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유세 현장에서 방탄소년단(BTS)의 음악이 울려 퍼졌다는 사실은 단순한 유쾌한 해프닝일까, 아니면 정치적 상징을 담은 전략일까? 유세에서의 음악 선곡이 대중의 감성에 호소하는 수단이라는 점은 정계에서도 오래된 전략이지만, 이번 경우엔 ‘방탄’이라는 단어가 주는 다의적 의미가 특히 주목받고 있다.
이재명 후보는 ‘사법 리스크’라는 이름의 그림자를 정치 경력 내내 짊어지고 있다. 성남시장 시절부터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백현동 사업,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법인카드 유용 등 다양한 혐의가 반복적으로 제기됐고, 일부는 재판이 진행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정치 탄압’이라는 프레임을 유지하며 법적 다툼과 대중 설득을 동시에 병행해왔다.
그런 와중에 등장한 방탄소년단의 노래는 흥미롭다. 단순히 인기 아이돌의 노래로 유세 현장을 흥겹게 만들기 위한 선택일 수 있지만, 정치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들은 이것을 일종의 메시지로 해석한다. 고려대 김민정 교수는 “정치인은 언제나 이미지 전쟁을 벌이고 있다”며 “대중이 가진 상징어에 자신을 결합시키는 전략은 고전적이면서도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분석한다.
BTS가 지닌 글로벌, 젊음, 저항, 방어 등의 다층적 이미지는 이 후보에게 정치적 차용 가치를 준다는 것이다.
‘방탄’이라는 단어는 단순히 그룹명을 넘어서 이제는 일종의 문화적 코드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BTS에 대해 “음악을 넘어선 사회적 현상(Social Phenomenon)”이라 평가한 바 있고, 유럽 정치 커뮤니케이션 학자들은 이들의 영향력을 “21세기 디지털 시대의 감성 정치 자산”이라 분석하기도 했다.
이재명 후보가 방탄을 선곡했다는 사실 자체가 대중문화와 정치의 접점을 상징하는 현상이 된 셈이다.
그러나 이 후보의 ‘방탄’이 진짜로 사법적 방어막이 될 수 있을지는 별개의 문제다.
대한민국 사법부는 정치적 파장과는 별개로 증거와 절차 중심으로 판단을 내리는 구조다.
전직 대통령들의 수감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 지지율이나 대중 이미지가 법의 판단을 무력화시키긴 어렵다.
따라서 이 후보의 방탄 메시지는 실제 법정이 아닌, 여론의 법정에서의 전략으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하다.
한편, 유세에 동원된 ‘방탄 차량’ 역시 상징적 장치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
최근 정치인 대상의 물리적 위협 사례가 늘어나면서 경호 수준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동시에 방탄 차량의 등장 자체가 “나는 공격받고 있다”는 프레임을 강화하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
이는 20세기 중반 이후 정치 커뮤니케이션의 특징인 ‘피해자-영웅 담론’(victim-hero narrative)의 일환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재명 후보가 이러한 메시지를 의도했는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정치란 본래 해석의 장이다.
그가 방탄소년단을 선곡하고, 방탄 차량에 탑승하며, 사법적 위기에 처해 있다는 상황이 한 데 모이며 결국 대중은 의미를 찾기 시작한다. 일부 지지층은 “그도 결국 시스템에 맞서 싸우는 존재”라고 보며 연민과 지지를 보낸다.
결론적으로 이재명의 ‘방탄’은 단순한 유세 배경음악이나 경호 수단을 넘어, 대중적 이미지 구축과 메시지 전략이 결합된 상징 체계로 작동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정치인은 대중문화와 언어, 이미지, 상징을 도구로 삼아왔다.
이는 케네디의 TV토론 활용부터 오바마의 SNS 활용까지 이어지는 흐름이며, 한국 정치에서도 진화 중이다.
방탄소년단은 정치와 거리를 둬 왔고, 정치적 의도와 무관하게 노래가 선곡되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건 그것이 대중에게 어떻게 인식되느냐다. 유세장에 울려 퍼진 그 노래는, 이재명 후보가 대중에게 전하고자 하는 또 다른 메시지였는지도 모른다.
정치는 결국 메시지 싸움이다. 그리고 그 메시지는 때로 음악처럼, 은유처럼, 방탄처럼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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