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하면 된다”는 말은 여전히 많은 부모와 교사, 그리고 사회가 신봉하는 성공의 공식이다. 하지만 최근 다양한 연구와 사례는 이 믿음에 균열을 내고 있다. 특히 미국의 한 교수가 한국 학생들에게 전한 메시지는 도발적이다. “어머니, 공부는 유전입니다.” 학업 성취에 있어 유전적 요소가 상당히 영향을 미친다는 과학적 주장은 많은 이들에게 불편한 진실로 다가온다.
실제로 한 대규모 실험에서 ‘노력 기반 학습’은 성적 향상에 단 4%의 영향을 미쳤을 뿐이고, 나머지 96%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는 단순히 ‘더 열심히 하라’는 조언이 실질적 성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노력의 가치를 절대시하며, 실패의 원인을 개인의 게으름이나 부족한 의지로 돌리기 쉽다.
반면, “노력하자”는 말보다 “이 부분은 네가 잘할 수 있을 거야” 같은 정서적 지지가 성적 향상에 더 효과적이었다는 연구도 있다. 이는 학습 동기와 감정이 단순한 노력보다 더 강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자기 효능감과 인지적 보상이 결합될 때, 진짜 성과가 발휘된다는 것이다.
또한, 손흥민 선수를 비롯한 이른바 ‘재능형 성공 사례’는 후천적 훈련이 일정 수준 이상을 뚫고 올라가기 위해선 결국 타고난 감각과 뇌 구조의 차이가 관여한다는 점도 알려준다. 물론 손흥민도 노력했지만, 같은 방식으로 연습한 모두가 월드클래스가 되진 않는다.
이와 함께 ‘부자들의 성공 비결’을 따라 하는 것도 조심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환경, 시기, 자본력, 인간관계라는 복합 요소를 무시하고 단순한 노력으로 성공을 재현하려는 시도는 현실을 오도할 수 있다. 성공은 반복 가능한 공식이 아니며, 누군가의 방식이 당신에게 통할 것이란 보장은 없다.
결국 우리는 ‘노력’이라는 단어에 대해 재정의할 필요가 있다. 노력은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이 아니다. 유전적 기질, 감정적 안정, 사회적 환경이 모두 맞물릴 때 진정한 성과가 나온다. 누군가는 같은 노력을 들여도 다른 결과를 얻게 된다. 이 사실을 받아들일 때, 우리는 남을 무조건 비난하거나 자신을 과도하게 책망하는 오류에서 벗어날 수 있다.
노력을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다만, 노력에 대한 맹신을 경계하자는 것이다. 객관적인 한계를 인식하고, 각자의 강점과 조건을 바탕으로 실현 가능한 목표를 세우는 것이 진짜 의미 있는 성장의 출발점이다. 이 시대의 노력은, 자기이해에서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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