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지금까지 부모님을 제외하고, 내 인생에 큰 영향을 준 잊지 못할 두 사람을 기억한다. 한 분은 나의 형수님 이정희이고, 또 한 분은 1971년 겨울 YMCA 지하다방에서 처음 만나, 청년기 이후 지금까지도 나의 인생을 정신적으로 지배하고 계신 고 최성묵 목사이다.
그간 대책 없이 숨가쁜 인생을 살아왔지만, 선생님을 생각하는 마음앞에서는 흥분되는 자신을 감추기가 힘들다. 선생님의 일상적인 기억들을 다시 떠올리면서, 젊은 시절 나를 매료시킨 그분이 나의 곁을 한시도 떠나지 않고 정신적인 탯줄로 이어져 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선생님을 잊지 못하는 것은 단순히 “나의 인생에 감동과 흥미, 그리고 충격과 교훈을 주었다”는 이기적인 동기에서만 출발한 것은 아니다. 나는 진실로 선생님을 20여 년간 가까이 모시면서, 그분의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면모에 감동을 받았다. 개인적 천재성과 시대를 초월한 예지력, 결단력을 바탕으로 구약의 시편 등을 통해 시인이자 문학적으로 상상력이 풍부한 모습도 보여주셨다.
선생님은 독재 정권에 항거하면서 말씀으로 시대적 아픔을 절규하셨고, 역동적인 설교와 진실한 목회자로서 활동하셨습니다. 학생 및 청년 운동을 통해 인간의 존엄성과 평화, 자유와 정의가 살아있는 나라를 찾고, 민족 통일의 시대를 열기 위한 제반 노력을 기울이셨습니다. 선생님의 인생 역정 속에서 그 참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선생님께서 태어나신 식민지 시대를 거쳐 해방 이후 부조리와 좌우 이념 전쟁, 군사 독재 시대를 살아오신 개인사와 그와 필연적인 관계를 형성한 종교관, 그리고 우리나라 민주화 과정의 전환적인 주요 장면들이 나의 개인적인 소견과 오버랩되며 이야기를 전개하고자 한다.
감히 몇 마디로 선생님을 표현할 수는 없지만, 선생님은 역대 군사 독재 정권의 살얼음판 같은 개인의 위협과 시대적인 어둠 속에서도 자유에 대한 목마름과 인간성 회복을 외친 진정한 한 시대의 아웃사이더였다. 그분의 삶과 가르침은 지금도 많은 이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우리는 그 유산을 기억하고 이어가야 할 것이다.
선생님이 남긴 깊은 흔적을 되새기며, 앞으로 나아갈 길을 함께 걸어가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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