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첫 국무회의, 전 정부 장관들과 ‘김밥 회의’…정권 이양 갈등 수면 위로

이재명 대통령이 202565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취임 후 첫 국무회의를 주재했다. 이날 회의는 아직 새 정부 장관 인선이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장·차관들과 함께 진행되었으며, 3시간 40분 동안 이어진 마라톤 회의였다. 이 대통령은 다소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도 웃으면서 회의하자고 유쾌하게 회의를 시작했지만, 회의의 성격과 방향은 명백히 새 정부의 통치 의지를 보여주는 자리였다.

 

이날 국무회의는 기존 정부 부처에 5분씩 현안 보고를 요청하는 방식으로 시작됐지만, 이 대통령이 직접 부처마다 상세한 질문을 던지며 회의는 예정보다 크게 길어졌다. 특히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농림축산식품부 등 일부 부처는 보고 시간이 30분을 넘기기도 했다. 김밥과 생수로 점심을 해결하며 진행된 이른바 김밥 국무회의는 이 대통령의 실무 중심 접근 방식과 일에 대한 강한 의욕을 드러내는 상징적인 장면으로 받아들여졌다.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 발언을 통해 체제 정비에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최대한 줄이고 싶다며 빠른 전환을 예고했다. 공직자들에게는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대리인이라는 인식을 상기시키며, 현안 점검과 업무 수행에 최선을 다해줄 것을 당부했다. 일부에선 이를 두고 전임 장·차관들에 대한 군기 잡기라는 해석도 나왔다. 회의에 참여한 관계자들 사이에선 이 대통령의 의욕이 대단했다는 말이 나왔다.

 

이날 보고에서는 AI 컴퓨팅센터, R&D 체계, 공정위 인력 충원,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 등 다양한 사안이 논의됐다. 이 대통령은 단순 행정 편의주의에서 벗어날 것을 지시했으며, 각 부처에 보다 현실적인 인력 재배치와 문제 해결책을 요청했다. 오후에는 안전치안점검회의도 직접 주재하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강조했다. 특히 세월호, 이태원, 오송 등 참사를 언급하며, 재난의 원인을 빠르게 분석하고 엄정한 책임을 묻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이처럼 새 정부가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면서, 전임 정부에서 임명된 고위공직자들의 거취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새로운 국정철학과 정책 방향을 밀어붙이는 상황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장·차관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은 자연스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선 이들 고위 인사들이 조속히 사표를 제출하는 것이 새로운 정권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자 정치적 도리라고 보고 있다. 이른바 산책하듯떠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권교체기에는 통상적인 전환과정으로서 전임 인사들의 사퇴가 따라붙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상당수 장·차관이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현실은 행정의 연속성이라는 명분보다 정치적 유산 청산이라는 신정부의 관점에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 대통령의 이번 회의가 단순한 보고 청취가 아니라, 본격적인 국정 운영 구상을 선포하는 자리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 정부 인사들의 조속한 정리와 후임 인선은 더욱 시급한 과제가 된다.

 

정치권에서는 이 국무회의가 사실상 이재명 대통령의 첫 시험대였다고 보고 있다. 국무회의에서 보여준 이 대통령의 발언과 행동은 기존 국정 스타일과의 차별화를 의식한 결과로 보이며, 공직사회에 강한 메시지를 전달한 셈이다. 특히 행정부 내 인사 재정비와 사안별 정책 전환이 곧 본격화될 가능성을 높인다.

 

결국 이날 국무회의는 단순한 국정 보고를 넘어, 새 정부의 행정철학과 운영방식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한 장관들과 함께한 이 회의는 곧 종료될 과도기를 알리는 무대이기도 했다. 이재명 정부가 내세우는 국민 주권 정부구상이 현실화되기 위해선, 정치적 책임과 인사의 정리가 동반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전 정부 인사들의 산책은 그 자체로도 하나의 정치적 상징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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