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의 총리 청문회와 이재명의 선택, 문재인·조국 사태의 데자뷔인가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는 기대보다는 우려가 컸다. 총리가 자신의 “정치의 마지막 여정”일 수 있다고 밝힌 점은 겸허한 자세로 볼 수도 있으나, 현실은 달랐다. 그는 올해 예산 규모나 국가채무 비율 등 기본적 통계도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다. “국가 부채가 GDP의 20~30% 수준”이라는 발언은 후보자의 준비 부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는 단순한 착오 이상의 문제로, 총리직에 요구되는 최소한의 정책 인식조차 미흡하다는 인상을 준다.

 

더 큰 논란은 재산 형성 과정에 집중됐다. 최근 5년간 5억 원의 국회의원 수입에 비해 지출은 13억 원, 그 차액을 둘러싼 야당의 추궁에 대해 김 후보자는 장인상 조의금과 출판기념회, 처가의 지원, 전처 아들 유학비 등의 설명을 내놓았다. 그러나 자료는 없고 ‘기억’에 의존했다는 해명은 공직 후보자로서 납득하기 어렵다. 증여세도 “청문회 직전 처리했다”는 말은 오히려 뒤늦은 정리로 비춰질 뿐이다. 이러한 해명은 과거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인사청문회를 연상케 한다. 불명확한 자금 흐름, 가족 관련 의혹, ‘법은 위반하지 않았다’는 식의 정무적 방어가 겹쳐진다.

 

김 후보자 임명은 결국 이재명 대통령의 판단이다. 이 대통령은 “공직자는 작은 사인 하나로도 세상을 바꾼다”며 파초선에 비유해 공직의 책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그가 지명한 총리 후보자는 공직의 상징성과 책임감에 걸맞은 인물인가. 문재인 정부에서 조국 전 장관이 “개혁의 아이콘”으로 밀어붙여졌듯, 이재명 정부에서도 김민석은 친명계 핵심으로, 정치적 보은 인사 아니냐는 시선이 짙다. 과거 조국 사태는 문재인 정부의 도덕성 기반을 무너뜨리는 계기가 됐다. 이재명 정부가 같은 전철을 밟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여야는 청문회 증인 채택조차 합의하지 못했다. 증인 없는 총리 청문회는 전례를 찾기 어렵다. 야당은 전처와 가족을 제외한 증인을 요청했지만 민주당이 거부했고, 여당은 표결도 막혔다고 주장한다. 절차적 정당성도 의심받고 있다. 결국 국민 앞에선 진실이 아니라 정치적 계산만 남은 형국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위기는 힘없는 이들에게 더 큰 고통”이라며 물가 안정 대책을 강조했다. 실제로 유류세 인하 연장, 할당관세 확대 등은 민생을 고려한 조치다. 그러나 민생을 위한 정책과 정무 인사는 별개다. 지도자가 아무리 민생을 외쳐도 그 손에 들린 ‘파초선’이 잘못된 방향으로 부채질된다면, 세상은 격변이 아니라 혼란으로 치달을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조국 사태 이후 국민의 신뢰를 잃었고, 이재명 정부는 지금 김민석을 통해 같은 길을 걷고 있다. 김민석 후보자가 ‘정치의 마지막’을 공직자의 책임으로 마무리할 수 있을지는 아직 의문이다. 확실한 것은, 국민은 또다시 같은 실망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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