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묵 목사는 평소 매우 감동적인 설교로 교인들을 감화시켰지만, 정작 자신의 설교집을 남기지 않았습니다.
신이건은 최성묵의 설교가 청년들에게 도전과 감동을 주며 저항과 희망의 꿈을 심어주었다고 회상했습니다.
그는 중부교회로 적을 옮긴 이유가 바로 최성묵의 설교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선생님의 설교는 아름다운 시적인 표현과 호랑이가 포효하는 듯한 격분, 그리고 때로는 너무나 사람 냄새가 나는 인간적인 말씀이셨습니다.” 최성묵은 생전에 “설교집 하나 만듭시다”라는 제안에 대해 “야! 그런 것 필요 없어.”라고 답했습니다. 교인들 중 일부는 그의 설교 내용을 개별적으로 녹음하기도 했지만, 현재는 그 기록을 찾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최성묵이 자신의 설교집을 만들지 않았던 이유는 그의 삶의 태도와 관련이 있지만, 그의 설교를 분석한 김명수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서술합니다. "최성묵 목사의 설교는 성서 본문과 오늘의 상황 사이에 균형(balance)과 조화(harmony)를 잘 이루고 있습니다. 그의 설교는 성서 본문이 담고 있는 사회역사적 연구에 충실하면서도 이스라엘 민중이 겪는 고난의 현실과 오늘 한국 민중이 겪고 있는 고난의 현실이 하나로 합류합니다." 이러한 요소들이 그의 설교가 부산 지역의 비판적 지식인과 사회 참여적인 청년들에게 감동을 주고, 상당한 영향력을 끼쳤던 이유입니다.
김명수의 분석처럼 최성묵의 설교는 성서에서 출발하여 오늘 이 땅의 구체적 현실을 파악하는 방향으로 나아갑니다. 그는 그 현실을 하나님과 예수의 사랑을 통해 변화시키고자 했습니다. “연대성의 지평”이라는 설교에서는 그 사랑의 범위를 무한히 확대하며, 예수의 사랑은 보편적이므로 원수까지도 사랑의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그러나 예수가 특히 관심을 기울인 이들은 가난한 사람, 병든 사람, 불구자, 창녀, 세리 등이었습니다. 최성묵은 가난하고 억눌린 민중에 대한 연대의 확대가 예수의 하나님 나라 선교의 핵심이라고 보았습니다.
그는 기독교 복음의 핵심을 자유와 해방에서 찾았고, 해방과 자유의 근거는 예수 그리스도에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해방자 예수”라는 설교에서 그는 예수가 민중을 질병, 공포, 악령, 궁핍으로부터 해방시켰다고 말하며, 인간을 걱정과 불안 등 실존적 허무로부터 해방시켜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러한 해방을 통해 진정한 자유를 얻은 사람은 현실을 도피해서는 안 되며, 인간을 억압하는 사회의 구조악을 좌시해서는 안 된다고 피력했습니다. 따라서 그는 자유, 평등, 인권을 세우는 투쟁에 참여하여 역사의 한 복판에서 그리스도의 해방과 자유의 영역을 확장해 나가야 한다고 설교했습니다.
최성묵의 신학사상은 1970-80년대 한국에서 형성된 민중신학의 전형을 보여줍니다. 이 시기 군사독재 하의 한국 사회에서 억압받는 민중의 삶을 신학의 주제로 삼아 발전한 민중신학은 이미 잘 알려져 있으며, 최성묵은 이 신학을 구체적인 목회 현장에서 그리고 민주화투쟁의 일선에서 몸으로 실천함으로써 민중신학에 생명력을 불어넣었습니다.
최성묵의 설교와 신학사상은 단순한 종교적 메시지를 넘어, 당시 사회의 고난과 아픔을 함께 나누고, 이를 통해 희망과 저항의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그의 사상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며, 사회 정의와 인권을 위한 투쟁의 기초가 되고 있습니다. 최성묵의 삶과 설교는 한국 사회의 민주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였으며, 그의 유산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기억될 것입니다.
차성환 지음(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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