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공항이 구조적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인천공항을 제외한 전국 14개 지방공항 가운데 흑자를 내는 곳은 단 3곳(제주·김포·김해공항)에 불과하고, 나머지 11곳은 모두 심각한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일부 공항의 영업이익률은 -1000%를 넘기며 항공산업의 안전성과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토교통부와 한국공항공사는 이 같은 현실에 대응하기 위해 최근 ‘지방공항 활성화를 위한 전략적 방안 연구’에 착수했다. 두 기관이 각각 5천만원씩 부담하는 이번 7개월짜리 연구 용역은, 지방공항의 자립 방안과 역할 재정립을 목표로 한다. 항공 수요가 회복세에 접어들면서 지역 공항의 필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지만, 실제 운영 성적표는 낙제점 수준이다.
가장 심각한 곳은 무안국제공항이다. 2023년 기준 253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으며, 영업이익률은 -506.0%에 달했다. 양양국제공항은 211억 원 적자에 영업이익률 -1172.2%, 원주공항은 56억 원 적자에 -933.3%를 기록했다.
이는 단순한 적자 수준을 넘어, 운영 자체가 사실상 지속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밖에도 울산공항(-195억 원), 여수공항(-189억 원), 포항경주공항(-163억 원), 청주국제공항(-122억 원) 등도 모두 100억 원 이상 손실을 냈다. 이처럼 적자가 누적되는 구조에서는 안전 인프라 확충이나 정비 인력 확보에 한계가 따르며, 실제로 항공 안전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이후 지방공항의 취약한 관리 실태가 다시금 도마 위에 오른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방공항 건설과 운영은 종종 정치적 명분에 의해 추진되는 경우가 많다.
특정 지역의 표심을 고려한 정치권의 요구로 공항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고, 이후 관리와 운영은 뒷전으로 밀렸다.
이른바 ‘포퓰리즘 공항’이라 불리는 이들 공항은 정작 지역 주민에게조차 실질적 혜택을 주지 못한 채 적자만 떠안고 있는 실정이다.
국토부는 이번 연구를 통해 공항별 특성화 전략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연계 교통망 강화, 지역 항공물류 허브 기능 확대, 비즈니스 항공 모델 도입, 미래항공모빌리티(AAM) 운용 거점 확보 등 다양한 대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특히 지방공항과 지역 관광자원 간 시너지 창출 방안도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물음은 여전히 남는다. 과연 이들 공항이 본래 목적에 부합하는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가?
단기적 용역과 전략 재정립이 지역 항공산업의 뿌리부터 되살릴 수 있을 것인가?
정치 논리가 아닌 경제성과 안전 중심의 철저한 재평가 없이는, 반복되는 적자와 안전 위기의 악순환을 끊기 어렵다.
지방공항은 지역 균형 발전의 도구일 수도 있지만, 무리한 건설과 비효율적 운영은 국민 부담으로 되돌아온다.
이제는 여의도 정치권의 단기적 이익이 아닌, 장기적 공공성과 실효성을 중심에 둔 냉철한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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