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토에 갇힌 유대인, 어떻게 부를 쌓았나?

유대인을 상징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게토'입니다. 중세 이후 유대인을 격리한 구역인 게토는 슬럼가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지만, 그 안에서도 유대인들은 신중산층으로 성장하는 기회를 찾았습니다. 도시의 기독교 주민에 비해 권리는 적었지만, 농촌 주민보다는 적은 의무와 군역 면제라는 혜택을 누리며 어떻게 부를 쌓아갔는지 살펴보겠습니다.

게토의 역사와 배경
게토는 중세 말기 유대인이 스스로 자치구역을 요청해 만든 격리 지역입니다. 기독교 세계의 신민이 아닌 유대인이 자치적으로 거주지를 영위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였고, 나름의 배려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게토는 단순한 자치구역을 넘어 '가축우리'로 전락하게 되었습니다. 16세기 종교개혁과 반종교개혁의 과정에서 유대인은 기독교 사회의 경계 밖으로 밀려나게 되었고, 이로 인해 그들의 고난이 심화되었습니다.

1215년 교황 인노켄티우스 1세는 반유대 칙령을 제정하여 유대인에게 강제로 노란 배지와 개버딘, 고깔모자를 착용하도록 했습니다. 1516년 이탈리아 베네치아에 최초의 게토가 세워진 이후, 유럽 전역에서 유사한 격리 조치가 시행되었습니다. 이는 유대인의 삶을 더욱 힘들게 했고, 그들은 차별과 고통 속에서 살아가야 했습니다.

게토에서의 삶과 직업
프랑크푸르트의 유대인 거주지인 ‘유덴가세’는 이들의 스산한 역사와 삶을 잘 보여줍니다. 당시 유대인은 직업 활동 외에는 게토를 벗어날 수 없었고, 일요일이나 기독교의 성일에는 해가 지면 출입이 금지되었습니다. 이들은 오직 낮에 일 때문에만 외출할 수 있었고, 주변 마을을 방문하는 것도 비용이 들었습니다. 이러한 제한은 유대인들이 사회와 고립된 상태에서 지내야 했음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게토의 유대인들은 기독교도 주민이 경멸하는 직업에 종사해야 했습니다. 많은 유대인이 거리의 대금업과 노점상으로 생계를 이어갔고, 이들은 종종 사회에서 하층으로 취급받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대인들은 당시 경제적 환경에서 자신들의 입지를 다지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군역 면제의 혜택
기독교 도시 주민들에 비해 유대인은 권리가 적었지만, 농촌 주민들보다는 적은 의무와 군역 면제의 혜택을 누렸습니다. 당시 유럽의 농촌 주민들은 왕이나 영주에게 여러 세금을 내야 했고, 군역에 징집되는 등 많은 의무를 지고 있었습니다. 반면 유대인은 비교적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었고, 이러한 점은 그들이 세상의 변화를 인식하고 적응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경제적 변화와 신중산층의 출현
18세기 들어서면서 유럽의 경제 상황은 변화하기 시작했습니다. 제조업과 상업이 성장하면서 유대인들은 대금업과 행상을 넘어 새로운 직업 영역으로 진출하게 됩니다. 이들은 가축, 목재, 섬유 거래에 참여하며 경제적 기반을 다졌습니다.

특히 독일의 하노버에 살았던 유대인 여성 글뤼켈의 일기장은 당시 유대인들의 경제적 변화를 잘 보여줍니다. 그녀는 집집이 돌아다니며 금을 사고팔고, 이웃 유대인들과 함께 다양한 업종에 종사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유대인들이 차별과 멸시 속에서도 경제적 신흥 중산층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반이 되었습니다.

결론
게토에 갇힌 유대인들은 비록 힘든 환경 속에서도 부를 쌓고 신중산층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찾았습니다. 그들은 기독교 사회의 경계에서 살아가면서도 독자적인 경제적 영역을 구축하며, 역사 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습니다. 이러한 역사는 오늘날에도 유대인들이 어떻게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저항하고 성장해왔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로 남아 있습니다.

게토는 단순한 격리의 공간이 아닌, 유대인들이 어떻게 역경을 극복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지켜나갔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소로 기록됩니다. 그들은 고난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새로운 기회를 찾아 나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