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출범과 동시에 부동산 규제 완화보다는 주식시장 활성화에 정책적 무게를 두고 있는 흐름이 뚜렷하다. 이는 단지 경제정책의 방향 설정이 아니라, 정치적 셈법과 행정 실현 가능성, 유권자 구성 등을 모두 고려한 전략적 선택으로 읽힌다.
정부는 ‘코스피 5000 시대’를 공약으로 내걸며, 상법 개정과 배당세 인하, 공매도 규제 강화 등을 추진하고 있다. 실제로 외국인 순매수가 이어지며 코스피 지수도 상승세를 보였고, 정부는 이를 ‘경제심리 회복의 첫 단추’로 간주한다. 그 이면에는 보다 넓은 대중을 만족시킬 수 있는 시장에 정책 초점을 맞추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
국내 전체 경제활동 인구 중 약 1,500만 명이 증권계좌를 보유하고 있다. 반면 부동산을 두 채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는 약 300만 명 수준에 불과하다. 게다가 20·30세대는 자산 축적의 첫 수단으로 부동산보다는 주식시장에 더 많이 참여하고 있다. 정치적으로도, 표의 숫자가 다수인 쪽에 힘이 실리기 마련이다. 실현 가능성 높은 시장에서 가시적 성과를 내고자 하는 정부 입장에서는 주식 쪽이 훨씬 수월한 대상이 된다.
반면 부동산 시장은 정책적 성과를 내기 훨씬 어렵다. 세금·대출 규제를 완화하면 매수세가 자극돼 집값이 급등하고, 반대로 강하게 조이면 거래가 끊기며 전세·월세 시장이 불안정해진다. 문재인 정부 시절 ‘부동산 공공성’이라는 명분 아래 추진된 정책이 오히려 시장 혼란을 부추겼다는 평가가 따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부동산 쏠림을 해소하고 자본시장으로 유도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도, 이런 ‘정책 실패 트라우마’를 의식한 행보다.
물론 이런 접근에는 한계도 있다. 국내 자본시장은 여전히 낮은 배당성향, 불투명한 지배구조, 코리아 디스카운트 등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단순히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몰린다고 해서 실물경제가 성장하는 것도 아니다. 기업 가치와 수익 배당을 기반으로 한 자산 축적 문화가 정착되지 않으면, 또 다른 자산 버블과 양극화를 낳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주식에 방점을 두는 이유는 명확하다. 부동산은 적은 수의 고소득층과 자산가가 지배하는 시장이고, 주식은 훨씬 더 많은 유권자에게 직간접적 이해관계를 가진 대상이기 때문이다. 문제 해결의 난이도 또한 주식이 더 낮다. 규제 하나를 손보면 주가가 반응하고, 수치가 올라가면 성과가 눈에 띄는 식이다. 반면 부동산은 정책 하나가 시장에 미치는 시간이 길고, 부작용도 복잡하게 얽힌다.
이재명 정부가 주식시장에 집중하는 것은 단순한 ‘시장 선호’의 문제가 아니다. 어디에 자원을 투입해야 효과적이고, 정치적으로도 실익이 따르는지를 고심한 결과다. 그러나 진정한 성공을 위해서는 투자자 보호, 시장 공정성 강화, 기업 지배구조 개선 같은 구조개혁이 병행돼야 한다. 부동산에서 한 발 물러선 진보정권의 실험이 자본시장이라는 새로운 무대에서 어떤 성적표를 받을지는, 앞으로의 개혁 속도와 의지에 달려 있다.
'국가 정책(경제, 행정, 유통, 교육 등), 뉴스'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국고 인수, 실패 아닌 기회: 선진국 사례로 본 공공 유통 모델의 가치 (4) | 2025.07.08 |
---|---|
용인 AI 융합 신도시, 경제위기 돌파와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한 선택 (8) | 2025.07.08 |
지방 경제 붕괴 위기, 허울뿐인 지원 대신 지속 가능한 투자와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 (0) | 2025.07.07 |
내 집 마련 정책과 청년 안심주택의 그림자: 희망과 불안이 공존하는 부동산 현실 (8) | 2025.07.06 |
부동산과 주식, 모두 표 계산의 도구인가: 이재명 정부의 시장정책에 남은 의문 (8) | 2025.07.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