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출범과 동시에 중대한 국내외 과제를 마주하고 있다. 방산, 원전 등 전략 산업을 기반으로 한 외교 행보와 민간 외교를 통한 미국과의 접촉이 본격화되고 있으나, 국내 정치는 여전히 혼란스럽고 인사 논란은 진정되지 않고 있다. 실용을 내세운 이재명 정부가 이 같은 복합 위기 속에서 과연 얼마나 현실적인 해법을 제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의 워싱턴 방문이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 취임 직후 이루어진 대표적 민간 외교 행보로, 미국 정계와 경제계에 새 정부의 친기업적 이미지를 전달하려는 시도다. 제임스 김 암참 회장은 이재명 대통령과의 면담 경험을 바탕으로, 미국 측에 “비즈니스에 우호적인 정부”라는 인식을 심는 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민간 외교는 한국의 투자 확대와 규제 완화를 알리고, G7 정상회의에 앞서 전략 산업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려는 사전 포석이기도 하다.
하지만 외교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건 아니다. 최근 몇 년간 미국은 한국의 무역흑자에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다. 실제로 한국 기업들이 미국 내 생산시설을 확대하며 일자리를 창출했음에도, 관세 등의 불이익이 계속되고 있는 현실은 단순 통계에 기반한 오해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선 ‘스토리텔링 외교’, 즉 수치가 아닌 실질적 기여 사례를 앞세운 설득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재명 정부는 곧 열릴 G7 정상회의에서 첫 다자 외교 무대를 맞이한다. 이 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첨단 산업을 협상 카드로 활용하며 관세 이슈와 공급망 재편에 있어 주도권을 잡으려는 전략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단순한 참석국이 아닌 ‘선진국형 외교’를 펼쳐야 한다고 조언하며, 전략적 역량과 구체적 메시지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외교적 퍼포먼스와 달리 국내 정치는 무거운 발목을 잡고 있다. 이재명 정부의 초대 내각 인선이 ‘편향적’, ‘전과자’, ‘친북’ 논란에 휩싸이며 야권의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이는 단순한 정치 공세를 넘어, 외교 무대에서도 한국 정부의 정당성과 리더십에 대한 의문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 정치적 정당성과 국민 통합 없이는 국제사회에서의 설득력 또한 약화되기 마련이다.
경제 지표 역시 녹록지 않다. 제조업 일자리는 11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으며, 수출 지표도 불안정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재명 정부의 첫 경제 진단 보고서에는 경기 하방 압력과 산업구조 재편의 필요성이 명확히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글로벌 공급망과 기술 동맹이 재편되는 시기에 한국이 경쟁력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기존의 정부 주도형 산업 전략에서 벗어나 민간과의 유기적 협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의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오바마 정부 시절부터 민간과 정부가 공동으로 운영한 ‘슈퍼 싱크탱크’가 AI와 반도체 등 혁신 기업을 키워낸 토대가 되었고, 이는 현재 미국의 기술 패권 유지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도 민간이 주도권을 일부 쥘 수 있는 정책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외교는 단순한 실용주의만으로는 풀리지 않는 영역이다. 미중 갈등이 완화되는 듯하지만, 기술 패권과 관세 문제는 여전히 불확실한 상태다. 이재명 정부는 이러한 외교 환경 속에서 실용 외교와 균형 감각을 발휘해 실질적 성과를 내야 한다. 동시에 국내 정치의 갈등을 완화하고, 인사와 정책의 일관성을 통해 국민과 국제 사회의 신뢰를 얻는 일이 시급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그간 정치 행보에서 과감하고 추진력 있는 리더십을 보여왔다. 그러나 외교와 경제는 단순한 결단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복합 시스템이다. 이제는 ‘강한 리더’보다는 ‘믿을 수 있는 설계자’로서의 면모가 필요한 시점이다. 민간과의 협치, 국민 통합, 그리고 국제 사회에 신뢰를 주는 전략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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