한 보상이 따라야 한다”며 보훈 정책 강화도 약속했다.

참전용사 배우자에 대한 복지 확대, 보훈의료체계 개선 등이 주요 과제로 언급됐다. ‘보훈의 형평성’과 ‘정의’를 강조한 이 메시지는, 기존 보수정권이 강조해온 ‘안보’와 진보진영의 ‘민주’를 통합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하지만 이 메시지의 정치적 파장은 보훈 담론에 그치지 않았다. 같은 날 대전현충원에서는 시민사회단체들이 김창룡 등 친일·반민주 인사의 이장을 촉구하며 ‘국립묘지법 개정’을 요구했다. 김창룡은 일제 헌병 출신으로, 해방 후 김구 암살과 민간인 학살 등에 연루된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가 애국지사와 나란히 안장되어 있다는 사실 자체가 “현충원의 오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이 “친일하면 3대가 흥하고, 독립운동하면 3대가 망한다는 말은 사라져야 한다”고 발언한 것도 우연이 아니다. 이는 과거사 청산을 정권 초부터 제도화하려는 신호로 해석되며, 시민사회의 요구와 보조를 맞춘 모습이다. 정권의 역사인식과 정체성을 구체적으로 드러낸 발언으로 평가된다.

 

현재 발의 논의 중인 국립묘지법 개정안은 크게 세 가지 방향을 포함한다.

첫째, 친일행위자의 안장을 금지하고, 둘째, 내란·군사반란 가담 고위공직자의 이장을 가능케 하며, 셋째, 보훈부 장관에게 강제 이장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다. 이는 국립묘지를 단순한 군인 묘역이 아닌 ‘기억의 정치’ 공간으로 재구성하겠다는 방향성과 맞닿아 있다.

 

이러한 흐름은 이재명 정부의 향후 행보를 가늠케 한다.

‘국민 통합’과 ‘내란 종식’을 기조로 내세운 만큼, 보훈과 과거사 청산은 병행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정치적으로는 보수 진영과의 충돌을 예고하는 한편, 역사 정의를 중심으로 한 국정 운영의 기조를 강화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정리하자면, 이재명 대통령의 현충일 메시지는 단순한 국가행사 참석이 아니라, 정권의 방향성과 정체성을 압축적으로 보여준 선언이었다. ‘기억해야 할 사람’과 ‘잊지 말아야 할 과거’를 명확히 구분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셈이다.

향후 이 기조가 법제화로 이어질 경우, 대한민국의 보훈 정책과 역사 인식에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