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한민국의 건강기능식품 시장이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소비 침체와 함께 히트작 부재, 그리고 신규 사업자들의 급증이 맞물리면서 시장은 ‘3중고’에 신음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업계는 새로운 판매망 확보와 해외 시장 개척을 통해 위기를 돌파하려고 하지만, 그 노력은 역부족인 실정입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건기식 유통전문판매업 등록 업체는 2019년 3247곳에서 2023년 5630곳으로 73.4% 증가했습니다. 매년 600개씩 늘어나는 셈입니다. 기존의 제약업체뿐만 아니라 바이오기업, 식품회사, 화장품 및 주얼리 기업까지 건강기능식품 시장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최근 2년간 교원, 현대그린푸드, 삼양식품 등도 건기식 유통전문판매업 신고를 마쳤습니다.
하지만 시장은 정체 상태입니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에 따르면, 2020년 처음 5조원대를 넘어선 국내 건기식 시장 규모는 2022년 6조4498억원으로 정점을 찍고, 2023년에는 6조1415억원, 2024년에는 6조440억원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엔데믹 이후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건기식 지출을 줄이고 있으며, 예전과 같은 ‘독보적인 히트상품’이 나오지 않는 것도 큰 원인입니다.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마진이 급감하고 있습니다. 종근당의 건기식 자회사인 종근당건강의 베스트셀러 ‘락토핏’은 2021년 6000억원을 넘었던 매출이 지난해 4973억원으로 줄어들었습니다. 2023년에는 190억원의 영업이익이 발생했지만, 이는 지난해 2억원의 영업손실로 적자 전환된 결과입니다. 유한양행의 유한건강생활, JW중외그룹의 JW생활건강 등도 최근 역성장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건기식 시장은 영세사업자부터 대기업까지 모두가 무한경쟁을 벌이는 구조”라며 “현재 상품 구성이나 판매망으로는 시장 침체를 극복하기가 쉽지 않다”고 진단했습니다. 오상우 동국대 일산병원 교수는 “폐경기 엄마와 20대 아들이 똑같은 영양제를 먹고 있다 보니 국민이 체감하는 효과가 크지 않다”며 “전 세계가 ‘맞춤형 건기식’으로 가고 있는 만큼, 우리 기업들도 정밀 영양 연구와 맞춤형 제품 개발에 힘써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결국, 대한민국의 건강기능식품 시장은 소비자들이 줄을 서는 것과는 달리, 넘치는 업체들로 인해 제살을 깎아먹는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이러한 아이러니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시장의 구조적 변화와 혁신이 필요합니다. 소비자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제품을 제공하고,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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