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공’과 ‘농촌 청년 노동자’…중국과 베트남, 산업 성장의 그림자와 미래 비전

중국과 베트남은 세계 제조업 공급망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국가들이다. 두 나라는 모두 농촌 기반 인구가 도시로 이동하며 산업화의 노동력을 공급해왔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특히 ‘중국의 농민공’과 ‘베트남의 농촌 청년 노동자’는 값싼 노동력을 바탕으로 두 나라가 세계 생산기지로 부상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최근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 농민공의 수는 약 2억9983만 명으로 추산되며, 이들의 평균 연령은 43.2세에 달한다. 과거 ‘젊은 인력’이었던 농민공은 이제 고령화 조짐을 보이고 있고, 특히 50세 이상 인구가 30%를 넘어서며 산업 현장의 세대 전환이 늦어지고 있다는 점이 우려를 낳고 있다. 월 평균 소득은 약 4961위안(한화 약 97만 원)으로 전년 대비 소폭 증가했지만, 전체 경제 성장률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베트남 역시 비슷한 구조를 갖고 있다. 농촌에서 도시로 이동한 젊은 노동자들이 의류, 전자, 가공 산업 등에서 대거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베트남은 상대적으로 인구 구조가 젊고, 노동시장 진입 연령도 낮아 현재로서는 인력 공급 측면에서 중국보다 유리한 조건을 갖고 있다. 다만 임금 상승 압력은 중국보다 더 빠르게 나타나고 있으며, 생산성 향상 없이 이 추세가 지속될 경우 제조업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중국은 '후커우(호적)' 제도에 따라 농민공이 도시에서 일하더라도 의료, 교육, 주거 등에서 차별을 받고 있다는 점이 구조적 문제로 꼽힌다. 이에 비해 베트남은 중국과 같은 호적 제도는 없지만, 도농 간 소득 격차와 사회 인프라 차이가 여전히 존재한다.

두 나라 모두 산업 성장의 속도에 비해 사회보장 시스템은 상대적으로 미비한 상황이다.

 

중국은 고령화된 노동력을 대체할 신기술 산업과 자동화를 서둘러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미 농민공의 건설업 종사 비중은 부동산 침체 여파로 크게 줄었고, 요식업과 배달업 등 서비스업으로 이동하고 있지만, 수입 증가율은 제한적이다.

반면, 베트남은 인구 보너스 시대의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어 지금이야말로 제조업 고도화와 노동자 복지 향상을 병행해야 할 시점이다.

 

두 나라는 산업 성장의 동력이 된 농촌 기반 노동자의 희생을 바탕으로 경제적 도약을 이루었지만, 이제는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노동의 질을 높이고 사회적 형평성을 개선해야 한다.

중국은 고령화·제도 개혁이, 베트남은 인프라 확충·임금과 생산성의 균형이 핵심 과제다.

 

장기적으로 두 나라는 제조업 강국에서 기술 기반 경제로의 전환을 모색하고 있으며, 농민공과 농촌 노동자에게도 더 나은 삶의 조건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정책 전환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

노동력의 수적 우위가 아닌, 질적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을 때, 이들은 진정한 '성장 파트너'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