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한민국 대선판에서 가장 눈에 띄는 인물 중 하나는 단연 이준석이다.
‘개혁신당’이라는 이름부터 기존 정당들과의 차별성을 예고하더니, 선거 캠프도 국회 근처가 아닌 강남역 한복판에 차렸다.
사과박스 위에 올라서 출근길 시민에게 인사하고 피켓을 드는 모습은 전통적인 유세가 아닌, 일종의 거리 캠페인처럼 보인다.
마치 선거라기보다는 월드컵 응원전에 가까운 풍경이다.
그의 캠프에서 실질적인 전략을 총괄하는 인물은 피부과 의사 출신의 함익병이다.
정치권 외부 인사인 그는 “이재명 네거티브는 하지 말자”라거나 “정치는 팔 물건으로 승부하라”는 식의 직설적인 메시지로 주목받고 있다. 비정치인 특유의 상식적 접근이 오히려 선거 전략의 핵심이 되는 모양새다.
이준석 캠페인의 핵심은 ‘감성’이다. 정치공학이나 계산된 이미지보다는, 사과박스라는 상징성을 통해 유권자와 눈높이를 맞추려는 시도가 돋보인다. 젊고 똑똑하며, 영어 구사능력도 뛰어난 그는 토론 무대에서도 경쟁력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물론 단점도 있다. 일각에선 인간적인 친화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움을 준 사람에게 고마움을 표현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하지만 정치판에서 오히려 이런 모습이 ‘원칙 중심의 실용주의’로 비춰지기도 한다.
현 시점에서 이준석에게는 기회도 크다. 양당 정치에 피로감을 느낀 유권자들이 존재하고, 윤 대통령 탄핵 이후 정치 지형이 흔들리고 있는 것도 유리한 상황이다. 기존 정치 시스템에 염증을 느끼는 이들에게 그의 방식은 신선하게 다가갈 수 있다.
다만 가장 큰 위협은 단일화 이슈다. 이준석 캠프 내부에서도 정계의 전형적인 단일화 시도에 대한 경계심이 크다.
실제로 함익병은 “그런 식이면 인터뷰를 그만두겠다”고 밝힐 정도로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이는 이들이 단순히 정치 공학적 연대보다는 자체적인 정치 실험에 집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 대선은 늘 상징적인 순간으로 기억된다. 노무현의 돌풍, 박근혜의 정권교체, 문재인의 촛불 민심, 윤석열의 검찰 이미지 등 시대마다 다른 이야기가 있었다. 이번 대선에서 이준석은 세대와 지역을 넘어서는 ‘감성 정치’라는 실험에 나선 셈이다.
결국 대선은 정치 엘리트의 체스게임이 아닌, 시민들이 공감하고 참여할 수 있는 무대여야 한다.
이준석과 함익병의 캠페인은 이 점을 파고드는 시도라 볼 수 있다. 그들이 말한 것처럼, 선거는 누군가에게는 장미를, 누군가에게는 국화를, 또 어떤 이에게는 사과박스를 선택하게 만드는 꽃집 같은 공간일지도 모른다.
그들의 실험이 어떤 결말을 맞이할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최소한 정치가 ‘사람 사는 이야기’로 돌아올 수 있다는 희망은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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