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개발 중인 차세대 전투기 KF-21이 해외 방산 시장에서 기대 이상의 반응을 얻고 있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간 이 전투기는 동남아를 넘어 중동, 나아가 남미와 유럽에서도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최근 열린 말레이시아 방산전시회에서는 이브라힘 총리가 직접 한국관을 찾아 FA-50 말레이시아형을 살펴보며, KF-21에 대해서도 높은 관심을 보였다. 이미 FA-50을 도입한 말레이시아 입장에서, 더 높은 성능을 요구하는 안보 환경 속에서 KF-21이 자연스럽게 차기 도입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KF-21의 경쟁력을 높이고 있는 또 다른 요인은 경쟁 기종의 약세다. 프랑스산 라팔 전투기가 최근 중국산 저가 전투기에 격추된 사건은, 가격 대비 생존성이 의심받는 계기를 만들었다. 반면, 중국산 전투기는 가격은 저렴하더라도 성능이나 안정성 측면에서 신뢰도가 낮아 실전용으로는 여전히 외면받고 있다.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기술 수준이 높고, 가격 경쟁력까지 갖춘 KF-21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특히 동남아는 방산 수출 시장에서 '마케팅 벨트' 역할을 하는 지역으로 주목된다. FA-50이 인도네시아를 시작으로 필리핀, 태국 등으로 확산된 사례처럼, KF-21도 한 국가에서 신뢰를 얻는다면 주변국으로의 연쇄 도입 가능성이 크다. 일본이 최근 방산 수출 확대를 위해 동남아를 주요 무대로 설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물론 KF-21의 앞길에 장애물이 없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공동 개발국인 인도네시아의 분담금 이행 지연이 거론된다. 이로 인해 개발 재원 확보와 일정 유지가 어려워지고 있으며, 한국이 독자적으로 모든 부담을 떠안을 경우 장기적으로 큰 리스크가 될 수 있다. 여기에 전투기급 항공기 개발에는 오랜 시간과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는 현실적인 한계도 존재한다.
하지만 최근 정부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기존의 틀을 벗어난 협력 전략을 모색 중이다. 단순한 개발 완성보다는, 기술 선진국과 자본 강국을 분리해 협업하는 방식이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된다. 예를 들어 기술력은 영국, 일본 등과 협력하고, 자본 조달은 인도, UAE 등에서 끌어오는 식이다. 이러한 새로운 접근이 성공할 경우, KF-21은 동남아뿐 아니라 중동, 남미, 심지어 유럽까지도 진출 가능한 전투기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결국 KF-21은 단순히 한국산 무기의 상징을 넘어,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낼 가능성을 지닌 프로젝트다. 정부와 KAI의 전략적 발상과 지속적인 노력이 결합된다면, KF-21은 미국의 F-35와 어깨를 나란히 하거나 그 이상을 노릴 수 있는 경쟁자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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