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당 요구에 '모든 걸 희생하겠다'는 윤 전 대통령, 그게 답입니까?“

최근 김용태 신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탈당해 줄 것”을 정중히 권고하겠다고 밝히면서 정치권 안팎이 다시 한 번 요동쳤다. 김 위원장은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으로서 당의 대선 승리를 위해 강한 의지를 드러내며, 윤 전 대통령이 당내 갈등의 불씨가 되고 있다고 판단한 듯 보인다. 그는 만일 자진 탈당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별도의 출당 조치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김문수 대선 후보는 다소 상반된 태도를 보였다. 그는 “탈당 여부는 윤 전 대통령의 판단을 존중하겠다”고 했고, “자기가 뽑은 대통령을 출당시키는 방식은 도리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내부적으로 의견이 엇갈리는 듯한 흐름이 읽히지만, 적어도 윤 전 대통령을 둘러싼 거취 문제는 단순한 예우 차원이 아닌 선거 전략의 핵심 사안이 되어버렸다.

 

윤 전 대통령은 이에 대해 “선거 승리를 위해 모든 걸 희생하겠다”며 일단 수용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보도에 따르면, 그는 "국민의힘을 탈당하는 것이 선거에 도움이 된다면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그 뒤에 이어진 발언이 문제의 본질을 드러낸다. "자신이 탈당하면 지지자들도 함께 빠져나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이 말은 곧, 윤 전 대통령이 본인의 정치적 상징성과 영향력을 여전히 주요 자산으로 여기고 있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그가 간과하고 있는 점은, 오늘날의 보수 지형에서 그의 존재가 더 이상 중심축이 아닐 수 있다는 현실이다. ‘모든 것을 희생하겠다’는 말이 진심이라면, 그 선택이 가져올 결과 역시 감수할 줄 알아야 한다. ‘나 하나 나가면 표가 함께 빠져나갈 것’이라는 생각은 오히려 오만함으로 비칠 수 있다.

 

정치는 자기 희생이 아닌, 공동체적 판단과 책임의 연속이다. 윤 전 대통령이 진심으로 대선 승리를 원한다면, 자신의 거취 문제를 당에 맡기고 조용히 물러나는 것이 오히려 유권자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 지금 국민의힘은 대선을 앞두고 내홍과 분열의 상징으로 윤 전 대통령이 보이는 상황 자체가 부담스러운 상태다.

 

김용태 비대위원장이 말한 "성찰하는 보수와 오만한 진보의 싸움"이라는 프레임이 의미를 갖기 위해선, 보수 내부의 질서 정리도 선행되어야 한다. 윤 전 대통령이 그 첫 번째 상징적 조치로 탈당을 선택하는 것은, 그의 정치적 명예를 지키는 길이 될 수도 있다.

 

정치 지도자가 되기 위해선 영향력을 계산하기 이전에 책임을 다해야 한다. 윤 전 대통령이 탈당함으로써 얻는 정치적 손익은 이제 중요하지 않다. 문제는 그가 끝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보수 진영의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더 이상 “거룩한 척”만 해서는 안 된다. 진심이라면,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줘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