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국내 조선업계는 예상치 못한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글로벌 발주처들이 중국을 회피하며 한국 조선소로 몰려들고 있고, 미국 정부 역시 자국 조선업 부흥을 위해 한국 기업과의 협력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수주 확대를 넘어 한국 조선 산업이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심적 위치를 차지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국내 조선 3사(HD한국조선해양, 한화오션, 삼성중공업)의 1분기 수주잔고는 약 192조 원에 달했으며, 연내 200조 원 돌파가 유력시된다. 이는 미중 갈등이 가져온 반사이익과 동시에, 코로나19 이후 해상 물동량 증가에 따른 수요 회복이 맞물린 결과다. 특히 미국 무역대표부가 중국산 선박에 입항 수수료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글로벌 해운사들이 빠르게 한국으로 눈을 돌린 것이 직접적인 촉매제였다.
미국 정부의 러브콜도 본격화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임 이후 미국 조선업의 재건을 강조해 왔고, ‘SHIPS for America Act’와 같은 법안이 다시 추진되면서 한국 조선업계에는 전략적 기회가 열렸다. 이 법안은 조선 투자 펀드 조성, 세제 혜택 제공, 심지어 외국산 선박의 미국산 인정까지 포함하고 있다. 이런 변화는 한국 조선사들이 미국 내 방산, 민간 양쪽 시장에서 동시에 입지를 확장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이에 따라 한화오션은 미국 필라델피아 조선소 인수와 함께 호주 방산업체 오스탈의 지분까지 확보했고, HD현대중공업도 미국 잉걸스 조선소와 협력하며 미국 해군과의 정비·보수(MRO) 계약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 내 MRO 시장은 연간 10조 원 규모로 추산되며, 한국 조선업체가 이 분야에 진출할 경우 관련 협력업체까지 성장할 수 있는 선순환 효과가 기대된다.
하지만 모든 흐름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국내 조선업은 여전히 심각한 인력난과 인프라 부족, 고비용 구조라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미국 시장 내에서는 수입 부품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 가능성도 존재해, 생산비 증가가 우려된다.
무역협회 역시 한국 조선업계의 수요 대응 능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며, MRO 역량 강화, 숙련 인력 확충, 정부의 전략적 지원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상 모든 일에는 잘됨과 잘못됨이 함께 존재한다. 지금 조선업계가 마주한 상황도 마찬가지다.
외부 환경이 던져준 기회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흥망, 산업의 판도, 국가 경제의 방향성까지 달라질 수 있다.
흐름을 정확히 읽고 민첩하게 대응하는 자만이 운명을 바꿀 수 있다. 조선업계의 도전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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