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동 순방 중 전격적으로 “시리아 제재를 해제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다시 한 번 세계 외교 무대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첫 방문지인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평화를 만드는 사람이고, 통합하는 사람”이라며, 시리아에 대한 모든 제재를 해제할 계획임을 밝혔다. 이는 1979년 미국이 시리아를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한 이래 약 45년 만의 중대한 외교 정책 전환으로 평가된다.
이번 조치는 지난해 말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이 무너지고 새로운 시리아 과도정부가 출범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새 임시 대통령인 아흐마드 알 샤라와 만나 경제협력, 광물 공동개발 등의 방안을 논의했으며, 그 자리에서 시리아가 아브라함 협정에 참여할 것을 공식적으로 촉구하기도 했다. 이는 과거 UAE와 바레인이 이스라엘과 수교한 전례를 따르라는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리아뿐 아니라, 갈등 관계였던 이란에도 “영원한 적은 없다”며 협력 의사를 밝혔다. 물론 “핵 개발을 계속하면 최대 압박을 가할 것”이라는 단서도 함께 달았다. 전날에는 스위스에서 중국과 만나 90일간 관세를 대폭 낮추기로 합의하는 등, 실용주의 외교 행보가 두드러지고 있다.
이번 일련의 행보에 대해 미국 내외에서는 엇갈린 반응이 나온다. 일부는 “미국 우선주의에 기반한 실용 외교의 전형”이라고 평가하는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원칙 없는 외교” 혹은 “예측 불가능한 접근”이라고 비판한다. 특히 시리아는 오랫동안 반인권적인 탄압과 내전을 거듭한 국가로, 이를 단번에 포용 대상으로 삼는 데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이러한 트럼프식 외교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외교 스타일과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바이든은 국제 질서와 규범을 중시하고, 동맹 중심의 다자외교를 강조해왔다. 반면 트럼프는 ‘거래 외교’, ‘압박 후 협상’이라는 전략을 일관되게 유지하며, 실용적 이익과 국내 정치적 효과에 우선순위를 둔다. 바이든은 가치 중심의 외교를 강조했다면, 트럼프는 결과 중심의 외교를 추구하는 셈이다.
결국 트럼프의 이번 중동 순방과 외교 메시지는 그만의 독특한 전략을 보여주는 사례다. 그러나 그 전략이 세계 평화를 위한 유연한 실용주의로 받아들여질지, 혹은 국제 질서에 혼란을 불러올 일관성 없는 행보로 남을지는 향후 시리아와 이란의 대응, 그리고 미국 내 여론의 흐름에 달려 있다.
'세계 정치, 경제, 국방, 인물, 뉴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뉴욕증시, 급등 후 숨 고르기…혼조 마감 속 미·중 관세 유예와 중동 변수 주목 (0) | 2025.05.16 |
---|---|
‘농민공’과 ‘농촌 청년 노동자’…중국과 베트남, 산업 성장의 그림자와 미래 비전 (4) | 2025.05.15 |
푸틴의 휴전 제안, 전략적 전환일까? 외교 압박 속 정치력 시험대에 오른 러시아 (2) | 2025.05.14 |
미중 관세 휴전 이후, 시진핑의 반미 카드와 트럼프의 유턴 전략 (0) | 2025.05.14 |
미국의 강점과 약점, 위기와 기회 요소 - 경제 쇠퇴의 경고와 변화의 가능성 (0) | 2025.05.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