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과 공약, 상징을 넘어 실현으로 가야 할 때

문재인 정부는 '적폐 청산'을 국정 핵심 기조로 삼으며 공공기관 개혁과 기업 규제 강화를 추진했다.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조한 정책은 초기에는 개혁 의지로 평가받았지만, 과도한 정부 개입이라는 비판과 정치적 중립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검찰 개혁과 공공기관 개편은 국민적 합의 없이 진행되면서 사회적 갈등과 진영 대립을 심화시켰다는 지적이 많다.

 

기업에 대한 수사와 여론몰이는 경제 전반에 불확실성을 키웠고, 투자 위축과 고용 감소로 이어졌다. 정부와 기업 간의 관계는 협력보다 불신으로 굳어졌고, 이는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의 걸림돌이 되었다. 개혁의 방향이 제도 개선보다는 정치적 응징에 치우쳤다는 비판은 지금도 유효하다.

 

이재명 후보가 언급한 내란 종식이라는 표현도 문재인 정부의 개혁 구호처럼 정치적 상징성에 집중된 개념으로, 실질적 제도 개혁보다 선동 효과에 기댔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역대 정부들도 개혁을 외쳐왔지만, 실제 정책은 실현 가능성보다 정치적 효과에 집중된 경우가 많았다. 박근혜 정부의 경제혁신 3개년 계획, 이명박 정부의 공공기관 선진화 정책 모두 결과적으로 실질적 변화로 이어지지 못했다.

 

해외 사례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난다. 시진핑 주석의 공동부유는 정치적 통제를 강화하는 수단이 되었고, 아베노믹스는 대기업 위주 성장에 머물러 중산층 회복에는 실패했다. 반면 독일 메르켈 총리는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복지 개혁을 추진하며 실효성과 지속 가능성을 확보한 사례로 주목받는다.

 

우리나라 대선 공약도 실현 가능성보다는 정치적 흥행에 초점을 맞춘 경우가 많았다. 대표적으로 이재명 후보의 기본소득 공약은 연간 200조 원이 넘는 예산이 필요하지만, 구체적 재원 마련 계획이 부재해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결국 해당 공약은 대선 후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

 

정치가 실천이 아닌 약속으로 평가받는 현실은 유권자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와 일본 아사히신문 등 해외 언론도 한국의 대선 공약이 선거 이후 실행되지 않는 문제를 반복적으로 지적해왔다. 이준석 후보의 연금 개혁안도 구조적 개편을 담고 있지만, 600조 원 규모의 예산이 필요한 점에서 실현 가능성보다는 상징성이 강조된 공약이라는 비판이 따른다.

 

정치권이 감세를 통해 성장을 유도하겠다는 전략도 반복되어 왔지만, 낙수효과는 실제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대기업의 세금 감면은 투자 확대로 이어지기보다 사내 유보금 증가로 귀결되었고, 결과적으로 고용이나 소득 증대로 이어지지 않았다.

 

이번 조기 대선은 단순한 정권 교체가 아니라 한국 정치가 실용성과 통합, 지속 가능성이라는 방향으로 전환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다. 이제는 선동적 구호와 감성적 공약이 아닌, 실행 가능한 정책과 사회적 합의를 전제로 한 개혁이 필요하다. 정치의 중심은 더 이상 정치인 자신이 아니라 국민의 삶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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