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기 싫어하는 청년과 노동자, 포퓰리즘 근로시간 단축 정책…한국 경제에 던지는 경고

최근 정부가 이재명 대통령의 핵심 노동 공약인 4.5일제를 단계적으로 도입하기 위해 법적·제도적 기반 마련에 나섰다. 고용노동부는 연내 실근로시간 단축 지원법제정을 추진하고, 법정 근로시간과 연장근로 허용 시간을 각각 4시간씩 줄여 주 52시간제를 주 48시간제로 개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국의 연평균 노동시간을 OECD 평균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목표 아래, 시차출퇴근, 재택근무 등 유연근로를 법적으로 뒷받침하는 정책도 포함된다. 기업 피해 최소화를 위해 신규 채용 인건비 지원과 세액 공제 같은 지원책도 함께 고민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이미 일하기 싫어하는청년과 노동자들의 태도가 사회 문제로 부상하는 상황에서, 정부의 근로시간 단축 정책이 현실과 동떨어진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이 강하게 제기된다. 노동생산성 세계 최하위권인 한국에서 근로시간을 무조건 줄이는 정책은 경제 성장과 기업 경쟁력 약화로 직결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특히 추가 인건비 부담과 생산성 저하는 중소기업뿐 아니라 대기업도 신중한 태도를 보이게 만든다.

 

실제로 삼성, SK하이닉스 같은 대기업들은 월 1회 휴무제 등 자율 근무를 시범 운영 중이나, 정규 근로시간을 줄이는 본격적인 주 4.5일제 도입에는 부정적이다. 현대차와 LG그룹은 노사 합의가 어렵고 인력·비용 부담이 크다는 이유로 아직 시행 사례가 없다. 중소기업은 인력 여유가 없고 경영 환경이 취약해 근로시간 단축이 곧 생존 문제로 직결되기에 더욱 부담이 크다.

 

노동시간을 강제로 줄이는 정책은 첨단산업 육성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잇따른다. 서울대 안동현 교수는 충분한 근무 시간이 새로운 기술과 지식 축적에 필수적이라며, 과거 토요일 오전 근무 폐지 당시 낭비된 출퇴근 시간을 감안했을 때 주 4.5일제는 결국 주 4일제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또한 2019년부터 임금 삭감 없이 주 4일제를 시도했던 교육기업 에듀윌이 생산성 저하와 업무 효율성 문제로 4년 만에 주 5일제로 복귀한 사례는 근로시간 단축 정책의 허점을 명확히 보여준다. 직원 반발과 진통을 겪은 점도 정책 도입의 난점을 시사한다.

 

한성대 김상봉 교수는 산업별 생산성 차이를 무시하고 일률적으로 근로시간 단축을 강제하는 것은 현실에 맞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특히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대기업 근로자만 혜택을 누리고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상대적 불이익을 받을 우려도 크다.

 

한편 국민의힘은 4.5일제를 국민의힘식 유연 근무제로 재해석하며 민주당의 급여 보장형 근로시간 단축 정책과 선을 그었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민주당 정책을 비현실적이고 포퓰리즘적이라 비판했다. 그러나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주 4.5일제 도입에 신중한 목소리가 나오는 등 대선 공약으로 확정될지는 불투명하다.

 

결국 일하기 싫어하는노동자·청년들의 태도와 현실적 산업 구조 속에서 정부와 정치권이 내놓는 근로시간 단축 정책은 이상과 현실 간 괴리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기업 경쟁력 저하와 경제 성장 둔화를 감수하면서까지 근로시간만 줄인다고 노동환경과 삶의 질이 자동으로 개선되지 않는다는 점을 냉철하게 인식해야 할 때다. 산업별 특성과 노동시장 현실에 맞춘 맞춤형 유연근무 문화 확산과 근본적 노동 생산성 향상 대책이 병행되지 않으면, 단순한 포퓰리즘 공약으로 끝날 위험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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