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수저에서 세계 최고 기업 후계자로 – 워런 버핏이 선택한 남자, 그레그 에이블의 미래는?

세계 투자계의 전설, 워런 버핏이 올해 말 은퇴를 예고하면서 그의 뒤를 이을 후계자로 지목된 인물이 바로 캐나다 출신의 ‘흙수저’ 그레그 에이블이다. 한 세기 가까이 투자 철학과 경영의 아이콘으로 군림해온 버핏의 바통을 잇게 될 그의 결정은 단순한 인사 이상의 상징성과 무게를 지닌다. 그 이유는 에이블의 출신과 성장 배경, 그리고 그가 밟아온 길이 결코 평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에이블은 캐나다 앨버타주의 노동자 계층 가정에서 자랐다. 어린 시절 빈 병을 모으고 소화기를 채우는 아르바이트로 근면을 배웠다는 그의 일화는, 버핏의 젊은 시절 신문 배달과 궤를 같이한다. 단순한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버핏은 2021년 그를 후계자로 지목하면서 “찰리처럼 뛰어난 능력을 보여줬다”고 평했다. 이는 버핏의 오랜 파트너이자 가치 투자 철학의 동지, 찰리 멍거에 비견되는 인물이라는 극찬이었다.

 

세계사의 흐름을 돌아보면, ‘흙수저’ 출신의 리더는 특정 시대의 전환점에서 종종 등장했다.

중국 삼국지의 유비는 시장 상인의 아들에서 촉한의 황제가 되었고, 조선의 정조는 신분의 한계를 넘은 개혁 군주로 평가받는다.

미국의 에이브러햄 링컨 또한 통나무 집에서 태어나 노예제를 폐지한 위대한 대통령이 되었다.

이들 모두는 단순한 입지전적 인물에 그치지 않고, 자신이 속한 체제를 개혁하거나 새로운 방향으로 이끈 리더였다.

 

그레그 에이블 역시 그러한 역사적 계보에 이름을 올릴 가능성이 있다.

1992년 당시 500명 남짓한 직원이 있던 전력 회사 칼 에너지에 입사한 그는, 이 회사가 버크셔 해서웨이에 인수되면서 자연스럽게 버핏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그는 버크셔의 에너지 부문을 이끄는 CEO가 되었고, 2018년에는 부회장으로 승진하여 주요 제조 및 유통 자회사들을 총괄해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에이블을 “빈틈없는 해결사”라고 평하며, 그가 공개적 발언보다는 실무 중심의 스타일임을 강조했다.

이는 버핏과는 다른 경영 철학을 예고하지만, 오히려 시대 변화에 더 적합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CNBC, 파이낸셜타임즈 등 세계 언론은 그가 환경, 사회, 지배구조(ESG)에 강한 이해를 가진 인물로, 에너지 산업의 미래 흐름에도 정통하다고 본다.

 

하지만 과제는 적지 않다. 버핏이라는 상징성 자체가 기업의 브랜드였던 만큼, 에이블이 그 공백을 얼마나 부드럽게 메울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경제사학자 닐 퍼거슨은 "후계자는 선구자의 그늘을 넘어서기보다는, 그 정신을 현대에 맞게 재해석하는 것이 성공의 열쇠"라고 했다. 이 맥락에서 보면, 에이블의 조용하지만 실질적인 리더십은 오히려 버크셔에 새 생명을 불어넣을 가능성이 크다.

 

그레그 에이블의 승진은 단지 한 개인의 성공이 아니라, 현대 자본주의가 여전히 ‘기회’와 ‘능력’을 중심으로 작동한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흙수저 출신이라도 준비된 자에게는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는 상징적 메시지 말이다.

 

이제 세계는 그의 다음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그는 과연 또 다른 워런 버핏이 될 수 있을까, 아니면 버핏조차 상상하지 못한 새로운 버크셔를 만들어낼 것인가. 역사는, 이제 그레그 에이블이라는 이름으로 다음 장을 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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