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시대, 한국이 자연광 대신 원전 증설을 선택해야 하는 이유

인공지능(AI) 산업의 급성장으로 데이터센터 등 첨단 시설의 전력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27년까지 국내 데이터센터가 신청한 전력 사용량이 7343MW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실제 공급 가능한 전력은 4718MW에 그쳐 약 36%가 부족하다고 밝혔다. AI 기반 서비스는 기존 대비 10배에서 많게는 40배 이상의 전력을 필요로 하는 만큼, 앞으로 전력 수요는 더욱 가파르게 증가할 전망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은 전력 인프라 확충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송전망 사업들이 인허가 문제와 지역 갈등으로 지연되면서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이 제대로 공급되지 못하는 낭비 현상까지 발생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인 ‘500kV 동해안~수도권 초고압직류송전(HVDC)’ 사업은 2019년 완공 예정이었으나, 82개월이나 지연됐다. 이 외에도 31개 주요 송전선로 중 26곳이 지연 중이며, 일부는 90개월 이상 늦어지고 있다.

 

이처럼 전력망 확충이 늦어지면서 동해안과 서해안 지역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력 최대 10.2GW가 송전 부족으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수도권에 집중된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클러스터의 전력 수요는 증가하는데, 수도권 내 발전시설 확충은 도시 공간의 한계와 주민 반발 등으로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은 신재생에너지, 특히 태양광과 풍력에 대한 투자도 확대하고 있지만, 자연광 에너지의 특성상 기상 조건과 시간대에 따라 생산량이 불안정해 AI와 같은 대규모,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필수적인 산업에 대응하기 어렵다. 이에 반해 원자력 발전은 대량의 전력을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해외 주요국들은 AI 등 첨단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최우선으로 두고 있다. 미국과 대만, 유럽 등은 전력망 확충과 함께 원전 및 분산형 전력망에 대한 투자를 적극 확대하는 추세다. 원전은 온실가스 배출이 적고 기저 전원 역할을 하며, 기후 변화 대응과 에너지 안보에도 유리하다.

 

단국대 조홍종 교수는 “전력망 확충과 안정적 전력 공급 없이는 첨단 산업 경쟁력을 지킬 수 없다”며 “특히 불안정한 자연광 에너지에만 의존하기보다 원전 증설 등 안정적 에너지 체계 구축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결국 인공지능 시대에 한국이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전력 인프라 확충과 더불어, 기후와 환경을 고려하면서도 안정적으로 대규모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원전 증설이 불가피한 선택이다. 자연광과 같은 재생에너지 확대는 중요하지만, 그 한계를 극복하고 AI 산업을 뒷받침할 전력 공급 기반 마련에 정부와 산업계가 함께 집중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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