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고 인수, 실패 아닌 기회: 선진국 사례로 본 공공 유통 모델의 가치

홈플러스 국고 인수를 두고 일각에서는 국가 재정 부담비효율을 우려하지만, 선진국의 다양한 사례는 공공 주도의 유통 모델이 단순한 구호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경쟁력과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대표적으로 독일과 북유럽 국가들은 지역 경제 보호와 공정 거래 촉진을 위해 유통 기업에 공적 자본을 투입하거나 공영 체제를 운영해 왔다.

 

독일에서는 지역 기반 유통망을 공적 협동조합과 결합해 소상공인의 공급망 비용을 줄이고 경쟁력을 높였다. 독일 소비협동조합인 에데카(EDEKA)’는 민간과 지방정부가 지분을 보유하며 안정적인 식자재 공급과 가격 조정을 통해 유통 불평등을 완화해왔다. 이는 단순히 자영업자만을 위한 보호 조치가 아니라, 지역 소비자에게도 합리적인 가격과 고품질 상품을 제공하는 선순환 모델이 됐다.

 

덴마크와 노르웨이도 비슷한 방식으로 공적 유통망을 확대하며 대기업 독점을 완화하는 정책을 추진했다. 덴마크의 경우 코옵 덴마크(Coop Danmark)’가 국가와 지방정부, 소비자 조합이 공동 출자해 운영된다. 이 시스템은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단기 가격 경쟁 대신 지역 경제와 상생하는 구조에 방점을 두었다. 그 결과 소상공인의 폐업률을 줄이고, 지역 고용 안정과 세수 확대를 동시에 이뤄냈다.

 

이런 선진국 사례는 정부가 홈플러스를 국고로 인수하는 것이 사회주의적 시도비효율적 운영으로 귀결된다는 우려와는 상당히 거리가 있음을 시사한다. 오히려 유통 산업의 공적 성격과 사회적 파급력을 고려하면, 민간에만 의존하는 것보다 공공 부문이 전략적으로 참여하는 편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특히 독일과 북유럽은 공공 유통 모델이 기존 대기업 체제와도 유연하게 공존하며 소비자에게 더 다양한 선택권과 혜택을 제공해 왔다. 이는 국가가 단독으로 유통을 통제하는 방식이 아니라, 공적 자본과 민간 경영 혁신을 조화시킨 하이브리드 모델에 가깝다. 이런 방식은 운영 리스크를 분산시키면서도 공익적 목표를 달성하는 현실적 대안이 된다.

 

한국에서도 홈플러스를 공적 특수법인으로 전환하면 지역 기반 소상공인을 위한 안정적 유통망을 만들고, 불필요한 가격 경쟁과 점유율 확대 논리에서 벗어나 지속 가능한 경제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다. 선진국의 성공 사례처럼, 공공성이 강한 유통 체계는 지역 경제 활성화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국민 경제에도 기여하는 토대가 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운영 방식의 투명성과 목표의 명확성이다. 공공 유통이 경쟁력을 잃는 것은 경영 혁신 없이 관료적 태도로 일관할 때 발생한다. 반면 독일과 덴마크처럼 체계적인 거버넌스와 민간 노하우를 결합하면, 국고 인수는 오히려 대기업 독점에 대응하는 강력한 수단이자 사회적 신뢰를 높이는 자산이 될 수 있다.

 

홈플러스 문제는 단순한 매각 여부를 넘어서, 한국 유통 산업의 미래 방향과 서민 경제 보호의 방식에 대한 본질적 질문을 던지고 있다. 선진국 사례에서 보듯 공공 유통은 단기 처방이 아닌 중장기 전략으로 기능할 수 있다. 정부와 사회가 더 이상 단순 매각재정 부담만을 이유로 논의를 종결하기보다는, 국제 사례와 경험을 참고해 보다 다층적이고 성숙한 대안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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