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DC에서 오는 6월 14일 열릴 미 육군 창립 250주년 기념 열병식이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 이날은 공교롭게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79번째 생일이기도 해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열병식 준비 과정에서 과도한 중량의 전차와 차량으로 인한 도로 파손 우려, 행사의 정치적 상징성 등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이번 열병식에는 미군의 주력 전차인 M1 에이브럼스 28대가 도심 도로에서 행진할 예정이다. 한 대당 약 70톤에 달하는 이 전차는 워싱턴DC 도로의 최대 중량 한계인 약 36톤을 훨씬 초과해 도로 손상 가능성이 지적되고 있다. 더불어 스트라이커 장갑차 28대, 각종 차량 100여대, B-25 폭격기, 헬기 50대, 군인 6,600명, 동물 37마리도 참가할 예정이다.
지역 방송 NBC는 도로 파손과 이에 따른 복구 비용이 최대 1,600만 달러(약 217억 원)에 달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육군 측은 탱크에 고무 패드를 부착하고 철판을 깔아 도로를 보호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도시 인프라에 대한 부담을 완전히 해소하진 못한 상태다.
뮤리얼 바우저 워싱턴DC 시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도로를 정비하느라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이번 열병식이 그 노력을 무력화할 수 있다”며 연방정부에 비용 청구 가능성을 언급했다. 도로 외에도 쓰레기 처리, 도로 폐쇄, 경찰 초과근무 등에서 시 예산 투입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열병식 비용은 약 2,500만4,500만 달러(약 339억610억 원)로 추산된다. 군 당국은 육군 예산으로 대부분을 충당할 예정이지만, 시 정부와 연방정부 간의 재정 분담 문제는 여전히 명확하지 않다.
이번 열병식은 당초 바이든 행정부 시절 신청된 소규모 행사에서 출발했다. 당시에는 군악대 연주와 축포 정도의 기념식으로 계획됐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복귀하면서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로 확대됐다. WP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른 국가의 열병식을 부러워하며 웅장한 행사를 선호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기 재임 시절에도 유사한 열병식을 추진했지만, 과도한 비용과 전차로 인한 도로 손상 우려 등으로 결국 무산됐다. 당시 국방장관이었던 짐 매티스 역시 군사 행사가 권위주의적 이미지로 비칠 수 있고, 정치에 군을 끌어들이는 점에서 부정적 입장을 취했었다.
이번 열병식은 육군의 역사적 기념일이자 미국의 군사력을 대외적으로 과시하는 무대이기도 하지만, 행사 규모와 정치적 해석을 둘러싼 우려 또한 적지 않다. 일부 시민과 전문가들은 “국가 지도자나 영웅은 위기 상황에서 탄생하는 법인데, 지금은 그 위기를 보여주는 방식이 무력 과시여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결국 열병식의 본래 목적이 군의 역사와 희생을 기리는 것인지, 아니면 정치적 이미지 쇄신을 위한 수단인지를 두고 해석은 엇갈리고 있다. 이날 열병식이 미국 사회에 어떤 메시지를 남길지는 행사 이후 더욱 분명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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