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치권을 둘러싼 갈등은 단순히 여야의 정책 차이를 넘어, 극단적 지지층이 주도하는 팬덤 정치가 문제의 본질로 자리 잡았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 국민이 생활고와 미래 불안에 시달리는 동안, 정치권은 진영 논리에 사로잡힌 팬덤 세력의 입맛에 맞춘 메시지와 행동으로 일관하며 스스로를 옭아매고 있다.
이번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 논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정부와 여당은 후보자에 대한 비판을 “야당의 정치 공세”로 몰아가며 방어하는 데 급급했고, 야당은 도덕성과 자질을 문제 삼아 연일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그러나 양측의 격한 대립 속에서 정작 국민이 듣고 싶었던 것은 구체적이고 책임 있는 해명과 대안이었다. 정치의 본질적 책무보다 진영 내부 결집에만 초점이 맞춰진 태도가 불신을 키웠다.
더 큰 문제는 이를 뒷받침하는 팬덤 지지층의 과도한 결집과 비판 거부다. 어느 한 편에 서지 않으면 곧바로 ‘적’으로 규정되고, 비판적 목소리는 배신으로 몰아붙이는 풍토가 점점 더 거세지고 있다. 정치인의 말 한마디, 정책 하나에 극단적 해석과 과격한 옹호가 따라붙으면서 합리적 토론이 설 자리를 잃었다.
정부의 정책에 반대하는 목소리조차 “국정 발목잡기”로 비난당하고, 야당이 불합리한 행태를 보여도 지지층은 “우리 편을 지켜야 한다”며 무조건적 면죄부를 주는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정치권은 자신들이 선거로 위임받은 권한을 국민 전체가 아니라 팬덤의 인기에 기대 운영하고 있다. 이는 민주주의의 건강성을 위협하는 위험한 흐름이다.
팬덤 정치가 일상화되면서 정치인은 오히려 국민과 멀어지고 있다. 국민 다수의 상식적 요구는 진영 논리에 파묻히고, 극소수의 강성 지지층 목소리가 과대표출된다. 이번 사태에서도 후보자의 자질 검증보다 “우리 진영을 공격하기 위한 프레임”이라는 주장과 “보은 인사의 상징적 사례”라는 비난만이 부각됐다. 결국 국민이 원하는 투명한 검증과 성실한 해명은 끝내 실종됐다.
이제 정치권은 자성해야 한다. 스스로가 키워온 팬덤 정치의 그늘이 정치를 피로와 혐오의 대상으로 바꿔놓았다는 사실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국민이 바라는 것은 책임지는 정치, 합리적 비판, 공감 능력이다. 그것을 외면한 채 극단적 지지층의 박수에만 기대면, 어떤 정치인도 결국 국민의 평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정치가 본래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 편 가르기와 맹목적 충성이 아니라, 정책과 인물에 대해 공정하게 검증하고 비판하며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이번 논란이 팬덤 정치의 폐해를 다시금 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앞으로 정치권은 국민의 눈높이에서 스스로를 엄격히 점검할 때다. 그래야만 한국 정치가 더 이상 분열과 불신의 악순환에 갇히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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