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자 확대하는 중국, 열린 문 뒤에 감춰진 그림자

중국이 최근 중동 4개국에까지 무비자 정책을 확대하며, '열린 중국'을 표방하는 새로운 외교 기조를 본격화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오만, 쿠웨이트, 바레인 일반여권 소지자들은 오는 69일부터 중국을 비자 없이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다. 이로써 걸프협력회의(GCC) 소속 6개국 모두가 중국의 무비자 대상이 되었다.

 

이미 중국은 유럽 주요국과 말레이시아, 호주, 뉴질랜드, 한국, 일본 등 다양한 국가를 대상으로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중남미 5개국까지 포함시켰다. 특히 이번 조치는 관광·비즈니스 활성화 외에도, 외교적 유연성을 확보하려는 중국의 전략이 반영된 결과로 평가된다.

 

이러한 파격적 조치는 중국이 과거의 상호주의적 외교 패턴을 벗어나, 일방적 호의 제공을 통해 주도권을 쥐겠다는 방향 전환을 뜻한다. 미국과의 패권 경쟁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중국은 더 많은 우방을 확보하기 위해 자국의 문턱을 낮추고 있다.

 

중국은 실제로 산과 강이 어우러진 자연, 오랜 역사와 유적, 대규모 도시 문명까지 경험할 수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관광 자원을 보유한 나라다. 매년 수많은 관광객이 이국적인 체험을 위해 중국을 찾는다. 그러나 중국을 찾는 이들이 우려하는 건 단지 행정 절차가 아니라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다.

 

비자 없이 들어갈 수 있어도, 나올 때 마음 편할 수 있을까? 체류 중 인터넷 통제, 검열, 외국인에 대한 감시, 갑작스러운 출입국 제한 등은 여전히 여행객들에게 불안을 안기는 요소다. 자유로운 출입이 가능하다고 해서 자유로운 체험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중국 정부는 대외적으로는 개방을 확대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감시와 통제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여전히 SNS나 외부 언론 접근은 제한되고 있으며, 때때로 정치적 이유로 외국인의 체류나 활동이 제약되기도 한다.

 

또한, 무비자 입국으로 인해 생길 수 있는 과밀 관광과 인프라 부담, 현지인의 반감 등은 또 다른 문제로 떠오를 수 있다. 진정한 개방은 단순히 문을 여는 것이 아니라, 안에서도 그 손님을 존중하고 안전하게 대우하는 문화와 시스템이 필요하다.

 

중국의 무비자 정책은 분명 국제 사회에 보내는 강한 메시지다. 하지만 관광객에게 중요한 것은 입국의 자유보다, 체류의 안전과 자유다. 넓고 아름다운 나라, 중국. 그러나 그곳을 걷는 외국인의 발걸음이 가벼우려면, 그저 입국 허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중국의 거대한 환대가 진심이라면, 그 속에 감춰진 불안도 걷어내야 한다. 열린 문 뒤에 조작된 현실이 있다면, 결국 그 나라의 평판은 국민의 '한 표'처럼 세계인의 선택으로 심판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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