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면책특권, 법과 정치의 경계에 선 대한민국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대법원에서 ‘유죄 취지’의 파기환송 판결을 받으면서, 헌법 제84조가 다시 한번 정치권과 법조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는 이 조항이, 대통령제 국가의 법치와 정치의 경계선을 시험하는 기준이 되고 있는 셈이다.

 

미국과 유럽은 어떻게 해석할까?

미국은 대통령 면책특권을 헌법에 명시하지 않았지만, 1982년 대법원은 Nixon v. Fitzgerald 판결에서 대통령에게 ‘공적 직무 관련 민사소송 면책’을 인정했다. 그러나 형사소추에 대해선 별개의 문제로 본다. 실제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중엔 기소되지 않았지만, 퇴임 후 다수의 형사기소에 직면했다. 이는 미국 법무부의 내부 지침에 따라 ‘재임 중 기소 유예’가 관행적으로 적용된 결과다.

프랑스는 대통령의 형사·행정 책임을 임기 중 전면 면제하며, 임기 종료 후에야 처벌이 가능하다.

독일도 유사하지만, 독일 대통령은 실질적 권한이 제한되어 있어 사법적 책임을 질 가능성은 낮다.

 

한국은 명확한 듯 모호하다

헌법 제84조는 ‘형사상 소추’를 금지하고 있으나, 여기서 ‘소추’의 범위가 기소에만 한정되는지, 재판과 선고까지 포함하는지를 두고 법조계 해석은 엇갈린다. 2023년 헌법재판소도 재판이 소추에 포함되는지를 두고 5:4로 의견이 갈렸다.

다수는 재판은 사법 영역이므로 제외된다고 보았지만, 소수는 재판 역시 소추의 연장선상이라 주장했다.

이재명 후보는 현재 5건의 형사 재판에 직면해 있으며,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은 대법원의 파기환송 결정으로 다시 서울고등법원에서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 상황에서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이 재판이 계속될 수 있는지를 두고 헌법적 공방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6.3 대선 전에 대법원 최종 판결 가능할까?

현실적으로, 대법원이 파기환송한 사건은 다시 고등법원에서 재판을 거친 후, 고등법원 판결에 대해 다시 상고가 이루어져야 대법원이 최종 판결을 내릴 수 있다. 통상 수개월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며, 현재 일정상 6.3 대선 전까지 대법원의 최종 판결을 기대하긴 어렵다. 파기환송심이 신속히 진행된다고 해도, 대법원 재상고심까지 포함하면 물리적으로 촉박하다.

 

결국, 이 문제는 누구의 문제가 아닌 한국 민주주의의 시험대다

더불어민주당이 ‘당선 시 재판 정지’ 형사소송법 개정을 추진하자 ‘이재명 보호법’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반대로, 유권자의 알 권리와 법 앞의 평등 원칙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주장도 강하다. 미국 워싱턴 포스트는 “한국의 제도적 미비가 선진 민주주의의 딜레마를 드러낸다”고 평가했다.

 

지금 필요한 것은 특정 정치인을 위한 법이 아니라, 모든 대통령을 포함한 공직자의 법적 책임과 정치적 안정 사이의 균형을 정립하는 제도적 보완이다. 대통령 면책 조항에 대한 헌법적 재해석이든, 입법적 정비든 이제는 명확한 선택의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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