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원도심에서 만나는 숨겨진 역사와 문화

필자의 고향인 부산에 갈 때마다 영도와 해운대로 향하곤 했지만, 원도심인 부산역 주변은 그저 지나치는 곳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나 부산은 깊이 알수록 생각보다 젊고, 그 역사적 배경은 흥미롭습니다. 1876년 부산항이 개항하면서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한 부산은, 영화로 유명해진 국제시장을 통해 그 규모와 역사를 느낄 수 있습니다. 이곳은 일제강점기 일본인 거주지였으나, 해방 후에는 광복동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한국전쟁 당시 피란민들이 몰려들면서 자연스럽게 시장이 형성되었고, 이후 전국적인 물류와 상업의 중심지가 되었습니다. 외세의 수탈과 광복, 전쟁, 그리고 포용과 개발, 독제에 항거했던 역사가 이 젊은 도시에 켜켜이 쌓여 있습니다.

부산에는 영도 동삼동 폐총과 동래 읍성에서 출토되는 다양한 유물들이 있습니다. 특히 임진왜란을 겪었던 아픈 역사들이 소롯히 남아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하지만, 동래 파전과 상성 막걸리는 우리의 마음을 위로하기도 합니다. 

부산 용두산 공원 민주화 공원에는 대한민국 민주화를 위해 투쟁했던 역사적 인물들의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최성묵 목사와 김광일 변호사, 노무현 전 대통령 등 많은 민주 열사들의 발자취를 느낄 수 있는 곳입니다.

부산의 역사 속에서 전쟁 중 남쪽에서는 메밀을 구하기 어려워 냉면 대신 부산 밀면이 대체재로 자리 잡았습니다. 

부편동 골목시장에서 ‘결핍의 음식’ 밀면과 당면 국수로 허기를 채우고 산 쪽으로 걸어가 보면, 보수대로, 보수사거리, 보수동 등의 지명이 눈에 들어 옵니다. 하지만 이 지명은 ‘보배로운 물’을 내어주는 보수산에서 유래한 것입니다.

필자의 처가집이 있던 보수동은 책방골목이 상징입니다. 이곳은 헌책방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전쟁 당시 피란민들이 몰려들며 자연스럽게 헌책 거래가 시작된 공간입니다. 좁은 골목에는 팔릴 것 같지 않은 옛날 책들이 수북이 쌓여 있었고, 어떤 가게의 주인은 한강 작가님의 책을 진열하며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책은 표지라는 얼굴이 원래 크기로 펼쳐질 때 비로소 그 매력을 발휘합니다.

서쪽으로 10분 정도 걸어 임시수도기념관이 있습니다. 이곳은 부산이 피란수도였던 약 1,000일 동안 대통령 관저로 사용되었던 장소로, 일제강점기 당시 경남도지사 관저였던 아름다운 벽돌 건물이 인상적입니다.

보수동 책골목 안에는 부산 민주화의 상징인 중부교회가 있습니다. 고 최성묵 목사와 많은 청년들이 반독제를 외치며 군부에 항거했던 중심지로, 이곳은 부산의 역사와 문화가 얽혀 있는 특별한 장소입니다. 부산의 원도심에서 만난 역사와 문화는 그 자체로 매력적이며, 앞으로도 많은 이들이 이곳을 찾아 그 의미를 되새기길 바랍니다.

부산 원도심에서 느낀 역사와 문화는 단순한 과거의 기억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를 연결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부산의 숨겨진 이야기를 발견하고, 그 의미를 되새기며 새로운 시각으로 도시를 바라볼 수 있습니다. 부산의 원도심은 그 자체로 매력적이며, 앞으로도 많은 이들이 이곳을 찾아 그 역사와 문화를 경험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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