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대에 국가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같은 나라에서는 특히 산업 경쟁력이 곧 국가의 생존과 직결된다. 공장이 돌아가야 경제가 움직이고, 경제가 움직여야 국기가 흔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생산성 향상과 수출 확대에만 몰두하다 보면 정작 그 속에서 일하는 인간의 삶은 점점 보이지 않게 된다.
최근 들어 국내 산업계에서는 구조조정과 노동 유연화, 자동화 등의 흐름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많은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거나, 과중한 노동에 시달리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세계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이지만, 그 전략의 이면에는 인간의 존엄과 생명 가치가 희생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단가 경쟁과 기술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기업들은 생산 라인을 해외로 이전하거나,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는 방식으로 체계를 바꾸고 있다. 이 과정에서 비정규직 확대, 안전 규정의 미비, 생명과 직결된 사고도 반복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산업 구조조정의 부작용이 아니라, 글로벌 경쟁에만 몰두한 나머지 인간 중심의 철학이 실종된 결과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종종 “공장이 돌아가야 나라가 산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 말 속에는 일하는 사람들의 삶이 함께 돌아가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사람 없이 돌아가는 공장은 없다. 국기도 그 나라 사람들의 신념과 희생 위에서만 휘날릴 수 있다. 따라서 경제 성장은 더 이상 ‘숫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그 숫자 속에 담긴 인간의 가치가 어떻게 지켜지고 있는지를 묻는 문제로 전환되어야 한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효율성뿐만 아니라 윤리성이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특히 AI, 빅데이터, 자동화 기술이 산업을 지배하는 21세기에는 ‘일하는 인간’의 위치가 더욱 위태로워지고 있다. 기술이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을 통해 인간이 존중받을 수 있는 방식으로 산업 구조가 설계되어야 한다.
정치권과 기업, 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할 몫이 있다. 경제 지표가 상승해도 자살률이 높고, 산업재해가 빈발하며, 저임금 노동에 고통받는 이들이 많다면 그것은 건강한 성장이 아니다. 국기와 공장이 제대로 돌아가려면,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려야 하며, 그들이 존엄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제도와 문화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결국 국가의 경쟁력이란 공장의 기계가 얼마나 빠르게 돌아가는가가 아니라, 그 기계를 돌리는 인간이 얼마나 존중받고 있는가에 달려 있다. 국기를 지키는 일은 공장을 지키는 일이며, 공장을 지키는 일은 결국 인간의 생명과 존엄을 지키는 일이 되어야 한다.
이 균형 속에서 진짜 지속 가능한 경쟁력이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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