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묵 목사의 신학과 정치 참여: 에큐메니칼 운동의 실천

선생님은 에큐메니칼 운동을 온몸으로 실천하는 행동적인 신학자였습니다. 한국 교회가 세계적 흐름과는 달리 교회 공동화 현상에 빠지며, 초강세 교세 유지와 이를 바탕으로 오만과 편견을 가지는 것을 개탄하셨습니다. 이는 마치 예수께서 바리사이파를 향해 뱀같이 사악한 무리라고 하신 말씀과 같았습니다.

선생님은 성경의 축자영감설이나 무오류설을 굳게 믿으며, 하나님 말씀과 교회의 목사님의 말씀을 혼돈하는 현상을 비판하셨습니다. 중세 말, 면죄부를 팔아먹는 형상의 종말론으로 나아가는 현실에 대해서도 깊은 우려를 표하셨습니다. 또한, 타종교와 협력하지 못하는 복음주의와 근본주의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취하셨고, 종교의 다원주의보다는 이웃 종교와 대화를 강조하는 신앙관을 유지하셨습니다. 서구의 종교적 제국주의를 타파하고 초교파적인 민주 역량의 연대를 위해 천주교, 원불교, 불교 등 다양한 종교와도 협력하셨습니다.

80년대 전두환 정권을 지나 노태우 정권 시절, 동구와 소련과의 수교에 따른 북방 정책 추진 과정에서 선생님은 우리 민족의 통일 문제에 대해 깊은 식견을 가지고 계셨습니다. 그는 이해관계가 다른 사람들과의 통일 문제 논의에 대해 정책 당국자나 정치가들의 노림수, 통일 반대론자들의 조직적 저항으로 인한 국민적인 분열을 걱정하셨습니다. 특히 독일의 통일 과정을 지켜보며 부러움과 함께 남북 평화와 통일 한국을 위해 많은 생각과 행동을 하셨습니다.

선생님의 남북 관계 기본 원칙과 통일관은 당시 매우 진보적인 발상이었습니다. 그는 남북 대결 관계를 평화적인 통일로 정착시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라는 전제 아래, “지구상 냉전의 마지막 장을 이 땅에서 매듭짓기 위해서는 독일의 브란트 정권처럼, TV 시청, 자유 왕래, 서신 교환 등 양측이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면서 우리 스스로의 선택과 결단, 그리고 행동만이 민족사의 어려운 고비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또한 통일 문제는 정치인의 독점물이 아닌 민간도 참여하는 것을 전제로 하며, “상호 기존 체제를 인정하면서 자유와 평화를 위한 범민족적 조직으로 단계적인 대화를 실천하자는 말씀으로 기억됩니다.

선생님은 몸속에 박힌 공산당의 총탄으로 남다른 감회와 젊은 날의 아픔을 지니고 있었지만, 통일 문제에 대해서는 누구보다도 앞선 생각을 가지고 계셨습니다. “반세기가 넘는 아픈 분단의 역사적 경험과 동족 상잔의 피 흘림이 다시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는 신념이 그 바탕이었습니다.

80년대 후반, 소련의 고르바쵸프 공산당 서기장이 취임하면서 페레스트로이카와 동유럽의 자유화 바람이 불어닥쳤을 때, 선생님은 많은 관심을 가지셨습니다. 이는 정치적으로는 공산당 일당 독재, 경제적으로는 계획·통제 방식의 경제 정책을 골자로 한 종래의 이론 공산주의에서 인간의 창조력과 생산성을 가미한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는 고르바쵸프에게 경의를 표하는 것이었습니다.

선생님은 안병무 선생의 조직 신학과 해방 신학에도 관심을 가지신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러한 성찰은 단순히 마르크스주의 사상에 얽매이기보다는, 자본주의 독재 정권에서 나쁜 짓을 하며 타락하는 인간들의 모습과 글로벌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의 문제점들이 드러나는 것을 보며, 선생님은 또 다른 삶의 원초적 이상을 실현하기 위한 성서적 대안과 남북 문제에 대한 묘안을 찾으셨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선생님과는 한번도 이 주제로 토의해본 적은 없었습니다.

선생님은 사회주의자들이 주장하는 비판 사회 이론에 대한 민중의 관심과 설득력 부족으로 당분간 사회주의 확산은 어렵겠지만, 외국의 사회주의 국가는 어떤 형태로든지 살아남을 것이라 말씀하셨습니다. 또한 우리나라의 경우 사회주의가 어느 계층 또는 어떤 형태로 그 역할과 태도에 있어 주목받는 시절이 올 것이라고 예언하셨습니다.

이러한 선생님의 통찰력과 행동은 당시 한국 사회에 많은 영향을 미쳤으며, 지금도 그 가르침은 우리에게 큰 의미로 다가옵니다. 선생님이 남긴 신학적 유산과 민주화 운동에 대한 헌신은 앞으로도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합니다. 우리는 그 가르침을 기억하며, 선생님이 꿈꾸셨던 정의롭고 평화로운 세상을 향해 계속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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