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된 행정체제, 인구 감소 시대 맞춰 ‘통합과 분권’으로 새판 짜야 한다

대한민국 지방 행정체제가 30년 전 만들어진 낡은 틀에 갇혀 있습니다. 인구 감소와 수도권 집중화가 심화되는 현실에서, 기존 체제로는 지역 경쟁력을 살리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비수도권 지역 소멸 우려가 심각한 가운데, 광역 시도 간 통합과 지방분권 강화를 통해 행정체제를 새롭게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행정안전부 산하 미래지향적 행정체제개편 자문위원회는 부산·울산·경남, 대구·경북, 광주·전남, 대전·충남 등 과거 하나였던 자치단체들을 다시 통합하는 방안을 제안했습니다. 이 통합이 이뤄지면, 인구 700만 명 이상에 달하는 초광역 자치단체가 탄생해 서울에 견줄 만한 규모의 권역이 생겨납니다. 이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지방 경쟁력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또한 권역별로 30만 명에서 50만 명 규모의 거점도시를 만들자는 제안도 나왔습니다. 전북의 전주시·완주군, 익산시·군산시, 전남의 순천시·여수시·광양시 등이 통합 후보지로 거론되며, 실제 전주시는 완주군과 통합을 준비하며 교통과 주민 편의 개선에 나서고 있습니다. 권역별 거점도시 육성은 지역 균형 발전과 일자리 창출에도 긍정적 효과를 기대하게 합니다.

 

한편, 지방분권 강화를 위한 헌법 개정 필요성도 제기됩니다. 프랑스는 지방분권을 헌법에 명시하고, 중앙과 지방 간 재정 관계를 수평적으로 조정함으로써 지방의 자율성과 재정권을 강화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지방교부세 등 지방재정 조정이 법률보다는 시행규칙에 의존해 중앙정부 주도권이 강한 상황입니다. 전문가들은 지방 재정 자립과 지방분권 실현을 위해 헌법 차원의 개헌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재정자립도 측면에서도 지방은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2025년 기준 전국 평균 지방자치단체 재정자립도는 약 43%에 그치고 있으며, 전북 등 일부 지역은 20%대에 머물고 있습니다. 서울과 경기, 세종만이 50%를 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자체들은 중앙정부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지방세 확충이나 세목 전환 등의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지방의회 운영의 비효율성 문제도 심각합니다. 인구 감소 지역이 늘어나는 반면 지방의회 의원 수는 오히려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2014년 제7기 지방의회 의원 수 3692명에서 2022년 제9기에는 3865명으로 늘었으며, 이는 행정 비효율과 국민 신뢰 저하의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정개특위에서 의원 정수를 결정하지만 정치적 이해관계가 맞물려 조정이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런 가운데 경북 안동시와 영양군은 산후조리원 등 공공시설 부족 문제를 지자체 간 협력을 통해 해결해 좋은 사례를 보여줬습니다. 소규모 자치단체가 개별적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과제를 통합과 협력으로 풀어나가는 모델로, 앞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큽니다.

 

전북대 하동현 교수는 작은 단위 행정구역을 경쟁력 있는 규모로 재편하면 행정 중복을 줄이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으며, 지역 경쟁력 제고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합니다. 30년 전 만든 낡은 행정체제를 인구 감소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춰 과감히 바꾸고, 통합과 분권을 통해 지속가능한 발전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필수 과제가 됐습니다.

 

지방의 미래를 위해선 지역 간 통합과 자치권 강화가 불가피합니다. 낡은 수직적 구조를 넘어 중앙과 지방이 수평적 협력 관계를 이루고, 인구 감소 시대에 맞춘 행정 효율성 제고와 경쟁력 강화를 함께 도모해야 할 때입니다. 지금의 개편 논의가 대한민국 지방 행정의 새로운 출발점이 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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