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한 경기를 타개하기 위해 한국과 중국은 공통적으로 ‘돈 풀기’를 선택했다. 한국은 소상공인 대출 확대와 소비쿠폰 지급, 중국은 보조금과 대형 쇼핑축제를 통해 내수를 자극했다. 중국은 5월 소매판매가 6.4% 증가하며 효과를 입증했고, 한국도 ‘119 플러스’ 대환대출과 소비쿠폰 지급을 검토 중이다. 단기적 소비 진작이라는 측면에서 일정 부분 성과를 거두었다는 평가다.
그러나 이 같은 대응이 구조적인 해법이 될 수 없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다. 중국은 여전히 산업생산과 부동산 지표가 부진하고, 한국은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이 상승세다. 즉, 소비는 늘었지만 실물경제는 여전히 냉각되어 있다. 단기 경기 부양이 반복되면 장기적 부채 문제만 심화될 수 있다.
정치권은 그 한계를 알면서도 단기 성과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소비쿠폰 지급, 대출 한도 확대, 금리 인하 등은 민심을 달래기 위한 수단이지만, 구조 개편이나 고용 안정망 강화 같은 장기 전략은 뒷전이다. “돈을 풀면 통한다”는 논리는 정치적 수치를 위한 수단일 뿐, 경제 회복의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지는 못한다.
이재명 정부가 내세운 대환대출, 장기 상환, 폐업 유예 등의 정책은 중장기적으로 의미 있는 접근이지만, 실행력과 제도화에 있어 여전히 부족하다. 경제 정책은 단발성 이벤트가 아닌 장기 인프라 구축이어야 하며, 정부와 정치권이 이에 진지하게 나서야 한다.
금융권에서는 1분기에만 14조8000억 원 규모의 무수익여신이 발생하며 부실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다. 제2금융권에서도 여신 부실이 확산 중이며, 이는 단순한 유동성 문제가 아닌 경제 구조 자체의 병목 현상을 반영한다. 금융 부실을 방치한 채 돈을 푸는 대응은 곧 시스템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SPC(특수목적법인) 기반의 구조적 해결책이 제시된다. 부실 자산을 정리할 수 있는 배드뱅크 체제와 투명한 부실 처리 시스템이 필요하며, 단순한 재정 투입을 넘어선 금융 시스템 전반의 재구성이 절실하다.
현재의 소상공인 지원 체계는 단일 기관 중심으로 유연성이 부족하다. SPC를 통한 분산형 경영 체계와 민간 자본 참여, 전문경영인의 운영 체제가 요구된다. 투명한 성과 평가와 책임 분담 시스템이 갖춰질 때 SPC는 자정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에 더해 디지털 전환과 글로벌 경쟁이라는 복합 위기 속에서, 단편적 지원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다. 네덜란드, 일본 등 협동조합 사례는 우리가 참고할 만한 모델이며, 공동 구매, 물류 통합, 실시간 재고 관리 등은 SPC 유통 전략의 핵심이다.
SPC가 성공적으로 정착하려면 단순한 조직 설계를 넘어 신뢰 기반의 협력 문화가 전제되어야 한다. 정부와 민간이 함께 참여하는 동반자 구조, 실질적 교육·지원 시스템이 필수적이다. 단기 부양을 넘어서 구조 개혁에 나설 때, 우리 경제는 비로소 회복의 길에 들어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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