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가수 유승준(스티브 승준 유)이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면서 한국 국적을 포기한 사건은 당시 한국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습니다. “병역의 의무를 다하겠다”던 발언과 달리, 돌연 국적을 버리고 병역을 회피한 유승준의 결정은 국민적 분노를 불러일으켰고, 정부는 곧바로 그의 입국을 금지시켰습니다. 이른바 ‘유승준 사태’는 한국 국적법 개정의 결정적 계기가 되었습니다.
당시 원정출산이 하나의 사회 현상으로 떠오르던 시기였습니다. 미국이나 캐나다에서 아이를 낳으면 자동 시민권을 받을 수 있어, 병역 면제는 물론 교육·의료 등 각종 혜택을 누릴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아들을 낳기 위한 원정출산은 병역 회피 수단으로 악용되며 공공의 분노를 자아냈습니다.
결국 2005년, 홍준표 당시 국회의원이 대표 발의한 국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같은 해 5월 24일 시행된 이 법은 ‘스티브 유 방지법’ 혹은 ‘홍준표법’이라 불리며, 복수국적자의 국적 포기를 병역 의무 이행과 연계했습니다. 즉, 병역을 마치지 않으면 국적 포기가 불가능하도록 한 것입니다.
이 법은 국적을 이용한 병역 기피를 원천 차단하는 데 효과를 보였지만, 그 직전에는 국적을 포기하려는 신청이 폭주하는 해프닝도 있었습니다. 하루 2~3명이던 국적 포기자가 법 시행 전 며칠간 2천 명을 넘었고, 대부분은 병역 대상 남성이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법의 부작용도 드러났습니다. 복수국적 상태에서 외국에서만 자란 재외동포 2·3세가 병역 기피자로 분류되거나 한국 비자 발급에 제약을 받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심지어 자신이 복수국적자라는 사실조차 몰랐던 이들이 미국 사관학교 입학이나 정부기관 취업 과정에서 불이익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이로 인해 2010년에는 국적법이 다시 개정되어 ‘외국 국적 불행사 서약’을 한 경우 복수국적을 유지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러나 이 역시 출생 전후 2년 이상 외국 체류 요건을 갖춘 이들에게만 적용돼, 원정출산자는 예외로 남았습니다.
2020년 헌법재판소는 국적법 일부 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된다고 판단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고, 이에 따라 국적 포기 시한을 일부 완화하는 추가 개정이 이루어졌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동포 사회에서는 “절차가 복잡하고 실질적으로 포기하기 어렵다”는 불만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편, 최근 미국에서도 유사한 갈등이 있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하버드대의 외국인 유학생 등록을 막기 위해 SEVP 인증을 취소했지만, 법원은 해당 조치가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끼칠 수 있다며 하루 만에 효력을 중단시켰습니다. 이는 외국인을 향한 통제적 조치가 자국 교육기관의 자율성과 권리에 충돌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결국, 병역의무나 국적 정책과 같은 제도는 국민의 권리와 의무 사이에서 균형을 이뤄야 하며, 일방적 제재나 감정적 입법은 또 다른 사회적 문제를 낳을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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