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이치와 인간의 경영: 울진 산불과 공생의 교훈

한국에서 가장 친숙한 나무를 꼽으라면 단연 소나무다. 애국가에도 등장하며, ‘이라는 이름은 으뜸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소나무는 사람에게 아낌없이 베풀며, 가구와 관을 만들거나 송편 재료로 활용되며, 피 즙은 과거의 배고픔을 해결해 주었다. 송진은 염증을 빨리 곪게 해 고약을 만드는 데 쓰였고, 소나무가 베어진 뒤에는 7~8년이 지나면 버섯으로 자생해 중요한 약재가 된다.

 

특히 금강송은 소나무 중에서도 최고로 여겨진다. 금강은 '최고'라는 뜻으로, 금강석과 금강산이 그 예다. 울진 지역의 소나무가 금강송으로 불리게 된 것은 최근의 일로, 2000년경 산림청장이 이곳의 소나무를 금강송으로 명명한 이후부터다. 그 이전에는 황장목으로 불리며, 줄기 내부가 송진으로 누런 색을 띠어 붙여진 이름이다.

 

금강송과 자연의 상호작용

금강송은 일반 소나무보다 송진이 8배 많아, 이는 나무의 단단함을 더해준다. 금강송 군락지인 소광리는 이곳에서 금강송과 일반 소나무의 단면을 비교할 수 있는 전시가 이루어지고 있다. 금강송은 송진이 줄기의 80%를 차지하는 반면, 일반 소나무는 10%에 불과하다. 이러한 송진은 나무를 보호하고, 벌레의 침입을 막아 균열을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금강송이 아무리 소중해도, 주위의 다른 나무들을 베어내면 오히려 해가 된다. 지난해 울진에서 발생한 대규모 산불이 그 예다. 이 산불은 9일간 지속되며 5500만 평의 면적을 태웠고, 이는 서울 여의도의 63배에 해당한다. 피해가 커진 원인은 금강송을 보호하고 송이버섯을 채취하기 위해 옆의 활엽수를 제거했기 때문이다. 활엽수는 수분을 머금고 있어 산불 발생 시 자연적인 소방 역할을 하며, 이들을 제거함으로써 자연의 소방 기능을 스스로 없앴다.

 

자연의 이치와 인간의 행동

울진 산불의 피해는 인간의 행동이 자연의 이치를 무시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자연계에서 나무들이 공존하는 것은 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함이다. 활엽수를 베어내는 행위는 단기적인 이익을 추구한 결과이며, 장기적으로는 자연의 균형을 해치는 결과를 초래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행동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했을지 모르지만, 결과적으로는 비합리적인 선택이 되었음을 입증했다.

 

이러한 교훈은 인간 세계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난다. GE의 전 CEO 잭 웰치는 인사관리를 통해 많은 경영자들에게 존경받았으나, 그의 '잔인한' 인사 철학은 결국 조직의 조화를 해쳤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모든 직원을 세 등급으로 나누어 하위 10%를 해고하는 방식으로 인사관리를 했지만, 이는 각 개인의 특성과 팀워크를 간과한 결정이었다. 이러한 방식이 단기적으로는 효과를 보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조직의 건강성을 해칠 수 있다.

 

동아시아의 지혜와 현대 경영

동아시아의 전통적 학문관은 자연의 이치인 천도(天道)와 사람의 삶인 인도(人道), 그리고 사회의 방향인 치도(治道)를 강조한다. 이러한 원리는 현대 사회와 경영에서도 중요하게 여겨져야 한다. 자연의 이치를 소중히 여기고, 다양한 나무가 함께 자라는 것처럼 다양한 인재가 공존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장자는 자연의 조화와 균형을 강조하며, 사람과 세상도 그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모든 것이 하나로 보인다고 설명하며, 이러한 관점이 소통과 이해를 가능하게 한다고 보았다. 따라서, 현대 사회에서도 서로 다른 의견을 존중하고 조화롭게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

 

결론

울진 산불의 교훈은 자연과 인간의 상호작용에서 비롯된다. 자연의 이치를 이해하고 이를 존중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이는 경영에서도 마찬가지로, 조직 내 다양한 인재가 공존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함을 의미한다. 금강송과 활엽수의 공생처럼, 우리 사회에서도 서로 다른 의견과 특성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이해와 협력이야말로 오늘날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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