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사는 친척이 찾아왔습니다. 그녀는 버버리 힐스에서 간이음식점을 운영하고 있었고, 그 식당은 주변의 무역관계 사무실과 모델학교 학생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주일마다 식당을 닫고 한인 교회에 참석하는 그녀의 모습은 단골손님들에게 불편을 주었습니다. 특히, 스위스에서 온 단골 손님은 “왜 당신 같은 멀쩡한 사람이 교회에 다니느냐?”고 물었습니다. 이 질문은 친척에게 깊은 충격을 주었고, 그녀는 자신의 신앙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 질문은 많은 서구인들이 교회를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사실, 서구 사회에서 교회를 찾는 사람들은 대개 사회적 약자나 외로운 노인들입니다. 바쁜 일상을 보내는 젊고 건강한 사람들은 교회에 거의 참석하지 않으며, 특별한 날에만 가족과 함께 예배를 드립니다. 이러한 모습은 한국에서도 점차 비슷해지고 있습니다. 한국의 교회를 찾는 이들이 비정상적인 행동을 보이는 경우가 많고, 이는 교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확산시키고 있습니다.
최근 한국 사회에서는 극단적인 신앙을 가진 사람들이 교회를 대표하는 모습이 자주 보입니다. 지하철이나 거리에서 외치는 “예수 천당, 불신 지옥”과 같은 구호는 많은 이들에게 교회를 비정상적인 집단으로 인식하게 만듭니다. 또한, 교회 내에서 발생하는 성직자의 비리와 권력 다툼은 교회에 대한 신뢰를 더욱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많은 사람들이 교회를 떠나거나 멀리하게 되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결과입니다.
독일의 본회퍼 신학자는 교회가 사회적 약자들의 농성장이 되어버린 현실을 비판하며 새로운 종교개혁을 요구했습니다. 그는 교회가 변두리 인생들을 돌보는 사명을 가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그리스도인의 진정한 역할은 단순히 약자를 돕는 것에 그치지 않고, 세상을 “아래로부터 보는 시각”으로 바라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수께서 보여주신 자기헌신과 가르침은 사회를 변혁시키고, 고통받는 이들이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가는 데 초점을 맞추어야 합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단순히 구호를 외치는 것이 아니라, 가난하고 병든 사람들이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 나라를 지향해야 합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먹는 일과 마시는 일이 아니라, 성령 안에서 누리는 의와 평화와 기쁨입니다.”(로마서 14:17)
따라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교회의 정체성을 재정립하는 것입니다. 교회는 멀쩡한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 아니라, 모든 이들이 환영받고, 서로를 돕고, 진정한 공동체를 이루는 장소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교회가 사회의 비극을 외면하지 않고, 세상의 아픔을 함께 나누는 공간이 되기를 바라야 합니다.
이러한 변화가 이루어질 때, 교회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공동체로 거듭날 수 있을 것입니다.
손규태 성공회대학교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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