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무역환경에 먹구름이 드리운 가운데, 세계 각국은 ‘합종연횡’의 외교 전략으로 돌파구를 모색 중이다. 미국이 자국 산업 보호를 명분으로 각국에 관세를 부과하자, 이에 대응해 주요 국가들은 미국과의 협상과 더불어 제3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영국과 인도 간의 대규모 FTA 체결이다. 브렉시트 이후 가장 큰 규모로, 양국은 수년간 교착 상태였던 협상에 마침표를 찍었다. 미국발 관세 압박이 커지자 양국 모두 무역장벽을 낮추고 협력을 확대할 필요성에 공감한 결과다. 이 협정으로 인도는 영국 제품에 대한 관세의 90%를 인하하고, 영국은 인도 수입품에 대한 세제 혜택을 확대했다. 고용과 인력교류 조항까지 포함된 점은 이례적이다.
유럽연합(EU) 역시 잰걸음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말, 25년 만에 메르코수르 4개국과 FTA를 타결하며 남미로의 시장 확대에 성공했다. EU는 자동차 관세 인하, 전기차 혜택 등을 얻었고, 남미는 소고기 등 농산물 수출 확대를 기대한다. EU는 이에 그치지 않고 아랍에미리트, 인도, 동남아 4개국과도 협상을 추진 중이다.
한국도 이런 흐름에 발맞춰 움직이고 있다. 미국 관세 조치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는 한국은, 글로벌사우스 지역과의 무역지대를 넓히는 데 주력 중이다. 지난해 체결한 UAE와의 CEPA를 연내 발효시키려 하고 있으며, 에콰도르와의 SECA, 멕시코와의 FTA 협상에도 다시 속도가 붙었다. 우리 정부는 중남미 최대 경제국인 브라질과의 협정도 검토하고 있다.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가 도리어 세계 각국의 ‘FTA 재가동’을 촉발시키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각국은 관세 장벽이라는 위기를 새로운 무역 파트너 확보의 기회로 삼고 있으며, 한국 또한 이러한 흐름에서 발 빠르게 대응 중이다. 세계 무역의 판도가 다시 재편되고 있는 지금, 국가 간 경제 동맹은 다시금 중요한 전략자산으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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