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농촌 체류형 주택의 다양화 – 정읍 ‘땅속 집’을 통해 본 새로운 모델

전라북도 정읍에서 한 가족은 부모님 집 앞에 100평 남짓한 땅에 땅속 집을 지으며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도시에서의 바쁜 생활을 뒤로한 이 부부는 부모님과 가까운 시골에서 조용하고 평화로운 삶을 선택했고, 그 선택은 단순히 자연과의 조화를 넘어 가족 간의 유대감을 강화하는 새로운 주택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이 집의 특별한 점은 땅의 경사도를 최대한 활용해 집을 땅속에 낮게 짓는 방식이다. 사위인 준섭 씨는 부모님의 집 앞에 집을 지을 때, 기존의 자연 경관을 해치지 않도록 설계를 고민했다. 부모님이 거실에서 내장산의 풍경을 즐길 수 있도록 집을 낮게 설계한 것이다. 전통적인 집짓기에서 벗어나, 자연과 건축이 하나가 되는 독특한 방식으로 이 집을 완성했다.

 

이 방식은 유럽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지하 주택의 개념과 유사하다. 유럽의 일부 국가들, 예를 들어 스위스나 노르웨이 등지에서는 지열을 활용한 지하 주택이나 언덕에 지어진 반지하 주택이 일반적이다. 이들 지역에서는 자연과의 조화를 우선시하며, 에너지 효율성과 공간 활용을 중요하게 여긴다. 한국의 농촌 지역에서도 이와 비슷한 방식의 건축이 필요하다.

 

정읍의 땅속 집은 전통적인 건축 방식과 현대적인 건축 철학을 결합한 결과물이다. 이 집은 단순히 경사진 땅을 활용한 건축물이 아니라, 부모 세대와 자녀 세대가 공존할 수 있는 새로운 주거 형태로 주목된다. 부모님 집과 나란히 지어져 있지만, 서로의 공간을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배치가 인상적이다. 이러한 공간 구성은 농촌에서의 다세대 주거 형태로서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와 같은 건축은 농촌 고령화와 도시 이주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중요한 대안이 될 수 있다. 특히 한국 농촌 지역은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젊은 세대의 유입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가 바로 농촌 체류형 주택의 다양화이다. 단순히 전통적인 형태의 집을 짓는 것을 넘어, 자연과 조화롭고 가족 간의 유대감을 강화하는 주택 모델이 필요하다.

 

정읍의 땅속 집은 바로 이러한 필요를 충족시키는 예시라 할 수 있다. 자연 환경을 최대한 활용하면서도 실용적이고, 가족 중심의 공동체 생활을 가능하게 하는 집은 농촌에서의 새로운 주거 모델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한국 농촌의 주택은 이러한 창의적이고 실용적인 디자인을 통해 더욱 다양화되어야 하며, 고령화 사회를 대비하는 중요한 모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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