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 후보자 김민석의 인사청문회는 의혹 해소보다는 오히려 실망과 의구심을 키운 자리였다. 특히 8억 원 규모의 자금 출처에 대해 김 후보자는 명확한 자료나 근거 없이 “처가에 손을 벌렸다”는 말로 해명했다. 그러나 청문회에서 요구되는 것은 단순한 답변이 아니라 사실에 기반한 소명이다. 그는 계속 바뀌는 진술과 불명확한 설명으로 인해 스스로 ‘개념 없는 정치인’이라는 인상을 강화했다.
국무총리는 국정을 총괄하는 중책이다. 따라서 그 자리에 오를 사람이라면 국가 채무, 재정 구조, 정책 방향 등에 대해 최소한의 현실 인식은 갖추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김 후보자는 현재 GDP 대비 48%를 넘어선 국가채무를 “20~30% 정도로 알고 있다”고 발언해 논란을 자초했다. 이 같은 발언은 단순한 실언으로 보기 어려우며, 국정을 운영할 기초적 개념조차 정립되어 있지 않다는 반증이다.
더 큰 문제는 청문회 검증 과정의 형식적 운영이다. 이번 청문회에서는 증인 한 명조차 채택되지 않았다. 여야 간 정쟁과 이재명 대통령실의 비협조가 겹친 결과지만,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청문회는 후보자의 자질과 도덕성을 검증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다.
그러나 증인이 없는 청문회는 본질적 의미를 상실한 셈이며, 결국 '묻지마 임명'을 향한 길을 열어주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눈길을 끈 발언 중 하나는 박지원 전 국정원장의 말이다. 그는 김민석 후보자에 대해 “4선 의원이 재산이 2억 원이면 깨끗하게 산 것”이라며 두둔했다. 그러나 이 발언은 단순한 칭찬을 넘어 정치인의 재산 규모를 도덕성의 기준처럼 왜곡하는 위험한 언사로 비친다. 더구나 8억 원의 자금에 대한 해명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재산이 적다”는 말로 면죄부를 주려는 시도는, 그 자체로 ‘간사한 혓바닥’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국민은 지금 투명성과 책임을 요구한다. 정치인의 말이 아니라 행동과 기록을 통해 판단하고자 한다. 김민석 후보자는 자신의 해명 태도와 현실 인식 부족으로 인해, 공적 소명의식이 결여된 인물이라는 평가를 자초했다. 국무총리직은 정치적 거래의 보상 자리가 아니다. 정치인이란 직함을 떠나 국가를 이끌 책임과 자격이 있는지를 물어야 할 시점이다.
이번 청문회는 단지 한 후보자의 문제가 아니다. 정치권 전반에 퍼진 무책임과 간편한 자기면제적 언어가 얼마나 민주주의를 훼손하는지를 보여준다. 김민석 후보자는 정말 국가를 대표할 인물인가? 그의 발언과 태도, 그리고 그것을 감싸는 정치권의 언어는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에는 너무도 가볍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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