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해군의 전설적인 항공모함 USS 엔터프라이즈(CVN-65)가 공식적으로 해체될 예정이다. 이 함선은 세계 최초의 핵 추진 항공모함으로, 1961년 취역 이후 2017년까지 51년간 미국 해군의 상징으로 활약해왔다. 최근 미 국방부는 NorthStar Maritime과 약 5억 3,700만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하고, 앨라배마주 모빌에서 오는 2029년까지 해체 작업을 완료할 계획이다.
USS 엔터프라이즈는 독특한 설계와 기술력으로 당대 최고의 해군 전력으로 평가받았다. 길이 342미터, 배수량 약 95,000톤, 최대 90대의 항공기 탑재 능력을 갖춘 이 항공모함은 8기의 독립 원자로를 동력원으로 사용한 유일한 군함이었다. 이로 인해 장기간 해상 작전이 가능했고, 쿠바 미사일 위기, 베트남 전쟁, 걸프 전쟁, 중동 지역 군사작전 등 여러 역사적 임무에 투입됐다.
하지만 원자로 해체를 포함한 복잡한 구조로 인해 이번 해체 작업은 기존 함정들과는 차원이 다른 과정을 요구한다. 방사성 폐기물 처리, 부품 재활용, 환경 안전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으며, 이를 위해 미 해군은 핵 추진 함정 전담 해체 부서를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엔터프라이즈의 퇴장은 단순한 함정 해체가 아니라 미 해군 전략 변화의 신호탄이기도 하다. 기존의 핵 추진 항공모함이 인력과 유지비 면에서 한계에 도달한 반면, 차세대 항공모함은 효율성과 첨단 기술의 결합을 지향한다. 대표적으로 ‘제럴드 R. 포드급’ 항공모함은 자동화 시스템, 전자기식 이륙장치(EMALS), 첨단 레이더 등을 갖추고 있으며, 승조원 규모도 줄어드는 등 운영 효율을 극대화하고 있다.
또한 향후 해군 전략은 유무인 전력 통합, 사이버전 대비, 정밀 타격 능력 강화 등으로 진화하고 있다. 드론과 인공지능을 활용한 해상 작전 체계도 확대되며, 항공모함은 기존의 ‘공중 전력 투사 기지’에서 ‘융합 전력 운용 플랫폼’으로 변모 중이다. 이에 따라 해상 작전은 더욱 분산되고 유연해지는 방향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USS 엔터프라이즈의 해체는 과거와 미래를 잇는 전환점이다. 이는 냉전기의 군사 패러다임이 종료되고, 21세기 해군력이 효율성과 첨단 기술 중심으로 재편되는 흐름을 상징한다. 한 시대의 상징이 퇴장하는 이 순간, 해양 전략과 군사 기술은 새로운 시대로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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